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 출신이 BRIC에게 드리는 글 (펌)
저는 이번 논란 중에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BRIC이니 뭐니 하는 소장 생명과학도라는 사람들에게서 신기한 점을 느낍니다.
생명과학을 하는 쪽에서는 사진과 그림이 무척이나 중요한가 보지요? 논문을 쓸 때도 오직 사진과 그림만이 논문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근거인가요? 그런가요?
저는 고분자 합성과 의학적 응용이라는 부분을 연구하는 연구원입니다. 지금은 석사과정을 마치고 모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합니다. 분야가 분야인지라 공돌이로서 화학실험과 분석작업을 하기도 하고, 세포를 이용하는 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과 유효성을 점검하는 일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생명공학이라는 위대한 학문을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할 만한가요? DNA 실험은 하지 않지만 현미경으로 위상차사진도 찍어보고하는 관계로 세포관련지식도 좀 있습니다.
학교도 궁금하십니까? 요즘 서울대랑, 포항공대랑, 과기원에서 연구하는 소장연구자들이 황우석 죽이기에 한길로 나서셨다구요? 저는 과기원출신입니다.
흔히 과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논문이라는 것을 대할 때 관심사는 무엇 때문에 이 연구를 했는가, 어떤 방법으로 했는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가, 그 결과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떤 방법으로 했는가“에 중점을 두고 보지요. 그래서, 어지간히 논문을 읽고 나면, 실험방법과 결과만을 읽어보는 버릇이 생기고는 합니다.
그런데 생명과학 하는 분들은 사진에 무척 관심이 많나 봅니다. 까놓고 말해서, 누군가가 작성한 논문에 수록된 사진이나, 자료에 대해 브릭이나, 여타 사이트에서 벌어진 그림 맞추기 게임은 보통의 연구자들이 논문을 대하면서 실행하는 검증방법이 아닙니다. 논문에 제시된 방법과 결과가 재현성이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법입니다. 남이 제출한 논문에 수록된 사진이 비슷한지 아닌지는 그다지 큰 관심사가 아닙니다. 관심사는 사진을 찍는 방법이지요. 무슨 시약을 써서, 어떤 조건으로 처리해서, 어떤 조건으로 찍었더니 논문에 실을 만큼 사진이 잘 찍히더라는 것이 관심사라는 겁니다. 생명과학을 하던, 다른 과학을 하던, 논문에 수록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는 일정부분 가공을 거친다는 것은 불문율입니다. 특히 사진의 경우는 매우 많은 수정과 가공을 거칩니다. 사진 중에서도 현미경으로 찍는 사진을 저 스스로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논문을 작성하는 주제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 그리고 그 결과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과 그림은 보충자료이지, 본질 자료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번에 자료랍시고, 이곳저곳에 올리고 돌아다니는 분들이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거나, 말만 연구자이고, 실제로는 학부생 이하의 수준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더불어, 사진에 대한 자료로 논문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하는 수준이라면, 논문작성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사람이 아니면 찾아내기 힘든 자료를 인식하는 수준을 가진 사람이 자료 유출을 조절하고 있다고 봅니다.(노? 미즈?) 어지간히 할 일 없는 인간들이 이슈가 생기면 벌떼처럼 달라붙어 별의별 소리를 다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기사원문이나, 논문 전체를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일반적인 시사문제도 껍데기만 하는 인간들이 덤비는데, 과학이라는 분야는 어떻겠습니까? 과학적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은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 이놈 저놈 아무나 덤벼서 이야기 할 꺼리가 않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황우석 교수관련 논쟁에서는 논쟁초기부터 사진을 비롯한 문제들이 하나씩 하나씩 주기적으로 흘러나왔습니다.
이것은 황우석을 죽이겠다고 작정하고 미리 설정된 로드맵을 따라 움직이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반증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하겠습니다.
황우석 교수의 표현으로는 11개는 분명히 존재했으며, 논문을 제출할 당시 불상사로 인해 사고가 생겨서 8개는 확보했고, 3개는 키우는 단계였다고 했습니다. 그 설명이 진실하다면, 황우석 교수의 논문은 진실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 진실성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것입니다. 그러나, 벌써 여기저기에서 황우석 교수가 논문을 철회했고 과학적으로 매장되었다는 식의 보도들이 쏟아집니다. 분명히 본인의 입으로, “논문의 핵심요소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사진을 비롯한 몇가지 문제가 있어 논문을 철회한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문철회를 이끌어내는 순간, 황우석은 천하의 사기꾼이 사기수법이 들통나서 도망가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쓰레기 같은 언론들에 대해 절망감을 느낍니다.
과연 그들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나 알고서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학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정치가 존재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주도권과 이권을 놓고 벌이는 사악한 음모”라고 해석했을 때 가장 납득할 만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진실이라고 말하는 진실은
“누가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가”라고 하지만,
“누가 왜 이 논쟁을 촉발시켰는가”라는 것에 대한 진실 역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앞에서 말하는 진실만이 공개되기를 원하는 진영과 뒤에서 말하는 진실이 공개되기를 원하는 진영이 겨루는 팽팽한 기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누가, 무엇을 위해서 이번 논쟁을 촉발시키고, 국가적인 에너지 소모를 유도해 냈는지 확인해 볼 것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명확해지는 승리자와 패배자를 놓고 심판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논쟁은 우리들 모두 패배자만을 만들어 내는 논쟁으로 결론 지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동안, 누군가의 의도대로 열심히 세상이 뒤집힐 듯이 뛰어다니신 분들에게 이말 한마디만 하렵니다.
“당신들이 생명과학 좀 한다고 하는 인간이라면, 자연과학을 하는 인간들 중 가장 사기성이 농후한 분야 중에 하나가 생명과학이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 바닥에서 사진 몇 장, 그래프 몇 장으로 구라 논쟁시작하면, 남아날 인간도 연구도 없다는 것은 당신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언제부터 남의 논문에 실린 사진에 진실성을 가리려고 했는지 의아스럽습니다. 앞으로 생명과학 관련 논문은 죄다 PD수첩에 의뢰해야겠네요?
그래야 사진이 조작인지 아닌지 알지요. 그쵸? 첨언하자면 결국 이러한 내란을 통해 이득을 얻는 놈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노? 새? 미? 영? 아님 all? 잊지 말고 끝까지 지켜봅시다. 결국 이 건으로 득보는 놈들이 이 난동의 주범들이니까요!
그때 복기함 해보자구요! 무슨 소용이냐구요?
아니죠! 그때 가서 이 난리를 피운 언론넘들 다 잡아 족치자 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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