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사람 아들을 가장한 흔한 비글녀석을 키우는 마블리 닮은 애엄마입니다.
비글이는 사실 머리가 쬐금 아파요. 음.. 아니 세상을 보는 눈이 약간 다른 아이랄까요?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아이입니다.
4살때부터 열심히 주변 7인의 케어로 지금은 일반 초등학교 2학년이죠^^~
요즘 넘나 잘하고 있어서 하루하루 행복해서 밥 안먹어도 배가 부르...지는 않지만 암튼 좋아요.
한살 더 먹었다고 학교에서 가끔 무한 떼쓰기 같은 것도 없어졌고 수업 중에 밖에 나가는것도 안해요.
게다가! 요즘은 혼자서 숙제하고 책도 읽고 완전 잘하고 있죠.ㅎㅎ
어제 비글군은 그림을 그리러 가는 날이었고 저는 회의가 있어서 애아빠가 비글군을 픽업하러 갔더랬습니다.
어제 늦게 와서 정신없이 씻고 잤는데...
아침에 화장실에 비글군의 상큼발랄한 핑크 운동화 (사나이는 핑크!)가 욕조속에 이쁘게 들어있더군요. ㅡㅡ;;
비글군에게 어찌된거냐고 물어보니...
운동화가 오줌을 싸서 목욕중이야.
?? 어?
뭐지?
밖에서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비글군! 이 배신자! 아빠랑 말안하기로 약속했잖아!
비글군.. 규모 7.0의 동공지진..
아니야! 내가 싼거라고 말 안했어! 운동화가 싼거라고 말했어!
오호라...
부자간에 나를 속이는구나.. ㅋ
아침 식사 전 간단한 취조가 이루어졌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편이 어제 비글군을 픽업하면서 화장실에 갔다가 집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비글군이 그림 그리면서 신났던 이야기를 해주는 바람에 화장실 데려가는걸 잊고 집으로 고고씽하였고..
비글군은 엘리베이터에서 그만..
남편은 완전범죄를 위해 경비 아저씨에게 바로 이야기하고 엘리베이터 청소. 비글군은 그동안 집에서 옷과 운동화를 벗고 씻음.
남편은 엘리베이터 청소후 비글군의 옷을 세탁 및 건조. 경비 아저씨께는 박카스로 입막음.
그렇게 완전 범죄를 도모하였으나...
운동화를 빨기전에 둘다 지쳐서 잠이드는 바람에 아침에 범행 발각.
하... 이것들을 그냥..
음.. 모든 자폐아들이 옷에 실수를 하진 않아요. 다만 비글군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놀이에 집중하면 화장실 가는 타이밍을 놓쳐버리는거죠. 주변에서 화장실에 가야하지 않겠니? 하고 환기를 시켜주면 화장실을 잘 다녀오죠.
남편이 미안하다고 하길래 속인것만 사과하면 된다고 했어요. 남편은 단지 비글군이 너무나도 신나게 이야기를 해줘서 화장실에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 없었던거니까요.^^
가끔 비글군이 보통 아이들과 같았다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러나! 지금처럼 사랑스러운 비글이도 좋아요. 아니 지금의 비글이라서 정말로 사랑스러워요.
음..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비글이도 좋잖아요?
비글군! 엄마가 격하게 사랑한다!
p.s. 그리고 운동화에게 사과해야겠네. 고추도 없는 운동화에게 오줌을 쌌다고 누명을... 그럼 돼?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