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올라간 시장스시에 분노하면서 스샷을 보다보니 문득 초밥이 먹고 싶어 지더군요.
마치 악을 가까이 할 수록 악에 물드는 배트맨의 심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회라도 먹을까 싶어서
집 앞 횟집에서 광어회를 사오기로 결심했습니다.
근데 좀 더 생각해보니,
애플에 펜을 꼽으면 애플펜이 되는 것처럼
광어회 밑에 밥을 놓으면 광어초밥이 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광어초밥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준비물은 2인이 먹는다고 가정할 때,
묵은김치 반포기 / 양파 반개
식초 2밥숫갈 / 설탕 두밥숫갈 / 소금 '1/2티스푼' / 참기름 1밥숫갈
햇반 2개(210g)
광어회 2만원어치
광어회와 햇반 빼고는 다행히도 다 집에 있는 재료들이었습니다.
둘이 먹는다면 광어회는 2만원어치만 사면 충분한 듯 합니다.
전 3만원어치를 사왔는데 다 만들고나니 1/3이 남더군요. 결국 못 먹고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사 놓은 광어회는 냉장고에 넣어 둡니다.
1) 식초밥 만들기
햇반은 210g짜리 2개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만 돌렸습니다.
초밥용 밥은 밥알이 고슬고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상 돌리면 안 될 것 같았죠.
그리고 인터넷을 참조하여,
보울에 '밥수저'로 식초 두스푼, 설탕 한스푼,
'커피용 티스푼'으로 소금 1/2티스푼 넣었습니다.
여기에 전자레인지에 돌렸던 햇반 2개를 넣어서 주걱으로 잘 섞어 주었습니다.
섞을 땐 밥알이 뭉개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주걱을 수직으로 세워서 눌러주면 됩니다.
그럼 아래와 같이 식초밥 완성
2) 위 식초밥을 적당한 크기로 뭉친다.
이걸 미스터초밥왕에서 배웠던 일수법을 이용하여 적당한 크기로 뭉쳐줍니다.
밥알과 밥알 사이에는 공기가 들어가야 하고, 뭉개지면 안 됩니다.
그리고 한 쪽에 식수를 담은 그릇을 놓고 자주 손을 물에 적셔줘야만 밥알이 손에 달라붙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가 얼굴에 점 찍듯이
연와사비를 조금씩 아래와 같이 발랐습니다. 사백안처럼 보이면 정상입니다.
3) 양파 반개를 얇게 썹니다. 묵은지를 준비합니다.
묵은지 반포기는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참기름 2/3밥스푼, 설탕 1밥스푼과 잘 버무려준 뒤
강한 불에 약 45초~1분간 익혀서 고분고분하게 만들었습니다.
묵은지는 길쭉길쭉하고 얄쌍하게 잘랐습니다.
4) 자 이제 아까의 식초밥 위에 양파를 올리고, 묵은지를 올렸습니다.
5) 마지막으로 아까 사온 광어회를 뜯어서 두툼한 광어살을 초밥 위로 올렸습니다.
그럼 광어초밥 완성!!
횟집에서 준 간장과 초장, 와사비를 이용해
취향에 맞게 뿌려서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면 끝.
초밥을 쥘 때 공기반 밥알반을 준수했다면
젓가락으로 집을 때 초밥이 파괴될 수도 있으니
본인의 실력에 자신감이 없다면 무리하지 말고 숟가락으로 들어서 먹는 것도 방법인 듯 합니다.
전 자신감이 없어서 숟가락으로 집었습니다만
젓가락으로 집는다고 해서 꼭 파괴되는 것은 아니었다는 걸
믿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완전 맛있습니다.
회가 초밥용으로 썰어진 게 아니라 좀 두텁긴 하지만
'주방장이 회맛을 더 느끼라고 일부러 두텁게 썰어 올려줬구나. 고맙네.'
라고 생각하며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단골이라고 서비스 하나 더 넣어준 기분이죠.
맛을 설명하자면,
양파와 김치가 느끼함을 잡아주고, 여기에 간장과 와사비가 달착지근하면서
알싸한 맛을 내줘서 매우 조화롭고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맛입니다.
개인적으론 초밥전문점이 아닌
삿뽀로같은 일반 일식집에서 나오는 초밥과 별 차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원없이 먹을 수 있으니 더 좋았죠.
이렇게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광어회 2만원 + 햇반 2개 1700원+양파 반개 300원으로 총 22,000원이 들었습니다.
초밥은 총 22개를 만들었으니 초밥 한 조각당 1,000원 꼴인 셈이었네요.
회전초밥집과 큰 차이가 없으니 앞으론 회전초밥집 가서 먹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