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고 싶어......!
하루하루가 그녀에겐 지옥보다 더 고통이었다. 시간은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고 빠르게 흘러가버렸고 이제 결전의 날은 손에 잡힐 듯 눈 앞까지 성큼 다가와 버렸다.
늘 새벽 세 시까지 잠을 자지 않는 소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었다. 쏟아지는 잠을 수십잔의 커피로 막아내면서 기계처럼 책상앞에만 앉아 있었다. 공부를 하든, 하지 않든 그렇게 해야만 될 것 같았다. 헛된 공상에 빠져들 지언정 새벽까지는 적어도 책상앞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그것은 비틀린 강박 관념이었다. 하지만 또래라면 누구나가 다 암처럼 간직하고 있는 것이었기에 그녀또한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에겐 항상 내일이 두려웠다. 그래서 잠들지 않고 오래도록 깨어있기만 한다면 내일이 조금이라도 더 늦게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망상에 빠져들곤 했다. 잠이 든다면 꿈꾸는 것보다 더 빠르게 아침이 찾아올테니.
이제껏 자살을 결심했던 적이 수십번은 되었다.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밤을 지새우며 산더미같은 교과서들 앞에서 시름하다보면 어느순간 그녀에겐 초침의 움직임마저도 감지되었다. 자신을 위해 잠시라도 머물러주지 않는 시간의 흐름은 그녀의 어깨위로 트랙터보다 무거운 절망감들만 차곡차곡 올려놓았다.
그 무게의 짓눌림 때문에 이성적인 절제력마저 무너질 때 쯤 그녀의 육체는 무의식적으로 욕실이나 베란다에 가 있었다. 바로 자살을 결심하려는 순간이었다.
컷트 칼로 손목을 긋기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최대한 고통이 덜 하도록 한번에 깊게 베어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욕조속에 손을 담근다.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 했다면 자신은 고통없이 꿈을 꾸듯 죽음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조금전까지 자신의 눈 앞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무수한 교과서들과 프린트들은 먼지처럼 어둠 저 편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베란다에서도 죽음의 그림자는 늘 그녀와 함께 했다. 그것은 더욱 간단한 방법이었다. 그저 뛰어내리기만 하면 한순간에 끝이었다. 23층 아래에서 추락한다면 극도의 흥분과 긴장감 때문에 떨어지는 도중에 정신을 잃을 것이다. 바닥과 충돌하는 그 순간에는 이미 기절한 상태이므로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머리부터 부딪칠 것이 분명하므로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안에 즉사할 것임이 틀림없다. 고통을 느낄 틈도, 죽음을 감지할 여유도 없이 순식간에.
그렇게 베란다에 있으면 가끔 잠에서 깬 소영의 어머니가 밤늦도록 깨어있는 딸을 위해 예쁜 유리접시에 귤이나 사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 귤과 사과때문에 소영은 자살을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밤, 잠에서 깬 어머니가 딸을 위해 귤과 사과를 깎아 방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그 딸은 이미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져버린 상황이라든가, 혹은 화장실 안에서 차갑게 죽어버린 상황이라면 어머니는 과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소영은 그것이 머릿속에 항상 걸렸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었다. 그녀의 죽음은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자책감들도 날이 갈수록,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무디어지고 희미해졌다.
누가 뭐라고 그러든 죽으면 모든 것은 끝이었다. 죽음 이 후의 상황들까지 예측하고 걱정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죽음으로서 지금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억압들로부터 해방될수 있다면 그 뿐일 것이다. 그 후에 일어날 일들까지 세세하게 생각해보고 있기엔 자신에게 닥친 삶의 무게가 숨가쁠정도로 벅찼다.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안녕못하다면 어쩔래?"
검은 뿔태안경의 영어담당 강석민은 신경질적으로 아이들의 경례를 받아쳤다. 시비걸기 좋아하는 건달같은 말투였다. 그 느닷없는 퉁명스러움에 아이들은 묘한 표정들을 지으며 나직히 웅성거렸다.
"웅성대지 말고 입들 닫아! 그리고 각자 연습장 꺼내서 쪽지시험 준비해!"
아이들은 그렇게 예고도 없었던 기습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선생은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히려는 것처럼 칠판 가득히 영어로 된 장문들을 써 나갔고 그것은 정확히 40문항이나 되었다. 그리고 채 15분도 안 되어서 심술궂게 판서들을 지워버렸다.
"손 머리에 얹고 뒤에서 쪽지 거둬 와! 이 자식들, 오늘 단단히 각오해. 분명히 지난 시간에 다 가르쳐 줬던 내용들인데, 다섯개 이상 틀린 사람들은 죽을 줄 알아~!"
강석민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인상을 잔뜩 구기면서 공포 분위기를 한 껏 잡았다. 아이들로선 무엇때문에 선생이 저토록 화가 단단히 나 있는지 도무지 감잡을 수 없었다. 어제 저녁에 애인하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하고 그저 막연히 짐작해볼 뿐이었다.
"이 새끼들~!!"
쪽지들을 쭉 훑어보던 선생이 대번에 고함을 질렀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못미쳐서 지르는 고함인지, 아니면 예상했던 대로 되었기에 지르는 고함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들로 자신의 반응만을 살피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최대한 날카로운 눈빛들을 보내었다. 그 눈빛만큼은 영화속 그 어떤 악당들보다도 더 야비해 보였다.
"야, 반장. 뒤에 가서 빗자루 하나 가져와!"
그제야 아이들은 잔뜩 주눅이 들었다. 이제부터 그들만의 형벌을 치루어야 할 타임이었다.
"야 이자식들아, 제발 정신좀 차리고 살자! 고 3이라는 생각들 좀 하고 살라고, 엉! 이제 일주일 후면 너희들 마지막 내신시험이야. 이제껏 열심히 깎아먹은 내신, 마지막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라구! 그리고 수능까지는 한달도 안 남았어!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사는거야? 그냥 아무 생각없이 탱자탱자 놀기만 하는거냐? 아니면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인터넷따위나 하는거야? 제발 병신같은 짓들 그만해라. 시간은 마냥 너희들을 기다려 주지 않아. 제발 일 초, 일 초 지나갈 때마다 긴장들 좀 하면서 살아!"
빗자루를 두 개씩이나 부러뜨리고 나서 강석민은 입시생들이 처한 긴박한 입장에 대해서 한바탕 질펀하게 늘어놓았다. 하지만 아이들로선 다 알고 있는 지루한 얘기들이었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자 강석민은 내일 다시 쪽지시험을 치루겠노라고 엄포를 한 후 뻐근해진 어깨를 주무르며 나갔다.
그는 3학년 인문계열 담당 영어선생이자, 학생주임 이었다. 덤으로 악독한 성질까지 갖춘 인물이었다.
"어, 강선생님 오늘 넥타이 멋지네요?"
"예? 그래요? 하핫 저는 잘 모르겠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다 그러네요~ 파란색이 저한테 잘 어울리나 봐요. 점심은 하셨어요?"
"이제 가려구요."
"뭘 먹죠? 아, 정말 먹는 것도 고민입니다. 같은 것만 먹을 수도 없고 이거. 뭘 먹어야 할지 아주 골치가 아픕니다. 하하하."
강석민은 복도에서 마주친 수학선생과 함께 점심으로 뭘 먹어야 탁월한 선택이 될지에 대해 고민을 하며 사라졌다.
그날 저녁 소영은 강석민을 찾아갔다. 그녀 인생에 있어서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상담은 시작한지 10 여분만에 끝을 맺어야만 했다. 그것은 이제 막 소영의 입에서 자살이라는 얘기가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뭐? 지금 뭐라고 그랬어? 자살~? 지금 내 앞에서 자살이라고 그랬냐?"
"네, 선생님. 정말 생각 많이 해봤습니다. 도저히 저같은 성적으론..."
"미친 년!"
짝, 하는 마찰음이 허공속에 울렸다. 학생주임의 커다란 손바닥이 소영의 뺨에 작열했고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자살같은 소리하고 있네!"
강석민은 소영의 얘기를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흥분한 멧돼지마냥 날뛰고 있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이게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야, 너 자살은 뭐 아무나 하는 건줄 알아? 너 지난번 모의고사 때 32등 했다고 했지? 야 임마, 부끄러운 줄 알아. 기껏 반에서 32등 하는 애가 자살해? 넌 영화도 안봤냐? 그 뭐 행복은 성적순이 뭐 어쩌구 하는 거. 너 거기서 주인공이 반에서 몇 등하는 애였는 줄 알아? 반에서는 항상 1등이고, 전교석차는 6등하던 애였어. 적어도 자살하려면 그 정도는 되야 자살 할 수 있는 거야, 알겠어?"
마치 자신의 얘기들을 강조라도 하려는 듯 그는 효과음처럼 연신 책상을 두들겨가며 말했다. 하지만 바닥에 엎어진 소영으로선 지금 그가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살에도 다 조건이 있는 거야! 너 같이 공부못하는 애가 자살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야. 쪽팔리게스리~ 반에서 32등 하는 녀석이 자살할 생각을 해 감히! 야, 임마 우리 학교 입장도 좀 생각해 줘라~! 적어도 반에서 10등안에 드는 애가 자살했다고 신문에 나야 그래도 체면이 설 게 아냐? 나 참, 같잖아서 정말~! 공부도 지지리도 못하는 녀석이 어디서 자살이라는 것은 알아와가지곤 꼴값 뜨는 꼴이라니, 쯧쯧! 꼴에 공부잘하는 애들이 성적비관 자살하는 게 멋있어 보였나보지? 썩 꺼져! 다시 한번 그 딴 소리 했다간 아주 요절을 낼테니!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 있거든 영어 단어나 한 자 더 외워둬. 그게 네게 피가 되고 살이되는 거야!"
할 말을 마친 강석민은 소영을 억지로 끌다시피 해서 문 밖으로 내 쫓았다. 그에게서 상당교사 다운 면모는 조금도 찾아볼수 없었다.
한마디로 그의 이론은 공부를 못하면 자살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영은 다리를 절면서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다.
강석민이 아무리 미친 개마냥 떠들어 대었어도 그녀의 결심을 바꾸게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신발을 벗은 후 주저없이 옥상 난간위로 올라섰다. 밤공기가 무척 차가웠다. 그 때문에 그녀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때였다!
"안 돼!"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혹시나해서 옥상으로 올라와본 강석민은 난간끝에서 막 뛰어내리려는 소영을 발견했고 미친듯이 달려가 그녀를 붙잡았다.
"이런 미친년을 봤나!!"
강석민은 소영의 몸을 힘겹게 끌어올린 후 옥상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쳤다. 그리고는 대뜸 발길질을 한차례 했다.
"야 이년아. 너 진짜 미쳤어? 너 지금 누구 모가지 잘리게 하려고 작정한거야? 이런 미친~!!"
소영은 강석민에게 가격당한 아랫배를 움켜쥔 채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석민은 쓰러진 그녀 주위를 조급하게 왔다갔다 하면서 홀로 분을 식히고 있었다.
"야, 너... 내가 말했지? 반에서 10등안에 들기 전까진 네맘대로 자살 할수 없다고!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이년아! 야, 너 그렇게 자살하고 싶거든, 마지막 모의고사때 10등안에 들어봐. 그럼 내가 허락할게. 10등안에만 들면 네가 자살을 하든 뭐를 하든 내 상관안하지! 알겠어?"
소영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울화가 치민 강석민은 넘어져 있는 소영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야, 너 똑똑히 들어! 분명히 경고하는데 너 이번 시험에 10등안에 들어! 안그럼 넌 절대로 자살할수 없어! 내가 널 못 놔줘! 알겠어? 너, 자살하고 싶거든 반드시 10등안에 들어! 너 10등하는 거 확인하면 죽도록 허락해 줄게! 내말 알아들었어? 그전엔 넌 절대 못죽어!"
강석민은 거칠게 소영의 머리채를 노았다. 그리고 확답을 받아내듯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내가 너 계속 감시할거야. 한번만 더 자살하려 했다간 가만 안둘거야. 내말 명심해. 죽고 싶거든 10등안에 들어! 이건 우리만의 거래야!"
그날 밤 소영은 강석민의 자가용으로 집까지 안내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부터 강석민은 수시로 그녀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도 스토커처럼 그녀의 행동들을 감시했고, 자율학습시간에도 유독 그녀만을 신경써서 주시했다. 그런 그의 눈은 정상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도둑고양이처럼 퀭하고 번들거리는 눈이었다.
강석민의 포위망에 걸려서인지, 소영은 그 이후로 두번다시 자살을 기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의 과격한 경고들이 어느정도 먹혀들었는지 그녀는 미친듯이 공부만 했다.
그것이 정말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살을 하기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열심히 공부했다.
밤 12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함은 물론이고 어떤 때에는 새벽까지 공부를 하거나 아예 학교에서 밤을 새우기까지 했다. 그녀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묵묵히, 유령같은 모습으로 공부에 전념했다.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내에 수많은 지식들을 섭렵했음은 분명했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 고사에서 당당히 7등을 했다. 이제 자살의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그래, 열심히 했다. 아주 잘했어. 그것 봐, 넌 할 수 있잖아. 열심히 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라구."
소영에게서 7등짜리 성적표를 건네받은 강석민은 다소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억지스런 웃음이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알겠어? 이제 수능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런식으로만 열심히 해준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 내가 장담하지. 하핫, 정말 수고많았어."
강석민은 무척이나 수척해진 소영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그는 소영에게 성적표를 건네 준 후 자신의 책상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소영의 등 뒤에서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아직도 자살하고픈 생각이 들어?"
"......"
"말해 봐. 소영아, 아직도 자살하고 싶니?"
소영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자, 강석민은 그녀가 화가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 설마 너 아직까지 그날 밤 일때문에 화난거야? 내가 널 못 죽게 해서? 그런거야?"
"......"
"말을 해 말을. 너 아직까지 자살하고 싶어? 말해 봐! 아직까지도 죽고싶냐구? 엉?"
소영은 계속해서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등 뒤에서 별안간 찢어지는 듯한 고함소리가 울렸다.
"야 임마! 너 뭐야? 왜 대답을 안 해! 너 지금 반에서 7등 한 번 했다고 나에게 반항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씨발, 그게 아니면 지난번에 너 못죽게 해서 그러는 거야? 야이 미친년아. 그렇게 죽고 싶냐?"
강석민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그는 급격히 흥분하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삼각자를 들어올려서 힘껏 책상을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삼각자는 날카롭게 부서졌다.
"씨팔~! 그래, 뒈지고 싶거든 뒈져! 니 맘대로 해, 이 미친년아!"
마침내 강석민은 참았던 분노를 폭발하며 손에 든 삼각자를 집어던졌다. 그는 스스로 분에 못이겨 소영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 바람에 소영의 야윈 몸은 힘없이 쓰러졌다.
바로 그 때, 학생주임실 내에 이상한 기운이 흘렀다. 그것은 이론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기괴한 시공간의 뒤틀림이었다. 공기중에 비릿한 피내음이 역겹도록 뿜어져 나온다 싶더니 곧바로 끔찍한 비명소리가 벽을 관통할 듯 울려퍼졌다.
"으아아아악!"
그것은 학생주임, 강석민의 처절한 울부짖음 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소영은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는 박살이 나 있었다. 그녀는 이미 숨져있었다. 그녀는 벌써 일주일 전에 죽었던 것이다.
그것은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이었다.
일주일 전 소영이 자살을 시도했던 바로 그날 밤.
강석민이 달려왔을 때 소영은 간발의 차이로 뛰어내린 후였다. 그녀는 벌써 자살을 한 후였고 한발늦게 달려온 석민은 그녀의 영혼을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 영혼과 함께 죽어있던 육신도 딸려왔다.
소영의 자살을 결코 인정할 수 없었던 강석민의 집착과 집념이 그녀를 계속해서 붙잡아 두었던 것이다.
석민은 그렇게 소영의 혼령과 거래를 한 것이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제이슨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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