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 “이명박 차기 대통령에게 되게 미안합니다” [칼럼] 방화범이 MB 지지자였나?…아무도 몰랐던 사실
입력 :2008-02-15 16:34:00 / 류황희 목사 숭례문 방화범 “노무현 현 대통령이 시킨 일”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보기 위하여 그가 이송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찾아 봤다. 그의 목소리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진한 원망과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는 단정적으로 언론이 기사 제목을 뽑기 좋게 “이 일은 현 대통령 노무현이 시켜서 한 일이니까...”로 말을 시작한다. 숭례문 방화범은 이 상황에서까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말을 받아서 “노무현 대통령이 시킨 일”이라고 보도한다.
하지만 범인이 한 말은 이 말만은 아니었다. 소란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기자 중 한 사람이 범인이 걸어가며 한 말을 받아서 이렇게 묻는다. “‘이명박’, 뭐라고 하셨어요?” 그러자 범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다음 번 이명박 대통령한테 되게 미안합니다.” 거기 있던 기자들은 범인이 한 이 말을 분명히 알아들었다. 그런데 이 점을 부각시키거나 최소한 언급이라도 하는 기사는 보질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로 미뤄 본다면, 기사 제목들 중에 “숭례문 방화범, 이명박 지지자”라고 썼을 만도 한데 그 어디에도 범인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조차도 전해지지 않는다. 전하지도 않을 말을 왜 애써 물어보았을까?
범인의 주장에 대해서 사실 관계를 살펴보자면, 그의 원망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연결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그를 분노하게 했던 토지 계획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 훨씬 전에 세워진 것이며, 보상금은 이미 98년 일이며, 직접적인 내용은 담당 건설사와 해결해야 할 일일 것이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약 1억 가량의 보상액이 제시된 땅에 대해서 4억이나 요구함으로써 패소를 자초한 본인 자신에게 잘못이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디 하나 딱히 노무현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여지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도 범인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뼈에 사무치는 원망과 분노 때문에,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의 평온한 퇴임을 망치고자 하는 마음으로 계획을 하고 신나를 싸들고 다닌 것이다. 범인이 처음에는 숭례문이 아니라 열차 같은 것을 노렸다고 한 것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있었던 대구 지하철 방화와 같은 범행을 생각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하늘로부터 버림받아서 처음과 끝을 대참사로 마무리했다는 평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정말 하늘이 도우사 그나마 숭례문이 불탄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과연 범인은 어쩌다가 이런 비이성적인 사고와 정신병적인 행위를 하게 된 것일까? 그의 삶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가 없기에 다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원망과 분노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향하게 된 이유는 우리 모두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것은 보상금 때문도 아니고, 법원의 판결 때문도 아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5년의 주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가 원인이다. 그에게는 자기의 욕심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것도 노무현 때문이고, 조합에서 쫓겨난 것도 노무현 때문이고, 법원의 판사가 퉁명스러운 것도 노무현 때문이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늘상 “노무현 때문”이라고 외쳤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문제도 노무현 때문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의 분노는 자신과의 복잡한 관계 보다는 노무현을 향하게 되었고, 사회를 향하게 된 것이다. 따져보지 않고 쉽게 탓하고 분노를 쏟을 수 있는 대상을 형성해 놓고, 자신의 이성적 기능을 마비 시켜서 폭발한 것이다. 문제는 전 국민이 5년간 이러한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만든 주술에 노출되었고, 이 사건은 그것이 어떤 결과를 양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을 향하던 모든 원망과 분노가 앞으로 어디로 튀어나가서 어떤 일을 버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성경은 어떤 사회든지 정의가 무너지고 윤리와 도덕이 타락하면 멸망을 당한다고 증언한다. 대표적으로 멸망당한 도시로 유명한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당했다. 여기서 의인 열 명이란 진실과 진리의 가치를 보존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최소의 단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 도시는 이런 최소 단위가 무너진 것이다. 그 도시의 윤리와 도덕적 기준은 현저히 타락했기에 의인을 알아볼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의인을 알아보고서 이들을 해치기 위해 도시 사람들 전부가 모여 소란을 일으켰다. 그래서 멸망을 당했다. 이것은 성경의 증언이자 역사의 증언이기도 하다.
우리의 사회는 진실과 정의에 대한 신념이 무너지고 있다. 이명박 씨는 각종 비리가 드러났고, 자신이 직접 “BBK를 설립했다”고 했는데도 그걸 다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자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이젠 그가 진실과 정의인 것처럼 되었다. 진실과 정의에 대한 관념이 힘과 권력을 중심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할 상황이다. 처참하다. 과연 이 사회가 어떻게 될지 이 땅의 지식인이라면 고민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어떻게 진실과 정의에 대한 신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필자가 이 동영상을 보고 이 글을 쓰면서 또 다른 측면으로 놀란 것이 있다. 범인은 범행의 계획부터 실행까지, 그리고 붙잡혀 있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노무현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힐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숭례문이 노무현보다는 자신이 사랑하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이명박 씨와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동영상에서 범인이 “다음번 이명박 대통령한테 되게 미안합니다.”라고 대답하자, 기자가 묻는다. “남대문에서 (이명박 당선자와 남대문의 관계에 대해) 미리 알고 계셨어요?” 범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 몰랐어요.”
분노를 노무현에게 쏟았는데, 이명박이 맞은 것이다.
출처 :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74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