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을 어디로 할까 하다가 전에 썼던 글이 육아게라 여기에 계속 씁니다.
제가 전에 진통은 진통대로 다하고 결국 제왕절개를 하게 되어 지옥을 맛보았다는 글을 썼어요. 그런데 더욱 미친 지옥이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바로 산후조리원으로 갔는데 계속 옆구리 약간 횡격막 부분이 윽!윽! 할 정도로 아프더라구요. 근데 제왕절개 후에 회복이 덜 되서 그렇다고 생각해서 참았죠.
그런데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뭘 먹지도 못하겠고 눕거나 앉거나 자세를 바꿀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덮쳐왔습니다.
시간마다 나오는 밥도 안먹고 계속 누워있다가 마사지사가 마사지는 한번 받아보라고 해서 겨우겨우 받았구요. 그러고 계속 누워있었어요.
밤새 잠 한 숨 못자고 끙끙 앓다가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요.
남편도 제가 왜 아픈지 모르고 계속 따뜻하게 이불 덮어주려하고 뭘 먹이려고 하는데 너무 덥고 답답하고 먹기도 싫었어요.
하여튼 다음날 아침 또 마사지사가 와서 가슴 마사지 받으라고 ㅡㅡ 그라는거에요. 아파 죽겠는데.. 안받는다고 하니까 막 설득을 하는데 너무 짜증나더라구요. 근데 그때 좀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는지 조리원 원장님이 오셔서 일단 근처 산부인과라도 가보라고 했어요. 근데 전 꼼짝하기 싫었어요. 움직이면 아프니까. 그래서 "그냥 여기서 쉴래요"라고 했더니 안되겠다고 구급차를 불러주셔서 근처 산부인과로 갔어요. 덜컹거리고 침대에 옮겨지고 하는데도 너무 아파 죽을것 같았어요.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를 보았는데 의사선생님들이 회의를 하더니 응급차 빌려줄테니까 출산한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다시 구급차를 탔어요. 그때 배 안갈라본게 천만 다행이었답니다.
계속 덜컹거리고 옮겨지고 응급으로 ct찍고... 아파서 전 이미 탈진상태였어요.
그 와중에 옆에서 계속 따라다니며 나를 바라보던 남편 얼굴이 생각나네요. 분명 엄청 놀랐을텐데 저 놀랄까봐 안울고 코만 조금씩 훌쩍거리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담담하게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수술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남편이 엄청 울었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하니 눈물이 ㅠㅠ
하여튼 ct찍은 결과는 뱃속에서 대장이 터져서 더러운것들(똥!!)이 몸에 흘러나와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대요. 전 자세한 내용은 몰랐고 그때 남편이 의사한테 수술내용 1안2안3안 듣고 저한테 와서 차분하게 설명해주는데 "~~야, 지금 이런 상황인데, 수술을 해야된대. 이런이런 방법이 있대. 이렇게 해주신대."이렇게 설명해주어서 고개를 끄덕끄덕 했어요.
그리고 수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뱃속에 너무 많이 흘러있어서 그거 다 세척하느라 수술이 다섯시간이나 걸렸어요. 대장도 잘랐대요.
저는 잠들었다 깨니까 수술이 끝났더라구요.
나한테 왜 이런일이!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구요,
먼저 신속하게 구급차 불러주신 조리원 원장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고
둘째로 근처 산부인과에서 배 안갈라보고 대학병원으로 이송해주신 것도 감사할 일이구요,
마지막으로 대학병원에 와서 신속하게 검사하고 수술하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정말 끔찍하네요.
무엇보다, 우리 세 식구 남편, 우리 아기, 저 중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아파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물론 아무도 안아픈게 좋지만요 ㅋ) 다른 가족이 아픈걸 보느니 차라리 나가 아픈 것이낫겠더라구요.(이것도 이기심일까요?ㅋㅋ)
전 지금은 병원에서 계속 열심히 회복중이에요. 빨리 퇴원하고 싶어요.
두서없이 있었던 일을 막 썼더니 좀 정신이 없네용~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