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게임을 아주 살짝 좋아하고 즐겨 하는 여징어입니다
멋모르던 꼬꼬마 초딩 시절부터
프린세스 메이커, 조조전, 바람의 나라 등을 맛보고
그 후로 스타, 현질노기, 망영전을 거쳐
최근엔 롤과 오버워치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겐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남자친구도 오버워치를 매우 즐겨 하는 덕에
남자친구와 만나면 곧잘 피씨방으로 걸음을 향하곤 합니다
좋아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면 참 즐겁고 행복하죠
그런데 요즘 남자친구와 게임을 하면 스트레스가 폭발합니다
왜냐구요?
제가 게임에서 조금만 실수해도 삐지고 짜증내고 난리가 나거든요
맨 처음 말했듯 저는 게임을 아주 살짝 아주 살짝 좋아하는 징어입니다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티어에 연연해하거나 하지 않아요
음...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게임 실력도 형편 없구요
그러다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즐기자!가 제 뇌 속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그렇지가 않은가봐요
제가 못한다고, 답답하다고, 실수했다고 엄청나게 짜증을 냅니다
요즘엔 피씨방만 가면 결국 짜증으로 끝나서 가기가 꺼려질 정도입니다
제일 최근에는 저 루시우, 남친 리퍼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남친 뒤에서 그냥 두둠칫두둠칫 하며 가끔 e를 눌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피가 퍽퍽 깎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오버워치 잘 하시는 분들은 절대 이해 못하시겠지만ㅠㅠㅠㅠ
저 같은 게임존못들은 반응속도도 느린데다가 당혹스러움까지 겹쳐서
그런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못합니다
으어어오엉 하면서 이속으로 바꾸고 도망가려는데
화면 속의 황금개구리는 이미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제서야 살펴보니 뒤에 메이코패스가 있더군요
저는 옆자리를 향해 오빠, 뒤에 메이!를 외쳤는데
남자친구의 리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남자친구가 짜증을 팍 내더군요
왜 늦게 말하냐고...
저는 알고 바로 말했다니까
니 죽고 나서 얘기했잖아 라며 또 짜증을 냈습니다
나도 몰랐다고 메이 있는 거 알고 바로 말했다고 해도 소용 없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곤 깊은 한숨을 내쉬더군요
그렇게 5분 가량을 있다가 남자친구는 저한테 아무런 말도 않고
혼자 게임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전에는 제가 메르시를 하고 남자친구가 리퍼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남자친구한테 힐 주다가 가까운 옆에 힘겹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아군이 보여서
그쪽에 날아가 힐을 줬는데
그 사이에 혼자 1대1 맞다이 뜨러 갔다가 사망하고는 저에게 짜증낸 적도 있었습니다
니 지금 누구한테 힐 주는데? 라며...
그 날도 또 10분 가량을 아무 것도 안 하고 말도 안 붙이고 있다가
겨우 달래고 화해해서 무사히 넘겼습니다
또 한 번은 저 아나 남자친구는 바스티온으로 플레이를 하는 중이었는데
헐리우드 수비였습니다
거점 옆에 테이블이랑 의자 있는 2층에 둘이 올라가서 대기 타고 있었는데
제가 실수로ㅠㅠ 밑으로 떨어져서ㅋㅋㅋㅠㅠㅠㅠ
힐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남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구요
사실 제가 생각해도 이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ㅠㅠ
이때는 남자친구 짜증이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그래서 미안하다 하고 화 풀라고 나름 애교도 부리고 했는데
남자친구는 에반게리온 겐도 포즈로 5분을 있더니
또 혼자 게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습니다
같이 따라나가서 걸어가는 내내 미안하다 하고 달래보려고 했지만
남자친구는 아 왜 이러는데? 그러고
왜 이렇게 화났냐는 저의 말에 뭐가?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하며
사람 무안하게 만들더군요
또 얼마 전에는 저 메르시 남자친구 로드호그로 플레이를 하는데
워낙에 당한 게 많으니 걍 남자친구 전담 힐러로 빨대 꽂고 게임을 했습니다
남자친구도 뭐 그걸 당연하게 여기더군요
갈고리 당기면 무조건 공버프고 힐 계속 주고 있으라고
그러다 보니 저는 당연히 팀원들에게 안 좋은 소리들을 듣게 되고ㅠㅠㅋㅋ
채팅을 보며 부서진 멘탈 어떻게 잘 붙여서 예토전생시켜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남자친구가 그러더군요
야 니 빨리 p 눌러서 채팅 차단해라
ㅠㅠㅠㅠ
제 남자친구요
참 괜찮은 사람입니다
인성도 바르구요
주위에서도 착하다, 좋다란 얘기 많이 하구요
평소엔 참 잘 챙겨줘요
근데 게임만 하면 저러니...
이거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가요?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