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서 있다보면 '솔로' 에 대한 글을 많이 본다. 솔로라고? 외롭다고?
안 생긴다고? 왜 나만 없냐고? 그런 내용의 글을 올리는 유저를 볼 때마
다 언젠가 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애인? 멀리서 찾지 말자. 일상에서 찾자. '오유' 가 일상이 되어버린 대
다수 유저들에게 나의 경험담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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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유저들이 알지 모르겠지만, 나는 주로 시게에서 활동한다. 원래 대
명은 '청소년대표' 였다가, 대명만 보고 너무 미성년자라고 생각한 유저
들이 많아서 '청년대표' 로 바꿨다.
그런데 왜 갑자기 대명(닉네임, 별명) 이야기 하냐고 묻는다면, 지금 하
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어느날도 베스트에 간 나
의 게시물 추천자를 보게 되었는데, '청소녀대표' 라는 대명을 보게 되었
다.
'청소하는 여자 대표?'
문득 그런 생각을 하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 '청소년대표'라는 대명과 너무 유사하지 않는가? 설마하는 마음에 그동
안의 내 게시물 추천자를 보니 '청소녀대표' 라는 대명이 자주 눈에 띄었
다.
'나에게도 팬이 생긴건가?'
순간적으로 혼자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다가 그냥 누가 내 대명을 패러디
했나보다 생각을 하고 잊고 지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난 대명을 청
소년대표에서 '청년대표' 로 바꾸었다.
'소녀대표?'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번 내가 올린 게시물의 추천자를 보니 이제는 '청소녀
대표' 가 아닌 '소녀대표' 로 추천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피를 보니 동일인
물임이 틀림없었다.
'이 사람 뭘까?'
난 그때부터 소녀대표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겼다. 시게의 특성상 정치적 성
향이 달라 때론 인신공격 및 대명 사칭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녀대표라는 사람이 '적군 또는 아군' 인지 매우 헛갈렷다.
'피싱인가?'
인터넷상에서의 낚시가 대중화(?) 된 시점에서 소녀대표라는 사람이 대명 그대
로 여자일까? 아님 남자일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래서 며칠 더 지켜 보았는데, 소녀대표라는 사람은 나의 글에 무조건 추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람은 누굴까?'
생각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당당하게 질문을 하면 된다. 난 댓글을 통해 소
녀대표라는 사람에게 '당신은 누굽니까' 라고 질문을 했다. 그러나 나의 학수고대
한 기대와는 달리 그 소녀대표에게서의 댓글은 볼 수가 없었다. 단지 그 사람은
내 게시물에 추천을 할 뿐...
그리고 한달 정도 지났는데, 모 지역에서 정모를 한다고 하였다. 오프라인 만남.
왠지 설레면서도 재밌을 것 같아서,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에게 참여할 의사를 내
비쳤고 어느 토요일 약 10여명의 오유 유저들이 만남을 가졌다. 대부분 남자가 참
가를 했고 여자는 단 3명 뿐이었다.
"일단 자기 소개부터 하죠"
다들 20대 이상의 성인이었기에 호프집으로 바로 직행을 했고, 서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는 청년대표이고 주로 시게에서 활동을 합니다"
제일 먼저 내가 가볍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차례대로 유저
들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약간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일어나 말을 하
기 시작했다.
"전 소녀대표라고 합니다"
소녀대표?
유저들은 우리 모임에 대표가 2명이나 된다고 하면서 가볍게 웃어 넘겼지만 그녀
를 바라보는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저 여자가 소녀대표란 말인가?'
나의 혼란스런 머리속은 뒤로한 채, 모임은 화기애애하게 재밌게 지나갔다. 그러
나 정작 난 그녀와는 말을 거의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모임은 끝이 났다.
"그럼 다음에들 또 뵙죠"
서로 인사를 하고 모임을 끝내는데, 갑자기 소녀대표라는 여자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냈다.
"어디 사세요?"
"아..A동 삽니다, 그쪽은요?"
"저랑 같은쪽이네요...같이 가요.."
당황스러웠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 일단은 예쁜 여자랑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레였으니까, 더구나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도 많았다.
"저 아시죠?"
그녀가 묻는다. 갑작스런 그녀의 정곡 찌르기에 당황을 했지만 솔직하게 대답을
했다.
"네 압니다. 매우 궁금했는데, 여기서 오늘 이렇게 볼 줄 몰랐네요"
"얼굴도 본적 없지만 사실 그쪽에게 관심이 있었어요"
"네엣?"
세상에 이런 행운이 나에게 왔단 말인가?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또 매우
당돌한 그녀에게 당황스러웠지만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모임 나온것도 청년대표씨 보려구요...와서 보니까 좋네요.."
"아..네..."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예쁘시네요..."
"우리 사겨 볼래요?"
그녀의 거칠 것 없는 진도와 유혹, 그녀의 말 한마디에 당황스러움, 이 상황
에서 바로 '사귑시다' 라고 하기에는 매우 혼란스럽지만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아...그게..."
"제가 싫어요?"
"그건..아닌데..너무 급작스러워서..."
"싫지 않으면 사겨요...."
그녀가 말을 끝내자마자 내 팔에 팔짱을 했다.
'그래..연애에 과정이 꼭 중요한게 아니지..이렇게 솔로탈출하자..하늘이 주신
기회야..'
머릿속으로 그녀와 사귈 것을 결심하고 그녀의 황홀함에 빠져 꿈같은 이 현실이
제발 깨지지 않길 바랬다. 잠시 생각을 했던 나는 눈을 떠 그녀에게 '사귑시다'
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