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이니 이제 공부 만 하겠다며 글을 남기고 보니 선량하신 오유분들의 말씀으로는 너무 공부만 하는것도 안좋다며
가끔 쉬러 들어오는것도 괜찮다고 말씀하시니 정말 글만쓰겠다고 다짐하고 오유를 들어와서 글쓰기 창을 띄워놓고
한 30분 쯤 지나 정작 내가 지금 하고있는걸 보면 결국 빈둥거리는것이다.
사실 이 빈둥거리기가 알면서도 멈출수 없는게. 참 의미없이 마우스몇번 움직이다가 이사이트 돌아다니다 저사이트 돌아다니면
이번엔 그 사이트 생각이 나고 그사이트 돌아다니다보면 이제 미뤄둔 웹툰이 생각나고, 보고싶던 만화가 떠오르고, 보고싶었던 만화를 뒤적거리다가 우연치않게 엔하위키에도 들어가 보고 오 이런것도 있었구나 하고 또 뒤적뒤적 거리다보면 어느새 2시간은 훌쩍 지나가있다.
이게 굉장히 멍청해 보이고, 실제로도 멍청한 짓이지만 막상 하고있을때는 의외로 상당히 재밌다.
물론 끝나고 나서 몰려오는 자괴감은 알아서 처리해야겠지만은,
어쨌든 간에 하고있을때는 재밌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내가 되게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때도 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빈둥거리는건 왜 그렇게 재밌나?
혹시 나만재밌는건가? 하고 궁금해보면, 그건 또 아니다.
올해 영어 수능특강 교재에 나와있는 지문중 " 대중들의 의미없는 대중매체 소비 " 를 주제로 하는 지문이 있다.
내용은 즉, 대중들이 매체를 이용할때, 목적의식을 갖고 하는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의 매체 소비의 원인은 습관적이거나, 혹은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랬다는 내용이다.
다시말해서 걍 심심해서 한번 TV틀고 죽치고 앉아있거나, 아니면 컴퓨터 틀어서 마우스 몇번 클릭 클릭 하고있다는 얘기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이런 빈둥거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나뿐 아니라 대부분 현대인들이 그렇다는 점에서 안도감 아닌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자 이제 " 빈둥거림이 재밌다 " 는 몹쓸 병은 온세상에 퍼진 만성질환임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 빌어먹을 빈둥거림은 왜 그렇게 재밌냐는것이다.
중학교 도덕시간에 졸면서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사람은 놀이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그런 내용이 있었던것 같다.
놀이와 일이 하나가 되어서 일을 즐기는 경지가 덕업일체라던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걸 배웠던 기분이 든다.
또 사람은 일만 하며 살아갈 수 는 없다는 것도 들은적 있다.
아무리 자기 일이 좋다고 하더라도, 따로 놀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프로게이머가 그 예로써 아주 적합하다.
이것도 도덕 시간에 들었던건데. 평소 때는 졸다가 게임얘기만 나오면 참 잘도 듣는것 같다.
예전에 도덕선생님이 가르쳤던 학생중에 스타 선수가 꿈이던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그 학생은 정말 프로게이머가 너무 하고싶었고, 게임쪽에 재능이 없던것도 아니고, 스타도 무진장 좋아 한다더라.
그래서 부모님과도 진지하게 상담해본결과, 그렇게 하고싶으면 하라고 허락도 받았다더라.
대신, 조건이 있었다.
프로게이머를 직접 만나서 그 직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라는것이다
물론 그 학생도 그 조건에 대해 찬성했다,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었고 프로게이머를 만나서 조언을 받는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만나러 가서 들은 말들은
그 학생이 프로게이머의 길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직접 만났던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 게임이 일이 되니, 재미가 없어졌다 " 고 했다고 한다.
결국 학생은 프로게이머로서의 열정을 공부에 쏟았고 인서울에 좋은 학교를 갔다는 후기.
물론 아닌 사람들도 꽤 보인다. (롤에 페이커라던가, 고전파라던가, 갓전파라던가, 페이커 센파이라던가, 이상혁 선수라던가 등등)
그렇지만 보통은 놀이가 일이되면, 지치게 된다는것이다.
결국 우리는 일이 아닌 다른 놀이 수단이 필요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바쁜 일상속에 지쳐서 쓰러지기도 바쁜 서민들에게 평일에도 할 수 있는 보람차고, 생산성있으며,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하고, 심지어 건전한데다가, 재미까지 있는, 간단히 할 수 있는 놀이 수단이 있을까?
없다, 보통이라면 거의 없다 라고 하겠지만. 단언컨데 이건 정말 없다. 혹시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서민인지 다시한번 돌아보도록 하자.
그나마 생산성 있는 놀이 수단 정도만 생각해보자. 그림그리기, 글쓰기, 종이접기 정도? 아니면 프라모델 조립도 괜찮다.
프라모델 조립은 평일에 하기에는 고도의 집중력과, 시간을 요한다. 글쓰기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 쳐도 (물론 아니다) 얘도 머리 쥐어 짜도록 만드는데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 그림그리기는 해본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지친다.
그럼 재밌는 놀이 수단은 뭐가 있을까? 대표적으로 게임이 있을것이고, 남자라면 축구나 농구 등 스포츠쪽으로도 괜찮다, 사람에 따라 위에서 언급했던 것들이 재밌 을 수 도 있다.
근데 본래 사람은 경쟁적 요소가 포함되어있는 놀이로부터 재미를 얻는다.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심리로부터 재미를 얻기도하고, 남들보다 우위에 있지는 않더라도 좀 더 성장했다는 부분에서 재미를 얻는등, 거의 경쟁이 필수요소로서 자리잡고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쟁은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안된다.
롤하는사람들은 알겠지만 스트레스 해소 하겠다고 게임한번 켰다가 마지막 게임 지고나서 컴퓨터를 끄면 그날 잠은 다잔것이다.
그럼 이제 남은건,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한 잠자기, 웹툰 보기, 인터넷서핑, 아니면 뭐 가볍게 책을 읽는다던가 정도 가능할것이다.
잠자기는 놀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고, 책읽기, 웹툰보기, 인터넷 서핑 쯤 남았다.
책을 따로 구비해서 읽는 사람들도 있다만, 보통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결국 현대인들에게 남은 놀이 수단은 그냥 휴대폰 만지작 거리는것 뿐이다. 휴대폰 중독이 심각하다고 말로만 그러지만
정작 고달픈 현대인들을 휴대기기 중독자로 만든건, 우릴 바쁘도록 만든 시대의 탓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공부하기싫어서 빈둥거리는걸 합리화 하는 개소리다,
공부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