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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88772
    작성자 : 피치카
    추천 : 1
    조회수 : 483
    IP : 182.213.***.64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1/08/03 02:23:11
    http://todayhumor.com/?gomin_188772 모바일
    정든 고민게에 이제 자주 못오게 되는게 고민
    좋은 분도 많이 알게 되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고
    좋은 생각도 많이 하게 해준 오유 고민게에게
    작별인사를 남깁니다

    게시판아 고마워
    게시판에 사는 여러분에게도 고마워요
    오유를 만든 운영자님도 고마웠습니다


    항상 가슴의 통증과 함께 했던 지난 세월,

    아무 생각도, 아무 꿈도 없이 침대에 누워 빛바랜 천장을 보는 것만이 전부였던

    가끔 창밖으로 떨어지는 비와 새의 날개짓만이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접점이었던

    소리라도 듣고 싶어 문을 열어놓으면, 행여 몸이 나빠질까 금새 닫혀지고 말던

    나의 세상은 메마른 눈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10미터도 되지 않는 나의 세계.

    언젠가 세상을 놀라게 할 유명인이 될거라던 그때의 어린아이가

    이런 세계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었을까요.

    감상적이라는 느낌도 잊어버릴 만큼

    케케묵은 이 돌무덤 안에서.

    이제는 다시 되새길 일 없을 것만 같았던 옛날 추억을 회상해봅니다.


    가난했었고, 미움받았고, 버림받고, 이용당했지만

    나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었고,

    나를 이해해주는 연인이 있었고,

    나를 인정해주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사랑했고, 사람을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사람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95년 여름. 그때의 매미울음소리로부터.

    기억해내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나는 영웅을 꿈꾸었습니다.

    힘들고 지쳐, 세상이 나를 미치게 만들때마다.

    세상이 부모님을 빼앗고 나를 발로 걷어차며 비웃을 때마다.

    내 주변 모든 것들로 하여 나를 비웃게 할 때마다.

    나는 다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뻤습니다.

    나 정도 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라고,

    내가 아니면 견딜 수 없기 때문에,

    하늘은 다른 사람 대신 내게 겪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미쳐갔던 것 같습니다.

    정신세계는 온전히 폐쇄되어, 그 무엇도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홀로 잘 곳이 없어 길거리를 방황하며

    매번 다른 빌라의 계단에서 바람을 피하며

    잠이 들다가도 사람의 발소리에 놀라,

    황급히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듯 걸어내려갔습니다.

    너무 추운 겨울때에는 덜덜 떠느라 잠도 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돈이 없으니 밥도 먹지 못했습니다.

    그게 나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급식을 주는 것으로 살았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무조건 굶어야 했었습니다.

    친구집에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눌러 붙는 것도

    나이를 먹을 수록 힘들어졌습니다.

    중학교 2학년 3학년 쯤 되었을 때에는

    친구들의 부모들이 다들 깐깐한 탓인지

    잠을 자는 것도 불가능했었습니다.

    가끔 우연히 만나 점심을 얻어먹는 걸로 버텼습니다.

    그리고 16살이 되어, 겨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시외의 작은 공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부터, 나는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부조리한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외로움과 슬픔으로 지샌 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세상이 원래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 거라면,

    내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생각은 기나긴 세월동안 나의 머릿속을 지배했고,

    나를 공격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타인과 조금 다른 특이한 어린시절의 경험으로,

    나는 스스로의 계획을 향해 승승장구했습니다.

    수많은 장애와 재해가 있었지만, 그정도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장난이었던 모양입니다.

    나를 계속 지켜보던 저 하늘위에서, 내가 떠는 재롱을 보기위한.

    그렇게 생각하면 피해망상이 되겠지만, 그땐 그렇게 느꼈습니다.


    뜨겁고, 숨막히던 95년 여름, 저는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키가 굉장히 크고, 무식하게 생겼지만 사실 똑똑할 것 같은 인상의 남자입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한 거지꼬마와 사귀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학년이 오르자 주변의 시선때문에 거지를 유령으로 대했던 사람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길 바랬고, 그 사람은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민감했던 나는, 성적소수자에 대해 아무런 편견이 없었습니다.

    그건 한창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웠던 초여름날 밤,

    처참히 짓뭉게지고 말았습니다.

    마침 새 직장을 구해 안락하게 에어컨 맞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

    돈을 벌수 있던 그 해는 특별히 즐거웠던 기억이 많았고,

    가장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 남아있는 시간입니다.

    생일은 아니었지만, 유난히 커다란 케이크가 먹고 싶었던 그날,

    커다란 딸기 케이크를 사서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왼발 왼발,

    오른발 오른발, 하고 뜀뛰며 집으로 돌아가던 날이었습니다.

    항상 놓치던 버스를 바로 타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버스를 놓치는게 좋았을거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랬다면 내 집에서 걸어나오는 그를 보지 않아도 됐겠지요.

    그까짓 30분, 기다려서 버스를 탔다면.

    나는 내 방에서 벌거벗은 채 누워있는 그녀를.

    한껏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그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누구를 미워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겁쟁이 였기 때문에, 자신을 향해 화를 내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모든걸 이해하는 척, 스스로를 기만했습니다.

    그때까지 그래왔듯이, 자연스럽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세상은 원래 그런거야. 그렇게 만들어져 있거든.

    불쌍한 것들. 가련한 것들.

    홀로 세상에 버려져 서로에게 기대며 더러운 몸을 지탱해야 하는

    버러지 같은 것들. 시체를 먹으며 살아가는 주제에 입으로 위선을 토하는

    하등한 것들.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찼습니다.

    그땐 생전 처음으로, 어슴푸레하지 않고 존재감이 생생한.

    심지어 소름끼치는 살기까지 느껴지는,

    귀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정신이 나쁜 쪽으로 기울어지면,

    나쁜 것을 불러들이는 모양입니다.


    돈을 벌어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게 된 이래, 처음으로.

    하지만 차마 반갑다고는 말하지 못한 손님이 찾아온 것은 언제였을까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몇년도인지 잘 모를 그때의 저는 실직자였고

    이상과 꿈을 위해 노력은 해야하지만 뭔가 재미가 없어 계속해야할지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어릴때의 기억과 함께, 어릴때의 시계도 찾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날이었습니다. 물론 어릴때의 시계는,

    땅바닥에서 쳐다보는 그 시선를 말하는 것입니다.

    돌연 죽어버릴 것 같은 심장의 통증과 함께 저는,

    그대로 땅바닥에 곤두박질쳤고. 그동안 발작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그때의 통증은 제게 주마등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서있는 눈높이에서 땅바닥의 눈높이까지,

    떨어지는 동안에 20년이 넘는 스스로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올랐습니다.

    그 중에 가장 길었던 시간은, 어린시절이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부모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를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술에 취해 나를 떄렸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잡혀갔습니다.

    다친 곳에 약을 발라주겠다던 아저씨는,

    쓸떼 없는 걸 발라주었습니다.

    도망쳐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문을 두드렸더니 문을 발로 차는 소리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직접 발로 채일때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또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최근들어 가슴이 자주, 더 아파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의 나는, 착각이라 생각했습니다.



    꿈이 있었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꿈이었지만,

    남에게 말하면 비웃거나, 허탈해하는 꿈이었습니다.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

    나이를 먹으며 꿈은 조금씩 변했지만,

    "동화를 그려서, 아이들이 착한 사람이 되게 할꺼야"

    아무도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동화만이 아니라 청소년이 보는 만화나, 영화도 만들고 싶었습니다.

    착하게 살라는 교훈, 무언가의 메세지.

    그런건 없습니다.

    그저 슬프고.

    그저 외롭고.

    그저 가슴 아프고.

    그저 누군가가 아파하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건 나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누군가가, 많은 사람이.

    나를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걸 그리려고 했던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봄으로 인해 아픔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다시는 그것을 겪지 않도록.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실수하지 않게.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게.


    "자 오늘은 자신의 꿈을 말하는 시간이예요"

    "전 슈퍼맨이 되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폭소합니다. 저도 따라 웃었습니다.

    슈퍼맨이라고 말한 친구는 웃지 않았습니다.

    "왜 슈퍼맨이 되려는거니?"

    "멋지잖아요!"

    "음 그렇구나, 영웅은 멋지지. 약한 사람을 구하고

    나쁜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 좋아, 그럼 다음은.."

    선생님이 저를 지목했습니다.

    딱히 꿈이 없었기 떄문에 빨리 생각해야했습니다.

    하지만 밖에 젖은 모래로 만든 공이 안깨지고

    잘 굳고 있을까 하는 걱정에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생각이 안나니?"

    "에, ..영웅이요.."

    "왜?"

    "약한 사람을 물리치고, 아 아니,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약한 사람을 구해주는 그런 영웅이

    멋있어서요. 하지만 슈퍼맨은 싫어요."

    팬티바람의 영웅은 부끄러웠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한 것뿐이었는데.

    어느덧 그 말은 남쪽의 작은 국민학교에서

    아무생각없이 앉아있던 아이에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정신력의 뿌리를 심어주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운명이었습니다.


    어쩌다 시작한 작별인사에,

    별 재미없는 남의 인생사가 조금 써졌습니다.

    이글을 보는 여러분에게도, 힘든 고난과 역경이 닥치는 일이

    수없이 반복되겠지요.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되니까요.

    영웅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도, 포기하지 않을거예요.

    나를 사랑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미워하는 당신을 사랑하고 마는 나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한번,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1/08/03 10:50:00  121.165.***.253  달리는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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