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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몇 해 전에 같은 연구실 선배 하나가, 집안 사정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같이 실험하던 박사님하고 잘 안맞아서 실험하는게 힘들었는지 그냥 이 분야 해봐야 먹고 살기 힘들 거 같고 전망 안 보이니까 그랬는지 갑자기 한 달 가까이 잠적하고 나타나서는 그만뒀어요.
석사과정 일년 하고 겨울 방학 시작할 때 즈음 그만뒀는데...
계속 학교 다니던 시절엔 저하고 뭐 그래도 친하게 지냈던지라,그만 둔 담에 한 2주 지나서였나.. 제게 전화해서 자기 잘 지낸다고 말했었죠
아 정말 이 선배 그만둔다고 할 때는 너무 의아해서. 믿어지지가 않았거든요.
왜 이렇게 물리 좋아하는 사람이 그만두나...... 타 학부 다녔다고 했지만, 학부 때도 공부 되게 잘 해서 장학금 받고 다니고 그랬던 선배였거든요
사정이 있다고 했고 그게 뭐든 좋은 일이 아녔겠다 싶어 자세히 더 묻지 못하고 저도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말았는데
마지막에 전화했던 날 주변의 왁자지껄한 소음 때문에 무슨 자리에요 물었더니 친구들과 술 한잔 한다며
이런 저런 시시껄렁한 농담도 하고 연구실 다른 사람들 잔 걱정이나 좀 하다가 약간 침묵이 흐른 뒤에
나 물리 그만뒀어 정말로. 다시 안 돌아가.
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서 너무 슬프고 말이 안 나왔었어요
왜 그러냐고 끝까지 나는 주제파악 상황파악 못하고 나중에 여유되면 상황이 나아지면 꼭 다시 오세요 몇 번 말하고 그랬는데 너무 병신같은 마지막 인사였단 생각이 이제야 드네요..
그 선배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아픈 속은 헤아리지도 못하고...
그 때 그 선배가 울먹였던 거 같아요. 물리 더 이상 못 하게 되어서 너무 싫고 속상하고 내가 처한 현실도 싫다고...
근데 나는 이렇게 나약해 터져서, 박사과정까지 와 놓고 한 2년 힘들었다고 연구에 질려서는 몇 개월 허투루 보내고 있는 게 너무 한심하고 그 선배 생각하니까 미안하고..
그 선배가 맨날 오아시스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음악 잘 한다면서 저한테도 나중에 꼭 들어보라고 그랬거든요?
뭐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가 오늘 우연찮게 오아시스 노래 중에 whatever 라는 곡을 별 생각없이 클릭해서 듣는데 이 선배 생각이 많이 나면서, 난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후회도 되고 자책도 합니다.
내가 누리는 지금의 이 기회가 어떤 사람에겐 너무 간절하고 너무 아픈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하면서.. 고맙게 여기고 더 열심히 연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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