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위주의 유저 인사드립니다.
날이 날인지라 집에서 스테이크 해주는거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 적어봅니다
편의상 음슴체로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구운 스테이크를 다먹어서 음슴으로 음슴체
몇년전 일인데 스테이크를 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적어봄
때는 2012년 1월, 당시 나는 그 전년도부터 좋은 감정을 가지고 차차 알아가던 남자가 한명 있었음.
호감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한다면,
내가 재미있게 본 애니가 에반게리온인데, 그거 재밌다고 지인들에게 추천하면
'오타쿠같이 그러지마' 라고 뭐라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어서 그런쪽으로는 좀 숨기고(?) 주눅들어 있던 상태였는데
그런 나에게 애니를 몇십편씩 추천해주고 카피해주는 남자를 알게되어서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음
게다가 나는 먹부림이 굉장히 심한 편인데 이남자 밥도 복스럽게 잘먹음
엄마가 내가 밥먹는거 볼때마다 '아유 우리딸 복스럽게 잘먹는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먹어가지고 어떻게 시집가겠나' 하고 끌끌 차는 표정이 눈에 역력하게 보이는데도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않고 참으로 잘 먹음
이 남자의 말로도 보통의 여자들이 '나 엄청 잘먹어요' 해서 같이 밥 먹어 보면 생각보다는 잘 못먹는 경우가 많았다는데
나는 왠만한 장정먹는만큼 먹으니깐 '너는 진짜로 잘먹는구나' 뭐 이런말도 하고 그랬음 그렇게 먹어대는 사람임
각설하고, 하루는 이남자가 '우리집 부모님이 여행가셔서 집에 나 혼자있다. 혼자 있는동안 먹으라고 이것저것 사놓은것 중에 한우등심이 있는데 혼자먹기엔 고기가 너무많다. 언제 같이 먹지 않겠는가?' 라면서 x일이 어떻겠는지 물었음
x일 다음날에는 이사람과 출사를 나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자기집에서 출사지로 이동하기도 편하니 고기 먹고 자고 바로 출발하자는 것임
아니 암만 내가 오타쿠여서 막 나같은사람을 만난게 신기해서 반가운 내색을 하고 그랬더니
내가 순진해보였나? 쉬운여자같아보이나?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이사람도 나를 좀 더 잘 알고 싶고 좋은감정이 있어서 고기를 먹자고 하는건가? 싶었음
참으로 꿍꿍이가 궁금하고 무슨생각으로 이러나 참으로 아리까리했음
게다가 우리집은 소를 키워서 집에서 소고기 잘 안먹고 안구워줌
아빠가 소 눈빛이 자꾸 아른거린다고..ㅜㅜ
게다가 나의 하나밖에 없는 막둥이 동생은 소고기 핏물나오는거 싫다고 고기가 생겨도 안구워줌
명절이라고 소 한마리 잡았다며 꽃등심이 들어와도 안구워주고 미역국에 넣는 집인데
그런 소고기를 여친도 아닌 나에게 구워준다니 이사람도 나를 더 잘 알고 싶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싶고 궁금하고 그런걸까 싶다가도
여친도 아닌 여자를 자기집에서 자고가라는건 무슨생각인가 싶었음
결국은 이사람 집에 가서 고기를 먹기로 하면서 잠자는건 사양했음
나만 얻어먹으면 좀 그러니 나도 간단하게 스팸김밥이나 싸서 가져감
이사람이 고기를 굽는동안 이사람은 나에게 왜이러는걸까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던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안남
고기를 언 상태에서 구웠더니 고기 속이 슬러시여서 몇번을 다시구웠더니 오래걸렸고 웰던으로 구워졌다 했음
둘이서 한우 등심 1.5kg과 샐러드 약간, 그리고 스팸김밥을 먹고 다음날 출사를 기약하며 헤어짐
그랬던 이사람의 근황
구남친이 되었다가 가족이 됨
오늘 척아이롤 1kg와 새송이버섯 4개를 짱 잘 구움
읍읍읍이 자괴감 들고 괴로워하던날 새로운 가족 탄생해서는 위의스테이크를 먹고는 이런것도 함
이만 줄임 끝!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