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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1904
    작성자 : 투명콜라
    추천 : 18
    조회수 : 4882
    IP : 217.115.***.181
    댓글 : 38개
    등록시간 : 2015/10/26 12:46:38
    http://todayhumor.com/?soda_1904 모바일
    넌 내 꼬붕이잖아 (좀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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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낄낄대면서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적어봐요
    자격증 공부하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오유하던 와중에 급사이다썰이 생각나 보따리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편의를 위해서 음슴체로 시작할께요음

    하이 24살 여자사람임. 나는 어릴 때 툭 튀어나온 앞니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편이라 누가 괴롭혀도
    아무말도 못하는 극소심쟁이였음. 그러다 아빠 사업차 떼돈 벌러 중국으로 다같이 이민감. 중국학교에서만
    몇 년 생활하다 보니까 영어가 아직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감지. 떨려오는 불안함에 국제학교로 전학을 가게 됨.

    그 때 내 나이 16살. 내 평생 잊지 못 할 그녀ㄴ를 만나게 됨. 

    그녀는 짱뚱어를 닮았음으로 짱뚱이라 하겠음. 짱뚱이는 텃세가 심한 편이었음. 짱뚱이뿐만 아니라 우리 반 애들이 다 좀
    텃세가 심했음. 그도 그럴께 그 당시의 내 우중충한 외모와 시야를 가리는 앞머리는 답이 없었음. 자연스레 며칠동안은
    아웃사이더의 자유를 억지로 만끽했음. 그러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같단 계기로 짱뚱이가 급 내게 호감을 표하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무리에 섞여들어갔음. 기숙사도 같은 방으로 배정받아서 짱뚱이와 급친해질 수 있었음. 이 때 까지만 해도
    뭐든지 좋았음. 나는 금요일에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다 얘기했고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재밌어질 것 같았음.

    재밌었음. 한 몇주 동안은. 
    안타깝게도 짱뚱이는 내 소극적인 성격을 너무 잘 파악해서 이것저것 부려먹었음. 교과서가 굉장히 두꺼운 책들이었는데 
    그런 교과서 셔틀로부터 시작해서 자리셔틀, 급식셔틀, 유머셔틀(짱뚱이의 쓰레기같은 드립에도 웃어줘야 함. 타이밍을 
    놓칠 시에 엄청나게 정색을 빨면서 안면부식시킬 듯 쳐다봄) 등등 빵셔틀도 시킴. 빵값도 안주고 시킴. 사실 이런 자질구레한
    셔틀들은 참을 수 있음. 친구끼리는 이런 거 다 해주는 거야 ㅎㅎ 했음. 근데 짱뚱이는 내 외모나 퉁퉁했던 몸을 갖고
    다른 애들 앞에서 자꾸 날 놀림거리로 만들었음. 그 때 당시는 너무나도 위축돼있어서 "해..해지매~ㅎㅎ에이 해지맿ㅎㅎ" 했음.
    지금 생각하면 누가 누굴 지적하냐했겠지만 당시에는 짱뚱이 온더탑이었음. 

    기억하는 몇가지는 
    1. 감기약 삼키려고 물 마시느라 고개를 뒤로 젖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목에 살이 튀어나온 걸 보니 물 먹는 하마같다 함

    2. 기숙사 근처를 돌면서 운동하고 땀 흘리면서 오면 육수빼고 왔냐고, 그렇게 운동한다고 살이 빠지겠냐 함

    3. 문제는 지도 퉁퉁함

    4. 생리현상 (뿡뿡,응가)을 행여 방 안이나 화장실에서 해결했을 때 정색하면서 화냄. 방 밖에 공용화장실에서 해결하라 우김

    5. 그래놓고 지는 방 안 화장실에서 해결하고 냄새 사라질 때까지 절대 그 화장실 사용 못하게 함

    6. 룸메이트의 집안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는 듯 해서 고민상담하고 있을 때 위로하는 척 하면서 우리 아빠보고 너 학비 내달라 할까? 함

    7. 내가 심한 몸살에 걸려 계속 열나고 토할 때, 나랑 단 둘이 있을 때는 아플 거면 동네방네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아프라고 했으면서
    다른 방 애들이 내 걱정 돼서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지가 아끼던 손수건 물에 적셔 이마에 갖다 댐. 그래놓고 아프지 말라고 토닥여줌

    8. 무슨 이유에선지 내가 관심 받으면 그 관심을 뺏어가려고 함. 내가 게임이나 영화, 만화에 관심이 많아서 남자애들이랑 얘기하고
    있으면 자기도 그거 안다면서 갑자기 자기 얘기를 하기 시작함. 남자애들이 짱뚱이 얘기가 노잼이어서 무반응이면 또 삐져서 
    가만히 잘 듣고 있던 나를 끌고 가버림

    9. 내가 장기적으로 짝사랑 하던 애가 있어서 룸메이트들과 짱뚱이는 다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도서관 앞에서 애들 많은 와중
    그 애 한테 '얘가 너 좋아한대! 둘이 잘 해봐' 함. 나는 당황해서 울어버렸고 짱뚱이는 '이제 괜찮아. 속 시원해졌지?' 함. 물론 남자애와는
    아디오스

    10. 그래놓고는 지가 그 남자애한테 몰래 관심있다고 고백했다 빛의 속도로 차임 (순삭)

    등등 나열하자면 한 편으로는 부족할 정도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화 한 번 내지 않고 짱뚱이와 함께 지냄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냥 내가 전학가서 친구 없을 때 처음으로 말 걸어주고 친해진 친구니까 소중해서 그런 거였음
    그렇게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도 나는 온리짱뚱이만 생각하며 허허 넘어갔음. 그러다 크게 충격으로 다가온 일이 일어남
    아침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짱뚱이가 평소랑 똑같이 지 라커에서 두꺼운 교과서들을 나한테 넘김. 그러나 그 날은 내게 달손님이 
    오셔서 극도로 예에민 할 때라 나도 모르게 '내것도 있는데 니가 좀 들어' 하고 까칠하게 말함. 그러자 짱뚱이가 무슨 소리냐고
    니가 들어야 하지 않냐고 굉장히 당연하다듯 물어옴. 얼척이 없어서 내가 왜 그래야하냐고 반문하니까 짱뚱이는 웃음기 없이

    "넌 내 꼬붕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는 가방만 들고 사라지는데 그 날 충격받아서 수업 다 제치고 기숙사로 돌아가서 
    하루종일 움. 더 어이 없는 건 짱뚱이는 내가 왜 그랬는 지 모른다는 것임

    그 날 이후로 짱뚱이와는 좀 소홀해짐. 같은 방이고 같은 반이긴 해도 좀 거리를 두기 시작함. 짱뚱이도 좀 눈치 챘는 지
    날 억지로 끌고 가거나 그러지 않았음. 사실 짱뚱이하고 안 싸웠었던 이유는 짱뚱이와 멀어지면 다른 애들하고도 
    멀어질까 걱정됐던 것도 컸는데 아마 짱뚱이는 나로도 부족해서 이곳저곳 찌르고 다녔는 지 원만하게 잘 다님

    그러다 몇개월 후에 짱뚱이네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 한국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게 됨. 짱뚱이는 창피해서 우리에게 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지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원래 한인사회에서 소문은 빠르게 돌기 때문에 알게 됨. 뭔가 시원섭섭해서 가기 전에 
    선물을 주고 싶어서 짱뚱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스크랩북을 만들어서 주려고 했으나 역시 짱뚱이는 마지막 날까지 짱뚱인 지라
    큰 똥을 주고 감. 

    짱뚱이는 지 절친을 포함해서 지랑 친했던 사람들한테 편지를 썼다고 함. 우리는 당연히 한 사람 당 한 통일 줄 알고 
    짱뚱이에게 그런 면이?! 하면서 내심 감동했거늘 짱뚱이가 우리에게 준 것은 A4 용지 앞 뒤로 한 사람 당 두세줄씩 써져있던
    편지였음 ㅋㅋㅋㅋㅋ 예를 들면

    김뭐뭐 너는 ~했고 ~한 친구였어 안녕
    이뭐뭐 너는 ~했고 ~한 애였지만 ~했어 안녕

    이렇게 A4 한 장 ㅋㅋㅋㅋㅋㅋ

    나한테는 너는 착하고 순하지만 나는 니가 불편했어 그래도 잘 지내 안녕 이라고 써 놓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소린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음. 애들 다 벙쪄서 해맑게 인사하는 짱뚱이를 하는 둥 마는 둥
    배웅했음

    짱뚱이가 사라지고 나서부터는 모든 게 평화롭고 좋았음. 그 뒤로는 내가 교정을 하면서부터 좀 적극적이게 되고 
    내 안에 숨겨왔던 성드립이라는 것이 폭발하면서 친구들과도 더 친해지게 됐음. 짱뚱이에게도 간간이 연락오기는 하지만 
    아무도 짱뚱이와 오래 연락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음. 짱뚱이의 절친은 아예 쌩깠다고 했음. 나는 왜 짱뚱이와 멀어졌냐는 
    다른 애들의 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고 많은 이의 동정표를 얻었으나 후련하지는 않았음. 응어리 졌던 게 많았다고 생각함

    짱뚱이는 주변 사람들이 연락을 잘 안 해주니 그나마 대꾸해주던 나한테 집중적으로 연락하기 시작함.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들어보니
    결국 그 성격 그대로 한국 학교로 가서 똑같이 행동하다 보니 전학 간 지 얼마 안되어서 왕따가 되었다는 이야기였음
    자기 어떻게 하냐 하길래 뭘 어떻게 하냐고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고 그런 게 없으면 그냥 무시하라 했더니 그게 다냐고 
    정색하고는 뭐라 하길래 "니가 왜 왕따당하는 지 너만 모르지? 나는 알 것 같은데. 너 빼고 다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너만 모르지?" 했음

    짱뚱이는 한 번도 내가 지한테 공격적으로 말한 적이 없단 걸 알기에 말이 없었음. 그러다가 하는 말이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냐 였음

    한 번 말문이 트이면 청산유수라고 속에 담아놨던 이야기들을 꺼냈음. 찌질했겠지만 화가 났고 어렸어서 주체할 수가 없었음

    "나도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아니었잖아. 니가 뱉은 말을 니가 기억 못하니? 나는 너가 내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나 니 꼬붕이라면서. 그 순간부터 우린 친구 아냐 적어도 넌 내 친구 아냐" 

    흥분해서 우다다 말해버리니까 짱뚱이도 뭐라 하기 시작했음. 장난인데 그걸 진담으로 받아들이냐. 그럼 여지껏 계속 지 속이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냐. 배신이다 어쩌고 저쩌고. 짱뚱이가 흥분하면 나는 더 흥분해서 더 크게 말함. 마지막 등굣날에 종이 한 장에
    세줄씩 써놓고 간 사람이 친구가 뭔지는 아느냐고 그 곳에서 친구가 뭔지 배우고나 왔음 좋겠다고 하고 끊음

    그 뒤로 연락이 그렇게 끊어지나 했더니 짱뚱이한테서 의외의 사과문자가 옴. 대부분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변명이었음. 자기는
    몰랐다 그래서 너한테 배신감이 크다 어쩌고. 사과문자인지도 모르겠음. 그래놓고 마지막에는 자기 지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문자로 마무리했음. 병신같았던 나는 또 에휴 하면서 나도 화내서 미안하다고 답장하고 연락을 끊음

    그렇게 풀리는 듯 싶었으나 2차 병크는 내가 대학입시준비로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터짐. 나는 중국과 한국의 학제가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이 1년을 꿇고 들어갔고 짱뚱이는 당시 수험생이었음. 내가 한국 간다는 건 또 누구한테서 주워들은 건지
    짱뚱이는 또 나에게 활발하게 문자하기 시작했음. 짱뚱이는 내게 어디를 목표로 하냐 물었고 나는 인서울 명문대들을 나열했음
    그리고 짱뚱이에게는 '니가?ㅎㅎ' 라고 답장이 옴. 멍청이에게는 약이 없음. 매가 약이지. 사람 빡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짱뚱이는 훌륭하게 어그로를 끌어줌. 어그로를 끌어준 짱뚱이는 그 해 이름만 들어도 아....하는 대학에 들어가 한 동안 잠수를
    탔고 짱뚱이의 어그로에 버프받은 나는 지나가던 택시기사 아저씨도 칭찬해주는 인서울 명문대에 합격했음

    간신히 커트라인이었던 건 안비밀

    대학합격을 조회해 본 그 날 나는 바로 짱뚱이에게 문자로 나 ㅇㅇ대 합격함!!!! 을 보냄. 짱뚱이에게는 몇시간 뒤에
    'ㅊㅋ ㅋㅋ' 를 답장받음.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음. 모든 걸 보상받은 기분이었음. 짜릿해. 역시 사이다가 최고야!

    하여튼 그 뒤로는 잘 연락하지 않음. 가끔가다 서로 생일이거나 명절 때나 안부를 주고받긴 함 (페북으로)

    짱뚱이는 대학에 가서도 왕따 당하고 동기들과 싸우고 해서 친구가 거의 없는 걸로 암. 그걸 페북으로 떠들고 다녀서 후폭풍을
    몰고 다님. 그러다 나나 전 룸메들이나 친구들이 해피한 일상이나 친구들하고 여행가거나 한 사진을 올려놓으면 꼭 자기 신세 한탄을
    하는 그런 얘길 페북으로 끄적임. 슬픈 건 아무도 좋아요나 댓글 달아주는 사람이 없음. 외롭게 글만 덩그러니... 

    올 초에는 내가 급작스럽게 유학 퀘스트를 받게 돼서 주변에 알릴 새가 없는 지라 페북으로 글을 올렸더니 짱뚱이의 페북에 
    장문으로 글이 올라옴. 대충 '내가 중학교 때 친구라 생각했는데 배신한 애들이 행복해보이니까 너무 슬프다. 너희들도 똑같이 아팠으면 
    좋겠다 내가 아팠던 것처럼' 이 내용임. 그걸 보고 짱뚱이의 베프였던 애가 '적어도 넌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라고 댓글을 달아서
    그 글은 사라짐. 그러나 우리 단톡방에 누군가가 캡쳐본을 올려서 짱뚱이는 아쉽게도 동창회 명단에서 아웃됨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으나 거기서 사정은 매한가지인 듯함. 그래도 대학원 가고 나서는 스스로가 뿌듯하다는 글이
    가끔 올라왔는데 요즘 올라오는 글은 후회나 슬픈, 우울한 글들을 공유하는 게시물밖에 없음. 내 룸메들과 나는 다 유럽권으로
    유학이나 교환을 왔는데 우리 생활 사진들 올리는 날에는 꼭 짱뚱이 페북 담벼락에 '나쁜사람들이 더 잘 산다더니' 등의 
    정신승리 피해자 코스프레 류의 글이 올라옴. 여전히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전혀 없음. 그렇게 친구의 소중함을 가벼이 보던 짱뚱이는
    동창회 때 동창들끼리 만나면 꼭 한 번씩 까고 지나가는 추억의 오징어가 됐음. 메데타시 메데타시!

    쓰고 보니까 의식의 흐름이라 두서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게다가 사이다도 아닌 것 같지만 어쨌거나 지금 행복함
    짱뚱이가 하도 무시했던 지라 어떻게든 짱뚱이보다 성공하겠다고 마음 먹어서 지금의 내가 된 것 같음. 어떤 의미로 보면 좋은 친구임
    피곤하고 지칠 때마다 오기를 선사해 풀회복시켜주는 엘릭서같은 친구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저는 이만 남친이랑 새벽운동하러 ^^ (방패막이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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