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보셨어요?

오늘 고두심이 마당에 쭈그려앉아서 버리는 화장품 모아다가 합치고 있는걸
큰딸 태란이가 보고 궁상맞게 왜그러냐고 화내는 장면이 나왔어요.
자기랑 동생이 사다준 화장품은 어따두고 그러냐고 그러니까 고두심이 아까워서 모셔뒀다고 큰소리치는데
태란이가 방에 들어가서 화장품을 확인해보니까 다 썩은거에요.
그래서 들구 마당으로 나와서 던지면서 무식하니까 이런걸 알뜰이라고 생각하는거라고
비싼 화장품 사줘도 쓰지를 못하고 그렇게 궁상을 떨고있냐고 화를 냈어요.
화장품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몇번을 말하냐고 그러면서 소리지르고 고두심이랑 싸우는데
그거 보면서 할머니가 싸가지없는 년이라고 뭐라고 하시는거에요.

근데 진짜 저는 보면서 너무너무 공감됐거든요?
제가 알바하면서 할머니 생신이라서 작년에 크림 사다드린거 있는데
그거 하나도 쓰지도 않고 고대로 모셔놨어요.
열어봤는데 진짜로 한 번 발라본 흔적도 없더라구요.
고모들이 화장품 사드린것도 쓰지도 않고 
남들이 버린 화장품같은건 용케도 찾아와서 쓰고...

그래서 제가 할머니한테 맞는 소리하는데 왜그러시냐고
할머니도 제가 작년에 사드린거 쓰지도 않고 그거 다 썩는다고 뭐라고 몇마디 했더니
바로 화내면서 그거 하나 사줘놓고 지랄한다고 욕하시면서
드라마 보면서 고두심 보고 화장품 줏어다가 태란이 아가리에다가 쳐던져버리라고 그러시는거에요.


진짜 틀린 말 한것도 아닌데 이렇게 하시니까 짜증이 확 오르는거에요.
드라마보면서 계속 쌍욕하셔서 못견디고 지금 방에 들어와서 이 글 쓰고있네요.

속터져요 진짜. 할머니 좋으라고 사드린거지 나 좋으라고 산건가.
며칠전에도 몸에 바를 크림없다고 그러셨으면서 그렇게 썩히느니 차라리 몸에 바르겠다 진짜...
할머니 화장대는 진짜 쓸데없는 화장품으로 가득하고...
그러니까 뭐 사드려도 기억도 못하고... 찾지도 못하고...

살면서 남은게 고집이랑 아집밖에 없어서 몇마디하면 바로 우루루 터져가지고
맘에도 없는 소리 악쓰면서 욕이나 할 줄 아시지, 고운마디 몇마디 하실 줄도 모르고
진짜 저럴때마다 속터지고 이해가 안가는데 그렇다고 미워하지도 못하고 죽겠어요.

속상해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