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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01년 페르시아의 왕자인 키루스는 그의 형이자 페르시아 황제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2세한테 맞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면서 키루스는 막대한 돈을 주고 12,900명의 그리스 용병들을 고용했습니다. 그리스 용병 중에는 스파르타 당국이 파견한 700명의 정규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실업과 가난 때문에 돈을 벌려 자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페르시아의 황족이자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는 키루스가 왜 굳이 그리스인 용병들을 필요로 했을까요? 이는 페르시아인들이 그리스인들의 강력함과 용맹함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 1세는 페르시아 제국 전역을 통틀어 47개의 민족들로 구성된 528만 3200명의 대군을 이끌고 그리스를 침략했으나, 그보다 훨씬 수가 적은 그리스인들에게 패배했습니다.
이 일로 페르시아인들은 그리스인들의 용맹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들을 용병으로 고용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또한 키루스 역시, 그리스 용병들을 상대로 이런 연설을 하여 그들의 강인함을 찬양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이여, 나는 병사들이 모자라서 당신들을 필요로 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들이 페르시아의 수많은 종족들보다 강인하고 용맹하다고 여겨서 데리고 오게 한 것입니다. 나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싸워야 할 적들, 즉 페르시아의 백성들은 여러분에 비하면 형편없는 겁쟁이들입니다.”
실제로 기원전 401년, 현재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 인근의 쿠낙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키루스에 가담한 그리스 용병들은 그들보다 훨씬 수가 많은 아르타크세르크세스 2세가 지휘한 페르시아군과 싸워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으며 전력을 무사히 보존했습니다.
그리고 키루스가 전사하자, 용병들은 위험한 땅인 페르시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광활한 페르시아의 국토를 약 2년 동안 남북으로 횡단한 끝에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을 묘사한 서사시가 바로 그리스 용병 부대에 참가했던 크세노폰이 쓴 책인 <아나바시스>입니다.
불과 1만 3천여 명의 그리스인 용병들이 무려 2년 동안이나 페르시아 제국을 남북으로 횡단하며 파죽지세로 휩쓸고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페르시아 제국이 끝내 그들을 죽이거나 붙잡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리스인들한테 “페르시아는 덩치만 컸지, 허약하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나바시스>는 65년 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 연합군을 이끌고 페르시아 제국을 공격하여 무너뜨리는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출처 | 실업이 바꾼 세계사/ 도현신 지음/ 서해문집/ 21~2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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