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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19381
    작성자 : Love_Eraser
    추천 : 149
    조회수 : 4729
    IP : 221.164.***.83
    댓글 : 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7/11/14 22:01:24
    원글작성시간 : 2007/11/13 22:34:09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9381 모바일
    변호사인 것이 부끄럽다 / 류제성

     살아가면서 변호사라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법조계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대학 때 전태일 평전을 처음 읽었을 때, 그가 온몸을 불사르기 전에 혼자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법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대목에서 내가 법대생이라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근래에는 인혁당 사건으로 대표되는 법조계의 어두운 과거사와 그에 대한 반성 없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간 법조계는 독재권력의 시녀로서, 때로는 적극적 공범자로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고, 폭압과 공포의 반공체제를 수호했다. 검찰권과 사법권의 독립과 중립성도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얻어냈다.
    변호사인 게 부끄러운 것은 비단 법조계의 잘못된 과거사 때문만은 아니다. 희한한 억지논리를 만들어낸 행정수도이전법 위헌판결로 대표되는 법조계의 서울 중심의 기득권 옹호 의식, 국가보안법에 대한 계속된 합헌판결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한 합헌판결로 드러난 법조계의 미약한, 아니 없다고 할 수 있는 인권의식과 시대의식 또한 부끄럽기 그지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로 대표되는 법조계의 자본에 대한 굴종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 또한 부끄럽다. 예전에는 법조가 권력의 시녀 내지 공범이었다면 이제는 자본의 충실한 대변인이자 후견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으로써 또는 그와 동시에(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자본의 반대편에 있는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재벌총수와 노동자·농민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이중잣대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로스쿨 총정원을 둘러싼 법조계의 직역이기주의도 부끄럽다. 물론 나는 법조 진입장벽을 더욱 두텁게 만들고, 기존의 대학 서열화를 고착화하는 이런 식의 로스쿨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떻든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법안이 통과된 이상, 그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법조계와 교육계 및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당장 눈앞의 자기 이익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또 한 번 법조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부끄럽게 하는 일은 단연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에 대한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의 반응이다. 삼성 내부에서 사건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전직 임원의 구체적 진술로 범죄 혐의가 드러난 이상 검찰은 마땅히 즉시 수사에 착수했어야 한다. 그리고 변협은 검찰을 향해 조속하고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회원인 김용철 변호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을 하지 않아서, 떡값 검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버티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사건을 배당한다고 한다.

    한편 변협은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도대체가 이 건은 김용철 변호사가 수임인으로서 의뢰인인 삼성으로부터 지득한 직무상 비밀이 아니기 때문에 비밀유지 의무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설사 비밀유지 의무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밀을 유지함으로써 얻는 의뢰인의 이익 또는 의뢰인의 변호사에 대한 신뢰라는 이익과 그 비밀을 공개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익을 비교할 때 후자가 월등히 크므로 비밀을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움을 씻을 길은 법조계 전체의 반성과 이를 개선하려는 구체적 실천이다. 이번 사건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비장한 결심이 없이는 힘들다. 우리 사회의 어둠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와 신부님들의 호소 앞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들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류제성/변호사 


    출처 : 한겨레 - 기고
    http://www.hani.co.kr/arti/SERIES/60/2495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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