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가정은 참 부럽다.
물론 다들 저마다의 고민은 있다.
한 친구는 아버님께서 병으로 누워계시고
한 친구 어머님께서는 몇 해 전 돌아가셨다.
한 친구는 아버님이 대기업 출신으로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크셨다.
그럼에도 한 친구는,
계속되는 탈락과 면접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진 나머지
취업이 힘들다고 한 말에
어머님, 친누나 나서서 쉬라고 당분간 취업 준비 하지 말고 쉬라고..
얘기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다른 한 친구는,
아버님이랑 사이가 정말정말 좋다.
늘 술도 함께 마시고, 장난도 많이 친다.
한 사람의 빈 자리가 슬프고 씁쓸하긴 하지만
두 부자 사이를 더 돈독하게 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또 다른 한 친구는,
그 부모님의 힘으로 규모가 꽤 큰 곳에 취직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멋진 그 친구는, 그에 응하지 않았지만
벼랑끝에 내 몰려도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조금은 마음은 편한 일일거야.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런 바보같은 질투를 했다.
그리고 나.
우리 어머님은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남편의 도박과 재산 탕진,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그리고 우리를 지켜내야 했다.
30대 꽃다운 나이.
지금의 나와 별반 크게 차이 나지 않았을 나이.
그 때 감당해야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누나한테도 나한테도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말들을 자주 했었다.
언젠간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처음 그렇게 비틀려진 세상은
우리가 자라날 수록,
엄마가 혼자 버텨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비틀어지기만 했다.
그럼에도,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라는 이야기는
정말 동화 속에나, 아침 드라마 속에나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여유가 없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바쁘기 때문이다.
정서적인 기대는 커녕
오히려 내가 엄마의 심리 상담사가 되어야 한다.
근데 웃긴건 그 심리 상담사도,
그렇게 온전하지 못하다는거지..
친구들의 취업은 부럽지 않다.
친구들이 뛰어났으니까 나보다 먼저 취업한걸테니까.
그렇지만 그 사이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는 너무나 부럽다.
내가 평생 어떤 노력을 해도 절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
이미 지나와버린 유년 시절.
이미 지나가버린 어머니의 청춘.
비틀리고 비틀려있는 우리들의 사이.
2020년의 첫 날.
나는 빌고 빌었다.
새 해가 되면 뭐 하나만이라도
수 많은 것들 중 하나만이라도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아무래도 2021년에도 같은 소원일꺼야.
너무 뚱뚱한건 아닌가 고민하지마. 너 안 뚱뚱해, 아니 가끔은 
뚱뚱해 보일 때도 있지만 뭐 어때? 우리가 배가 나왔다고 징징대는 것 만큼 지루하고 헛된 일두 없어.
마음껏 먹어 정말이야. 너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잘 먹는 너를 더 사랑해 줄 거야.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을거야. 물론 너의 삶은 멋질것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일이 펼쳐질거야.
지금 그렇게 아직 어리숙할 때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니 참 장해.
하지만 네가 한 번 해결한 문제는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다시 해결해야만 할 거야.
그 나이가 되어야만, 시간이 쌓여야만 알 수 있는 사실들은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이렇게 알게 되는 사실은 대부분 용서와 관련이 있어.
사람들에게 사랑해 달라고 매달리지는 마. 그럴 수 없어. 이건 절대적인 규칙이야.
누구도 네가 원한다고 해서, 널 사랑해 주진 않을거야.
진정한 사랑은 양쪽에서 오는거야. 그런걸로 시간 낭비 하지마.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내리는 가정은 너의 순진해 빠진 오만함에서 비롯된 거야.
네가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부자가 아니야.
또 무엇이 됐든 참 쉽게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열심히 일해서 그걸 손에 얻은 거야.
무슨 일이든 미끄러지듯 수월히 잘 풀린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사실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도 고생하고 있어. 마치 어느부분에서의 너처럼.
늙어서 자녀와 자동차와 집을 거느린 채 어리석게 안주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한 때는 어느 모로보나 너처럼 유행에 밝고 오만했어.
결국 웬만한 일은 다 괜찮아 질 거야. 그렇다고 모든 일이 전부 괜찮은건 아니야.
가끔은 제대로 잘 싸웠지만 지는 일도 있을꺼야. 
정말 힘들게 움켜쥐고 있다가 놓아주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걸 깨달을 때도 있을거야.
받아들인다는 건 아주 작고 조용한 방 같은거야.
무의미한 하루가 켜켜이 쌓여서 의미있는 무언가가 될 거야.
고된 종업원일, 일기 쓰는 시간, 음악과 함께 정처 없이 오랫동안 헤매는 산책,
시와 단편집과 소설과 죽은 사람들의 일기를 읽고
사랑과 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겨드랑이 털을 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들.
이런 것들이 모여 네 자신이 될 거야.
넌 그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