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 거주중인 서른살 남성입니다.
본문은 한 개인의 한숨으로 적은 고민 글에 가까우나,
'음식'을 누구보다 사랑하시고 먹는 '즐거움' 을 아시는 분들이
많은 이 요리게를 보시는 분들이
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실 수 있을것만 같아 이 곳에 여쭙고자 합니다.
아래 내용은 지금 식사중이신 분들이나 예정이신 분들의 밥맛이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
불쾌하시면 읽지 않고 뒤로 가셨으면 하는 양해를 구합니다.
저의 지난 십년은 남들처럼 대학 다니고, 토익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취업하고, 사표쓰고 또 방황도 하며 보냈습니다.
술집, 노래방, 고깃집, 학생식당, 세차장, 예식장, 대형마트, 백화점, 공사장, 택배, 카페까지 가림없이 일했었습니다.
대학교는 휴학 두번, 자퇴 한번, 편입 한번, 총 세군데를 다녔고 연애도 몇번 이별도 몇번, 나름 파도 치던 20대를 보냈었습니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몸만 바삐 살았던 젊은 날이었다고 할까요.
딱히 생계가 어려워 공부하며 힘들게 일까지 했던 것은 아니고
젊은 나이에는 남들보다 바쁘고 열심히 살고 싶었던 마음 하나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절약정신이 투철하여 알바로 모은 돈을 저축한 것도 아니고, 친구들 술 사주고 추억 만드는데 다 써버렸지만요.
여기까지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왠지모를 박탈감과 우울증에 올해 일년은 거의 집에 박혀 살다시피 했습니다.
통잔 잔고가 서서히 줄어들고 올해의 끝이 보이는 요즘 무엇을 위하여 살아왔는지,
요즘만큼 살아있는게 괴로웠던 적이 있나 싶어요.
오래전부터 죽음을 갈구해왔습니다. 고통없이 죽을 수 있다면 찰나의 망설임 없이 바스라지고 싶어요.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구글링 합니다.
시체 사진이나 사고영상, 부검 사진등을 찾아보며 잠에 드는 나의 뇌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껴보고파 하는지, 아니면 정말 내가 나를 죽일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알고자 그런 것인지
여러 생각이 들게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산 잠을 잔듯 몽롱하지만
그래도 최근의 오전 시간들은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30년 경력의 급식 조리사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맛있고, 건강한 저염식이나, 영약학적으로 올바른 식단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해서 음'식탐'구 도 많은 편이고, 맛에 대해 생각하고, 비판하며, 알고싶어 하는 욕구가 보통 사람들보다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식혜의 강하지 않은 단맛이 주는 기쁨이나 덜 볶은 커피의 신맛,
오래 끓인 곰탕의 입안 가득차는 바디감이나, 정말 적당히 익은 김치를 씹었을때의 행복감.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는 와이셔츠 입고, 엑셀 작업하고, 실적 내야하고, 밤늦게 야근도 불사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부쩍 주방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런지 궁금합니다.
적지 않은 업종에서 다양한 일을 나름 해봤고, 자취를 십년째 해서 집에서 안주 정도는 만들어 먹고,
요리하는 일이 즐겁기는 합니다.
요식업계에 오래 계신 분들의 고견을 듣고자 하는 이유는
주방 일이 처음이니 들어가면 청소랑 설거지부터 하게 되어도 열심히 할 자신은 있습니다만
1.한식이나 중식이나 일식 중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일을 배우는게 훗날 제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안에 어떤 공기가 흐르는지 모르니, 2. 어떤 기준으로 주방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 장사가 잘되는 개인사업자의 식당이나, 인지도가 높은 식당이거나(프랜차이즈) 바쁜 곳에 들어가서 일해야 배울게 많은지요?
4. 주방의 풍토는 또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인력을 고용했으면 가르치고 키워 오래 종사할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인지.
들어가서 몇년동안 설거지랑 보조만 하다가 기술도 하나도 못배우고 나올까봐 걱정입니다.
젊은이들을 프린터 잉크처럼 소모품 취급하는 더러운 작금의 세태를 아시잖아요.
또 우리나라의 자영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뉴스들을 보면서, 이 길이 옳은지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5. 영세한 서민들이 십년 죽어라 모은 돈으로 낸 조그마한 가게가
월세를 못내고,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지는 않을런지,
가게를 운영중이신 분이나 오래 경영하셨던 분들은 어떻게 생각들 하시는지요?
좋아하고 해보고 싶으면 덜컥 해도 될만큼 주방일이 우스운 일은 아닐거라 느낍니다.
제가 배워보고 싶은 요리는 짬뽕이나 잔치국수(소면), 혹은 스시 류도 괜찮지만
가급적이면 중식이나 한식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짬뽕과 국수는 몹시 애정하는 음식이고 나름 소신과 개똥같지만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문이지만, 보시기 좋게 다섯가지 정도로 질문을 압축해봤습니다.
경험있으신 선배님들이 알려주시면
제가 다시한번 기운차리고 아둥바둥 사는데 크나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명색이 요리게인데 볼썽 사납게 텍스트로만 꽉 채웠네요... ㅠ
얼마전 먹은 와인 삼계탕과 걱정좀 없이 살고파 구입한 걱정 인형 사진 첨부합니다..
궁합이 영 안맞더라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