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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930140
    작성자 : 식당노동자
    추천 : 4
    조회수 : 1361
    IP : 183.97.***.4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21/11/30 09:17:21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30140 모바일
    이제는 같게 그러나 또 다르게.

     

     

     

    나이먹으니 미쳤나보다.

    드라마가 점점 좋아진다.

    최근에는 티빙 결제해서 드라마와 예능을 보고있다.

    뭐 왜 그런거 신서유기 갯마을차차차 뭐 이런거.

     

    분명히 일년 전 까지만 해도 눈에도 안차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그게, 음...

    생각이 그렇게 바뀌었다.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 그런 거창한건 아니고 생각이 좀 유연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유치하다고 생각하는건 내 오만이다. 내 세계고 내 공간이다.

    그런데, 그게 은연중에 남들과의 대화중에 표현된다면 쥐뿔도 없이

    사는주제에 괴상망칙한 생각이나 가지고 사는 인간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거다. 그래서 그 오만을 버려야 한다.

    지-랄이 자세하면 디테랄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디테랄은 범죄의

    영역이다. 정도껏해야 개성인 법이다.

    섞여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무능이다. 그러면 영원히 겉돈다.

    겉돌다가 이름없이 사라지는건 슬픈일이다.

    그리고 드라마라는거, 보다보니까 또 재미있다.

    이걸 왜 이제야 알았나 모르겠다.

    근데 신민아는 연기를 일부러 그렇게 하는건지, 진짜로 못하는건지.

    만약에 그게 찐연기라면 그 나름대로도 이건 필모가 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한다.

     

    말이 좀 샜는데,

     

     

     

    어제는 별 날도 아니였다. 그냥 쉬는날이였고, 대충 방구석에서

    드라마나 보면서 디아블로나 하다가 하루 자체를

    죽여버릴 작정이였는데 정신차려보니 동네형님 연락에 뜬금없이 

    홍천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고 있었다. 나 어디가는겨.

     

    인생은 알 수 없고 한치앞도 모른다. 뜬금없이 간 그곳에서

    뜬금없이 들어간 네파매장 갔다가 후리스를 사게 되었다.

    입어보니 그냥 돼지도 아니고 양도 아니고 뭐 그런느낌인데 새옷

    냄새가 좋고 꽤 잘 어울려서 기분이 좋았다.

    힐링은 레전드 무기 뭐 그런게 나온다고 되는게 아니라 새옷사는데서

    되는거구나.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산 현대아울렛에 들러 대충 이거저거 보다가

    나이키에서 운동화를 또 하나 샀다. 동네에 오자마자 차를 세워놓고

    또 뜬금없이 들어간 허름한 백반집에서 소주한잔하는데, 여기

    처음 간 곳이라 되게... 기대가 없었는데 오겹살이 너무 맛있어서 둘이서

    오인분을 먹어버렸다. 그냥 배고팠던건가?

    그러기에는 오겹살이 너무 쫀득했다.

     

    정말 뜬금없는 하루였다. 오후 열두시 반에 집에서 나왔는데

    집에오니 밤 열두시가 되어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하루를,

    뭐랄까 그날 하루는,

    나는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아래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느낌이였다.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또 언젠가 이런 날이 있을거라는 기대감.

    매번 마주할 수는 없겠지만 살다보면 또 마주하고 오늘을 미래를

    떠올릴 것 같은,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휴대폰 게임대신에 홍천의 첩첩산중을 바라보고 있던 그 기분은,

    마주했을 때 소중함을 느끼지는 못했을 지언정 지나고나면 가슴 한구석에

    벽난로가 생기는 것 같은.

     

     

    마음이 수려해져서 이제 드라마를 예능을 좀 더 재미있게

    쳐다볼 수 있게 되었다. 방구석에만 쳐박힌다고, 내 세상에만 갇혀산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나는 데카르트도 아니고, 체게바라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나다. 그래서 나는 데카르트보다, 체게바라보다 특별하다.

     

    그렇게 나이 서른여섯에 이제 세상으로 나간다.

    돈을 벌고 일을 한다고, 사람들과 말을 섞는다고 나갈 수 있는 어중간한

    세상 말고, 진짜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세상 말이다.

     

    인생은 배움이고, 나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만 같다.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정말이지 양손 가득

    채워도 또 채우고 싶은 재미의 연속이다.

    그래서 내 세상에 갇혀있던, 치킨과 소주를 이제 좀 버리고

    그 돈과 시간으로 좀 더 괜찮은 행복을 찾아볼 생각이다.

    내 세상에 갇혀있던 아스라다와 가오가이거를 좀 버리고,

    그걸 볼 눈으로 좀 더 다른 괜찮은 것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물론 소중한 것들이다. 계속 보긴 할거다.

    거지발싸개같이 방구석에 쳐박혀 술마시는건 이제 그만둘거고.


    이제서야 씁,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이 생각과 결론이 온전하지 못해도 괜찮다.


    온전하지 못한 결론은 보수공사를 하면 된다.

    고치면 되는거고, 어디 하나쯤 샌다고 울며 난리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러니까 이제는 좀 같게,

    나는 그대로 가지고 가고, 거기에 좀 더 사회적으로 나를

    재구성해 볼 생각이다. 그러면 나는 별난놈이 아니라

    특별한 취미를 가진 재미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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