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대리 윗사람이 보기엔 성대리 잘 합니다. 그래서 석율이가 당해낼 수 없는거구요. 성대리는 윗사람을 속이는게 아닙니다. 상사들도 다 압니다. 그냥 그러려니 모른척 해주는겁니다. 상사들은 일하고 있는 부하직원 머리꼭대기만 보아도 뭐하고 있는지 다 압니다. 왜냐면 그 과정을 다 거쳐왔기 때문이죠. 성대리에게 시킨일을 석율이에게 떠넘기고, 석율이가 해온일을 자기가 한것인양 보고하고, 뭔가 실수가 있으면 석율이 핑계를 대고, 윗사람들도 다 압니다. 그냥 모른척 하는거에요. 더욱이 신입사원은 일을 나누는 습관을 가지면 안됩니다. 특히나 열명도 안되는 조직에서 자기일 상사일 나누는게 잘못이라고 봅니다. 모든 직급에서, 아래사람이 할수 있는 일은 아래사람들이 해주는게 맞습니다. 그래야 윗사람들에게 시간을 만들어 주고, 윗사람들은 보다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쓸수 있습니다. 그것은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해서, 고민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일입니다. 아래직급에서 볼때는 별일 안하는것 처럼 보이죠. 특히나, 작은 부서에서 신입사원은, 이건 대리님일, 이건 내 일 이렇게 가르면 못씁니다. 신입사원은 3년안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하는것이 좋습니다. 그 3년이 회사생활을 좌우합니다. 왜냐면 3년이 지나면 기초적인 것들을 물어보기 민망해서 못물어보고, 결국 도태되기 때문이지요.
물론, 인격적인 모멸감을 준다거나, 술값을 덤태기 씌운다거나 하는 짓은 양아치지만, 일에서 만큼은 윗사람이 보기에는 성대리처럼 하는것이 조직을 위해서도, 신입사원을 위해서도 좋은것이기 때문에 그냥 모른척 하는겁니다.
2. 마부장 어떻게 마부장같은 사람이 부장을 하고 있나 신기해하는 분들 있을거에요. 능력도 없어 보이고, 인격적으로 부하직원 괴롭히고, 훨씬 인간성 좋고 일잘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말이죠. 선차장이나 오차장 같은.
회사는 정치의 세계입니다. 흔히들 '라인'이라 말하죠. 어드 회사든 최고 임원들 밑으로 줄을 타고 내려오는 라인이라는것이 있습니다. 학벌이든, 출신이든 (그룹공채냐, 대규모 합류한 경력이냐 등) 어떤 카테고리로든 라인이 생깁니다. 이 라인을 하나 잡아야 대기업의 꽃 '임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이 라인을 잘못 타면 최고 임원이 쓰러질때 함께 쓸려나갈수도 있구요. 밀려났던 부장님, 그리고 마부장 모두 최전무의 라인입니다. 오차장은 아무런 라인도 잡고 있지 않아서. 진급을 못하고 있었죠.
라인에서 최고의 덕목은 충성입니다. 어떤일이 있어도 내 등에 칼을 꽂지 않을 사람. 그 사람을 요직에 앉힙니다. 그래서 오차장이나 성차장은 라인의 식구로 받지 않습니다. 라인보다 회사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라인에서 인정하는 능력이란, 아래사람을 들들 볶아서 필요한 성과를 내면 그것이 바로 능력입니다.
그래서 사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높은 자리에 무능하고, 지랄맞은 상사들이 있죠. 이들이 최고 임원의 자리에까지 오르면 그 회사는 기울어집니다. 최고 임원들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것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큰 기업들이, 1세대에는 승승장구 하다가, 2~3 세대가 되면서 기울어지는 것이 이런 이유가 가장 큽니다.
1세대때는 회사를 키우는 시기라, 능력있는 인재들이 열심히 두각을 나타내고, 회사에서 임원으로, 경영진으로 역할을 해내었지만, 회사가 자리를 잡고 나면, 라인이 생기고, 정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무능하고 충성심 높은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그들이 결정권자가 되면서 회사는 헛발질을 하기 시작하죠.
하여간, 제가 보는 미생은 현실을 참으로 잘 반영하고 있는 드라마인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기대가 되구요.
혹시라도 등장인물이나 상황이 이해가 안되거나 억지같다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차장 시점에서 설명해드릴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