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래 요약 있어요.
출산 예정일이 지난 상태였고 조산원에서 자연주의 출산 하려고 교육도 받고 그랬어요.
예정일 이틀 후인가 새벽부터 오전까지만 진통하는 가진통이 있었고, 그 다음날은 새벽부터 오후까지 꽤 규칙적인 진통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조산원 가서 모니터링 했더니 자궁문이 겨우 1센티 열렸더군요. 가진통일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 다음날까지 계속 아프고 규칙적인 진통이 왔어요. 가진통이라기엔 규칙적이고 무척 아픈..
그래도 혹시나 가진통일까봐 잠한숨 못자고 참다가(정말 힘들었어요..) 다음날 새벽 조산원에 갔더니 자궁문 3샌티가 열려서 드디어 조산원 입원하고 계속 진통을 견디면서 출산을 기다립니다.
진통 느낌은 아랫배를 칼로 쓱쓱쓱쓱 자르는 느낌이었구요, 진통 강도가 정말 세고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곧 아기를 본다는 기대로 참고 또 참았죠. 조산원에서 총 여섯시간 정도 그렇게 진통하는 동안 중간중간 자궁문이 열렸는지 보니 총 5센티 정도 열렸다더군요. 진통으로 인해 자궁이 수축하면서 몸이 분만 준비를 하는거죠.
근데 문제는 아기가 골반쪽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계속 너무 위에 있다는거에요. 즉 자궁문이 열리고 진통의 강도는 세져도 아기가 안내려오니 출산이 어려운 상황. 조산원에서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아픈 배를 부여잡고 대학병원으로 갔어요. 정말 이때는 너무 아파서 막 울면서 갔답니다.
진통 강도는 걷잡을 수 없이 세지는데 아기는 내려오지 않아 억지로 양수를 터뜨렸구요. 그 상태로 또 다른 양상의 강한 진통을 하면서 버팁니다. 좀만 참자, 좀만 참자, 곧 출산할 수 있을꺼야라고 생각하며 참았어요.
진통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그 강도도 세져서 제 아랫배를 절단하는 느낌 + 항문과 허리가 뒤틀리는 느낌이었어요. 병원에서 분만할 땐 진통을 없애주는 무통주사라는게 있는데 그거 놔달라고 애원해서 주사를 맞았어요. 그 주사가 잘 받으면 진통이 많이 경감되어서 무통천국이라는 말도 있답니다.
그 주사를 기다리는 일 분이 한 시간 같이 길게만 느껴졌어요. 그 사이에 진통이 더 짧은 간격으로 계속 이어졌으니까요. 결국 무통을 맞았는데요. 어땠냐면... 저에겐 효과가 없었답니다. ㅠㅠ 진통은 계속 이어졌어요.
자궁은 70퍼센트 정도 열리고 진통은 점점더 심해졌어요. 그러다가 아랫배랑 항문쪽에 힘이 들어가면서 애기를 밀어내는 듯한 진통이 시작됐어요!! 양수를 터뜨리고 한시간쯤 지난 후였고 저는 내심 이젠 거의 끝났구나 싶었답니다. 간호사한테 상황 말씀드리고 아기 위치 확인해봤는데 왠걸.. 아직도 너무 아기가 높이 있다는거에요. 아 정말 절망스러웠어요. 이렇게까지 고통을 참아가며 기다리고 자궁문은 계속 열려 진통이 극심해지는데 도리어 아기는 안내려와서 언제까지 기다려야될지 모른다니. 아기가 내려오는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막연했기 때문에 그동안 견뎌왔던 것들이 무너지고 결국 전 제왕절개를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그것도 결정한거 일분이라도 빨리 수술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수술방도 잡고 마취과에도 연락해서 스케쥴잡고 그러는데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당연한 절차이지만 진통때매 죽겠던 저는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었어요.
진통이 오기 전에 전조증상이 있거든요. 회음부쪽이 살짝 뭉친다고 해야하나? 그거 다음에 허리+꼬리뼈+항문+아랫배가 기차에 뭉개지는것처럼 아파서.. 그 전조증상이 오면 바로 진통이 시작되기 때문에 정말 두려웠어요.
제왕절개 수술 기다리는 시간이 진통으로 너무 괴로워서 아까 맞은 무통주사가 안드니 한번 더 주입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무통주사 기다리는 것도 몇겁년 같은 느낌. 그래서 수술 전에 무통 주사를 한 번 더 주입했는데 역시 효과 없음. 으아아아아악
쌩으로 진통 진통 진통 하며 드디어 수술실로 들어갔어요. 계속 진통하면서요. 척추마취로 했는데 마취가 되니 드디어 진통이 사라져서 살것 같더라구요.
수술이 진행되고 잠시 후에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ㅠ)
아기 보고 인사하고나서 후처치 하는데 발가벗은 상태에서 한 50분 정도 처치를 하니 온몸이 떨렸어요.
그와중에 이틀동안 진통으로 인해 못잤던 피로때문에 하반신 마취로 진통이 사라지자 덜덜 떨면서 수술중에 졸았네요.
결론적으로 고생고생 다하고 결국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자연분만은 고통이 선불, 제왕절개는 고통이 후불이라고 하던데 전 선후불 다 지불했네요.
진통이 너무 극심했다보니 제왕절개 끝나고 상처때매 배가 아픈데 그거 아픈줄도 모르겠구요. 어제 수술하러 들어갈 때 소변줄 꼽고 제모하고 뭐 하고 하는거 부끄러운줄도 아픈줄도 모르겠더라구요.
이틀동안 진통 올때마다 끙끙거렸더니 목이 다 쉬고 부었네요.
아기는 너무 이뻐요. 볼수록 사랑스럽고. 고 쪼끄만게 사람이라고 꼼지락 거리고 울고 그러는것도 넘 귀엽고..
하지만 그저께 진통부터 어제 출산까지의 일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으로 기억돼요. 아기는 넘 좋지만요.
진통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제가 생각했던 출산의 모습이 있었는데 그것과 완전 다른 모습으로 마무리 되어서 좀 아쉬웠어요.
자연주의출산은 커녕 자연분만도 못하고 결국 제왕절개라니;
그런데 다행히 입원실이 모자동실이라 아기랑 같이 있으면서 젖먹이고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어느정도 위로가 되네요.
요약
1.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중이었음.(의료개입 최소화, 산모와 남편과 아기가 주인공인 출산)
2. 예정일이 지나고 진통이 옴.
3. 자궁문 겨우 1센티 열림.
4. 계속 극심한 진통. 잠도 못잠.
5. 자궁문 3센티 열려서 조산원 입원.
6.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가 세지는 진통. 조산원에서 6시간 진통
7. 자궁문이 계속 열리면서 진통이 극심해짐.(배를 칼로 슥슥슥슥 썰어내는 듯한 통증)
8. 자궁문 50퍼센트 진행되었으니 진통만 심해지고 아기가 안내려와서 출산 진행이 안됨. 조산원에서 해줄 수 있는게 없음.
9. 대학병원으로 감. 진통이 너무 강해서 울면서 감.
10. 양수 강제로 터뜨려 아기 내려오는지 지켜봄.
11. 더 강하고 짧은 주기의 진통.
12. 무통주사 요청해서 맞음. 나한텐 효과 없음.
13. 양수 터뜨린 후 한시간 진통하는데 아랫쪽에 힘 들어가며 뭔가를 낳을 것만 같은 느낌.
14. 기대기대하며 아기 내려왔는지 확인.
15. 아기 아직도 너무 위에 있음.
16. 자궁문은 거의 열려서 거의 문만직전 만큼의 짧고 강한 진통(아랫배, 허리 등이 기차 밑에 깔려 짖이겨지는 느낌)
17. 아기가 언제 내려올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
18. 좌절좌절 후 더 이상 진통을 견딜 수 없어서 제왕절개 하기로 결정.
19. 그 와중에 무통주사 요청해서 한번 더 주입했으니 역시 효과 없었음
20. 제왕절개 수술 후 아기 나옴. 눈물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