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한반도는 이례적인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력 증가로 인해 매우 따듯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기상청은...
-한반도의 1월 기온은 예년에 비해 10˚C 가량 높아지겠으며..
-한반도 겨울기온의 상향에 따라 식생의 북한계선이 올라가 많은 열대성 식물들이 한반도 남부 지방에...
-"어휴~이 놈의 바퀴벌레때문에 미치겠어요. 크기도 크기지만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사람을 괴롭히니.."
이와 같은 열대 지역 곤충의 남부 지방 대거 이동에 대비하여 주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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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보입니다. 2012년 1월 현재, 적도기단의 이상기류 현상으로 열대성 저기압이 북상하고 있으며...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겨울에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겨울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결빙되어야 할 수증기들이 그대로 지표면에 떨어져...
-한반도의 현재 겨울 습도는 70%에 육박하여 각종 열대 이끼들이 건물의 외벽을...
-영동지방의 농작물들이 충해에 의해 잇따라 흉작을 기록하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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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엔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지구 온난화'의 당연한 현상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작물의 북한계선이 증가함에 따라 열대성, 난대성 식물이 한반도에 대거 상륙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열대,난대성 식생에서 기생하는 각종 곤충들 또한 한반도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는 한반도에 거주하기 시작한 이 '불청객'들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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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급품은 아직 멀었나..."
"남은 식량도 이제 바닥이에요."
"그렇다고 저 벌레들을 헤치고 군부대에 다녀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제기랄!!!벌써 한달 째요! 보급이 오긴 오는 거요?"
"온다고 믿을 밖에..."
"미친..이러다간 다 굶어 죽게 될거요!!벌레에게 죽으나 굶어죽으나 매 한가지겠지.
내가 갔다 오겠소!"
"그러다가 죽은 사람들이 벌써 몇명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요?"
"젠장! 밑져야 본전이지."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덩치가 우락부락한 사내는 주위 사람들의 외투를 주섬주섬
껴 입은 후, 문 앞에 섰다.
"후..거 뭐 무기로 쓸만한 건 없소?"
"그런건 이미 애저녁에 사람들이 가지고 나갔지. 돌아오지 않았으니 있을 턱이 있나.."
"젠장할! 그래봤자 벌레들인데 까짓거 맨손으로 잡아오겠수다!"
우락부락한 사내는 조금 긴장이 되었는지 문 손잡이를 꽉 잡았다. 분명 등에는 땀줄기가 흐르고 있으리라..
잠시후 사내는 쏜살같이 문을 열고 밖을향해 치달았다.
건물의 구조는 외벽이 모두 강화유리로 되어있었던 탓에 바깥 상황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뻔한 결과였다.
밖을 향해 내달았던 그 사내는, 탈출을 시도했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가자마자 바퀴벌레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통상의 바퀴벌레보다 10배는 커다란 그 것들의 공격 앞에선
그의 육중한 덩치마저도 아이의 좁은 등과 같아보였다.
10초.
벌레들이 그의 몸을 분해하여 백골로 만드는 데에 걸린 시간.
"휴..그러길래 나가지 말래도..."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보급품이 올거에요 곧!!라디오에서도 그렇게 나왔으니까요!!"
호리호리한 여성은 라디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치 주문이라도 외우는 듯이 소리쳤다.
사실 저 라디오가 고장난 지는 두 달이 지났다.
결과적으로 저 여성이 말한 라디오 정보는 이미 두 달 전의 정보일 뿐이었다.
두 달이 지나도 도달하지 못하는 군부대..
이유는 두가지 뿐이리라..
그들역시 저 포악한 식인벌레들에게 그들의 육신을 보급품으로 바쳐버렸거나
처음부터 여기에 올 생각이 없었거나..
"앞으로 남은 식량이 얼마나 되죠?"
"3일."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목소리를 내는 칼로리조차 아까웠다.
"3일이면 아직 희망이 있네요!!!"
멍청한 새끼야..자꾸 칼로리 소비하게하지 말란말이야.
"열 사람이 하루에 한 끼씩만 먹는다고 가정할 때."
희망적으로 사람들응 향해 외쳐대던 남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머저리 자식.. 그래 지금 상황에선 그딴 썩은 표정이 어울리는 거라고..
다들 아무 말이 없다. 그들 역시 우리가 여기서 살아나갈 방법은 전무하다고 느꼈음이 틀림없다.
단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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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러지마!!!"
"미안하네..하지만 자네가 여기서 제일 덩치도 크고 먹기도 많이 먹지 않았는가..
벌레들의 보급품이 될 바에야..."
"미..미친 자식들아 꺼지라고!!! 으악!!!!!"
6명...
6명 더하기 4명은 6명..아이러니하군..
우리들의 '보급품'이 되어준 덩치큰 4명의 사내들은 지금쯤 우리들의 대장에서 물컹물컹한 무언가로 바뀌고
있겠지..
뭐 나는 워낙 호리호리한 체격이라 잡아먹힐 위험따위는 없을 거다. 나같은거 죽여봐야 뼈밖에 더 나올까..
"이..이러지마세요..오늘은 더이상 힘들어요.."
"그런게 어딨어 이년아! 이리와!"
"꺄악!!"
여성의 머리채를 질질 끌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남자.
미친 새끼들..배가 부르면 다른 욕구가 끓어오르는 법이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딴 생각이 든다니..
"도..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하는 거죠..."
안경을 쓴 남자가 울먹이며 나에게 묻는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머저리자식아.
"글쎄요."
"난...난 이번에 사법고시를 패스했어요..이제 드디어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릴 수 있었는데..."
안경을 쓴 남자는 이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고난과 역경을 무릅쓰고 얻어낸 효도라...
눈물 나네 시발. 먹을 물도 없는데 왜 눈물은 흘리고 지랄이야.
안경 쓴 남자의 말에 화장실로 들어간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나를 제외한 3명의 사람들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구만...물 없다고 미친 양반들아
나 역시 부모님과 친구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으나 그들만큼 나약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잠시 가슴한켠이 아팠을 뿐..
나는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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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 때 숨겨놓은 초콜렛 어디있냐고 이 늙은 영감탱이야!!!"
-퍽 퍽 퍽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있는 자리엔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식욕, 성욕을 모두 채운 우리들 역시 그러한 사회의 고리에 묶여있을 수 밖에 없었다.
비록 6명 뿐이긴 해도 말이다.
덩치큰 사내는 그의 원초적 힘을 앞세워 우리들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2명의 여자는 모두 그의 성 노리개감으로 전락했으며
3명의 남자는 그의 샌드백, 노예에 불과했다.
"학력? 돈? 조까라고 해.큭큭. 여기선 힘 센 내가 왕이야, 알겠어? 꼬우면 밖에 튀어 나가서
돈이나 졸업장 가져오던가!! 내가 뒤 닦는데 이용해줄테니, 낄낄낄."
....어딜가나 대가리가 미친 새끼면 사람들이 고생하는 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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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당하고만 살 겁니까?"
"난..난 도저히 못하겠어요..아파요 너무.."
"음식을 뺏기는 것도 한 두번이죠! 이제 저번에 죽인 고기도 떨어져가는데.."
"...죽입시다."
왜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더이상 샌드백이 되는 것도 귀찮았고, 식량도 필요해서랄까..?
뭐..저 자식에게 맞아서 부러진 오른 팔이 욱신거리는 것도 한 몫 했을테지...
"...언제 죽일 겁니까?"
안경을 쓴 사내가 조용한 어투로 나에게 물었다.
호오..저 안경잽이..의외로 행동파였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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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원은 5명이 되었으며, 식량은 늘어났다.
권력에 의한 투쟁.
그 결과로 얻은 자유.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이 사회의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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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거 너무 드시는거 아닙니까? 난 뭐 먹으라고."
나는 두려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면상을 가볍게 발로 밀어버리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얼굴을 난자하던 사내의 주먹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안경 잽이 너 이새끼야. 뭐 고시패스? 부모님? 염병하네."
입에는 사내의 손가락을 입에 문 채로 안경잡이를 향해 걸어갔다.
정말 즐거운 유흥거리임에 틀림 없었다.
"살..살려주세요.."
"누가 죽인다고 그래~ 널 지금 죽이면 난 뭐 가지고 놀으라고 큭큭. 죽기 전까지만 때릴테니 걱정마."
-퍽퍽퍽
"꺄악"
나의 무자비한 폭력에 고개를 돌리는 년들....
시발 또 나를 흥분시키는 구만..
"야 니들. 이리로 따라와. 좋은 말 할때."
나는 여자들에게 눈을 흘기고선 안경잡이의 머리통을 발로 후갈궈준 후에 화장실로 향했다.
식욕, 성욕, 권력욕...
이제야 권력을 얻으려고 아웅다웅하던 윗대가리 분들이 이해가 갔다.
좋네.. 권력이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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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좋다.
권력은 사회 위에서 존재한다.
고로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권력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더이상 내 주위에 남은 '사회'란 없다.
나와 함께하던 그들은 모두 죽었다.
나에게 맞아서 죽고
늙어서 죽고
더러운 내 성욕에 못이겨 벌레들에게 죽었다.
난 혼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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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그래도 지구 종말의 날 치고는 날씨 한번 따듯하겠구만."
혼자 된지 며칠 때던가...아아 이젠 기억조차 안난다.
나는 죽은 사람들의 옷을 하나하나씩 껴 입은 후에 문 앞에 섰다.
탈출에 성공한다면 좋겠지만...실패해도 그 뿐..
지구 최후의 인류는 새로운 인류를 향해 마지막 한걸음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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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지구..
'사람'이었던 것에서 피어나오는 썩은 악취와 진물들에선 구더기가 아둥바둥거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뜨거워진 지열과 태양열을 견디기 위해,
바퀴벌레들을 비롯한 벌레들은 점점 그들의 표피를 딱딱하게 진화시켰다.
그렇게 그들은 딱딱한 갑주를 얻게 되었다.
그들은 또한 쏟아져나오는 태양열을 피하기 위해 그들의 표면적을 최대한 줄였다.
그 결과, 그들은 딱딱한 갑주를 가진 납작한 생물이 되었다.
마치 삽엽충 처럼....
그렇게 그들은 '인류의 진화'를 다시한번 답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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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끝이야?"
"네..."
"그러니까 니 말은 저 바퀴벌레가 지구를 멸망시킬 것 같아서
수업중에 저걸 잡으려고 칠판을 향해 책을 집어던졌다는거지?"
"네.."
"나가 임마"
한국지리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 의자를 들고 복도로 나갔다.
복도는 겨울인데도 후끈후끈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의자를 들고 벌을 서려니 온몸에서 땀이 흐른다.
"젠장...왜 이렇게 더워..."
의자를 들고 있는 내 눈 앞으로 바퀴벌레 한마리가 휙 지나간다.
조금 크기가 커진 것도 같은데.....
"지구 온난화는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복사에너지가 증가해서 대기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인데.."
뜨거운 복도 사이로 지구온난화를 강의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출처
웃대 - hero창정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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