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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19.월요일
딴지 스포츠
"오래 걷는 것, 오래 서 있는 것, 오래 앉아 있는 것, 오래 누워 있는 것, 오래 보는 것
오래 듣는 것 등이 모두 수명을 손상시킨다"
- <동의보감>
이봉주와 심권호 중 누가 더 셀까?
물론 이종격투기로 붙는다면 필자 역시 심권호 쪽에 돈을 걸겠지만
(이봉주가 특급 쟁반 후리기 기술을 구사하지만 않는다고 가정할 때..),
여기서 필자가 말하려는 건 누가 더 체력이 좋은가 하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요즘 마라톤 열풍이다.
운동 좀 시작하려고 주위에 조언을 구하면 '마라톤이 건강엔 최고다.', '살 빠지는데도 특효약(이건 다음에 다뤄주마)이다.'
등등 예찬이 끊이질 않는다.
게다가 흔히들 마라톤 하는 사람이 가장 체력에서도 뛰어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이 부분을 얘기하기 위해선 체력이 무엇이냐는 개념정의가 필요하기에 부루스 에반스와 짐 코레이.
두 명의 코치에 의해 분류된 체력의 10가지 정의를 먼저 인용해 보겠다
(체력이라는 정의도 제한된 하나의 개념이지만 달리 대체할 말이 없어서 일단 이 말을 쓰기로 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알게 모르게 첫 번째 체력의 정의, Cardiovascular(지구력)에 너무 치중한다는 것이다.
각각은 연관성이 있으면서 또한 별개의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지구력 소유자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뛰어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한다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의 수직 점프력과 벤치프레스 능력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장시간의 유산소는 무산소 능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인데, 여기서 잠시 유산소와 무산소에 개념에 대해 집어보자.
이 부분은 쉬워 보이면서도 설명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기에 여기서는 좀더 다른 접근 방법을 사용해 보겠다.
흔히들 말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 형태에 대해서는 3가지로 얘기할 수 있다.
Phosphagen, glycolytic, oxidative pathway 인데 각각은 편의상 P, G, O로 사용하도록 하자.
P는 순간 엄청난 파워 동원 시 표출되는 에너지로, 약 10초 미만 지속되는 신진대사이고,
G는 중간 정도의 파워 동원 시 사용되는 에너지로 몇 분 동안 지속되는 신진대사이며,
O는 가장 낮은 파워로 동원 시 몇 분 이상 지속될 때 사용되는 에너지라 보면 되겠다.
여기서 P 와 G는 무산소 운동이고, O는 유산소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즉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몇 분 동안 중간 정도에서 아주 높은 파워로 지속되면 무산소,
낮은 파워로 몇 분에서 장시간 이상 지속되면 유산소라 부를 수 있겠다
(인간 행동에서 유산소와 무산소는 완전히 떨어져 분리되기보다는 어느 한가지 위주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편리하겠다).
달리기로 따지면 100M, 200M, 400M, 800M까지를 무산소 위주의 운동, 1600M 이상인 주자를 유산소 위주의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잠시 빠트리지 않고 꼭 짚고 넘어갈 얘기를 하자면
달리기와 싸이클, 수영 등은 유산소 운동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무산소 운동이라는 단순한 오류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달리기와 싸이클, 그리고 수영을 빨리 하면 무산소 운동이 되고, 가벼운 웨이트 사용으로 장시간 운동하면 이것 또한 유산소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축구, 야구, 농구, 테니스, 복싱, 이종격투기, 암벽 타기 등 거의 모든 운동은
유산소 능력보다 무산소 능력위주의 운동이라 보면 된다.
도표를 함 확인해 보자.
위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무산소 운동의 장점은 유산소 운동 보다 훨씬 많다.
또한 생각과는 달리 무산소 능력은 유산소 능력을 감소시키기는커녕 더욱 더 강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마라톤에서 기록을 앞당기기 위해 꼭 해야 하는 훈련인 인터벌 훈련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인터벌 훈련이란, 일정거리를 아주 빠른 속도(무산소)로 뛰고 천천히 달리기를 일정횟수 반복하는 훈련이다.
무산소 운동에 의한 유산소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표적인 훈련 방법인 것이다.
유명한 인터벌 훈련 중 하나로 '야소 800'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야소라는 사람이 발견해내서 붙여진 이름인데 원리는 간단하다.
800m 달리기를 10번 반복해서(빨리 달리는 중간엔 그 달린 시간만큼 천천히 달리기가 포함된다) 가장 많이 나온 기록을 체크한다.
가장 오래 걸린 시간이 예를 들어 3분이었다면 실제 마라톤에서 3시간이 걸리며, 2분 59초라면 2시간 59분 걸린다는 이론이다.
보기에는 황당한 이론 같지만 실제 주위사람들을 보더라도 거의 마라톤의 실제 기록과 비슷하게 맞는걸 봤을 때 꽤 신뢰할만한 이론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이 이론이 얼마나 정확한가보다는 결국 짧은 거리를 좀더 빨리 달릴 수 있을 때만 결국 긴 거리도 빨리 달릴 수 있다는,
다른 말로 하자면 무산소 능력이 유산소 능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같은 예로 5km 또는 10km 기록결과로 하프 마라톤뿐만 아니라 풀 코스 마라톤의 기록까지 점칠 수 있는 공식이 있다.
피터리겔이라는 사람이 창안한 이론인데 공식은 다음과 같다.
T2=T1*(D2/D1)1.06
(T1 :현재의 기록, T2: 거리에 대한 예상시간, D1: 현재기록의 거리
D2: 앞으로 뛰고자 하는 목표거리)
복잡하니까 직접계산 하려고 하지말고 러너스 월드 홈페이지나,우리나라 유명 마라톤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자기 기록을 기입하면 저절로 계산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되겠다.
이 공식에 따르면 5KM를 18분 45초에 뛸 수 있다면 풀코스(42,195KM)를 2시간 59분 51초에 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마라톤 아마추어의 꿈인 SUB-3(3시간 안에 풀 코스 마라톤 완주)를 이루려면, 결국 5KM 또는 10KM기록을 앞당기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도 10KM 주자로 활동하다가 처음으로 참여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도 많이 있으며, 마스터스의 제왕 혹은 하프의 황제로
이 바닥에서 잘 알려진 김형락이란 선수도 하프 마라톤에서만 우승하다가 풀 코스 마라톤으로 옮겨와
여러 차례 우승을 거머쥐고 마스터스 풀 코스 신기록을 세웠었다.
필자도 산악마라톤과 울트라 마라톤을 해봤지만 장거리 완주 보다 단거리 기록 단축이 훨씬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0KM를 완주하는 것 보다 5KM를 15분 안에 들어오는 것이 더욱 힘들 다는 얘기가 되겠다
(장거리에 대한 적응은 주말마다 LSD(long slow distance)를 조금씩 늘려 가면 충분하다.
또한 스포츠 과학자들이 말하길 10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풀 코스 마라톤을 완주 할 수 있다고 한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뚜르 드 프랑스에서 스페인의 미구엘 인두라인에 이어 대회사상 두 번 째로 5연승을 한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그는 2002, 2003년 미국 AP 통신 올해의 선수로 뽑힐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필자 역시 상당히 좋아하는 스포츠맨인데 이에 대한 설명을 하기에 앞서 잠시 얘기를 돌려 필자의 인도 여행 때의 이야기를 해보자.
인도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들의 시내 교통수단 중 가장 많이 통용되는 것으로 '릭샤'라는 것이 있다.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오토 릭샤'와 자전거를 개조해서 만든 '사이클 릭샤'가 있는데 필자는 사이클 릭샤가 더 저렴해 보이기도하고 더 재미있을 것도 같아서 사이클 릭샤를 주로 애용했었다.
갑자기 왜 릭샤 얘기를 하냐면, 그들의 자전거 모는 솜씨는 서커스를 방불케 한다.
그 많고 많은 자동차, 오토바이와 사람들을 피해서 긴 거리를 맨발로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이 1년 365일을 자전거만 모는 사람. 그들의 훈련량(?)으로만 보면 분명히 랜스 암스트롱을 압도하는 사이클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뭘까?
왜냐면 그들은 다량의 유산소 운동에서만 뛰어날 뿐이고 암스트롱처럼 무산소 운동(인터벌, 웨이트 트레이닝 등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코첼린지(카약, 산악자전거, 트랙킹, 수영 등등 500km 가 넘는다 - 여기에 참가해보는 것이 필자의 꿈이기도 하다) 또는
서든 트래버스 같은 초장거리 expedition race에서 우승하는 선수들의 훈련 루틴을 봐도 평일에는 무산소 위주 훈련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럼 랜스 암스트롱은 최고의 체력을 보유한 선수일까?
일반인에 비해 훨씬 뛰어나단 얘기일 뿐,
단언하건데 심권호뿐만 아니라 태능 선수촌에서 땀흘리는 어느 이름 없는 레슬링 선수라도
싸이클을 제외한 거의 모든 스포츠분야
또는 어떤 노가다에서도 랜스 암스트롱을 압도할 것이다
(레슬링 선수뿐만 아니라, 조각 같은 몸을 지닌 단거리 달리기 선수, 장대높이뛰기, 멀리뛰기, 허들 등등 또는 체조선수 등도 마찬가지다).
즉 우리의 일상생활 또는 서바이벌 상황에서 이용되는 건 장기간의 유산소보다는
일정정도의 유산소 능력에 상당한 무산소 능력이 결합한 조건이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형사가 범인을 쫓아가는 상황을 그려보자.
범인이 빨라서 초반에 100m만 앞서 가더라도 그를 따라 잡을 수 없다.
혹 건물이 없고 비교적 시야가 좋은 곳일지라도 상대방이 눈에 뛰게 앞서가 버리면
포기하게 되는 것 또한 사람의 심리이다.
만약 따라 잡았다 하더라도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왜냐, 이젠 체포과정에서 정말 격투기가 필요로 하는 무산소 힘이 발휘되어야 할 때인데
잘못하단 당하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흔히 잘못되는 훈련 중 하나가 복싱코치가 아무 생각 없이 장시간 유산소 운동을 시키는 것이다.
무조건 많이 하면 좋게 생각해서 그러는 모양인데 앞에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시간 유산소 운동은 저 파워로의 지구력은 높일 수 있을지언정 스피드와 파워,
그리고 근육을 희생해야 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스포츠 분야는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10km 이상을 뛸 일이 언제 있겠는가?
필자도 종종 뛰곤 했던 여의도에서 천호대교 한강변 왕복 길이는 거의 40km이다.
거의 서울을 두 번 가로지르는 길이인데 마라톤을 하지 않으면 평생을 뛸 일이 없는 거리이다.
미국의 유명한 특수부대 navy seal의 6개월 훈련 중에도 각 단계마다 4마일(약 6.4km) 달리기 테스트를 하면서 단거리 기록을 높이지만
가장 긴 장거리 달리기 훈련조차 15마일(약 24km) 이며 그것 또한 한 번 밖에 하지 않는다.
앞으로 다음 기사에서도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특수상황과 서바이벌 상황에 뛰어난 특수부대나 대태러부대 훈련의 대부분은
10km 미만의 유산소 훈련과 다량의 무산소 훈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한시간 정도의 유산소 훈련과 무슨 운동을 해야 위에서 말한 10가지 체력의 정의를 충족시킨단 말인가.
이 또한 다음 기사에서 차근차근 다뤄 주겠지만 약간만 얘기하자면 위에서 말한 인터벌 훈련과 더불어 웨이트 트레이닝(보딩빌딩식 웨이트 트레이닝으로만 국한시키지 마라.
보디빌딩은 웨이트 트레이닝의 한 부분일 뿐이며, 스포츠라 불리지도 않는다), 체조적 훈련 그리고 영양학 정도 되겠다.
결론적으로 오해를 불려 일으킬 까봐 이야기하는데 마라톤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마라톤을 위해 전념하는 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또한 어느 분야에서든 일류선수는 정말 대단하고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나 역시 이봉주 선수를 너무나 존경하며, 또한 위에서 말한 10가지 체력 정의 모두에서도 이봉주 선수가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다.
허나 장거리 유산소 운동이 건강에는 최고라던가 혹은 이 운동을 함으로써 다른 운동까지 잘하게 되겠지 라는 희망을 가지고 마라톤이나 또는 단순 보디빌딩식 운동에 뛰어든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접근이 잘못된 방식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사실 마라톤에 참여한 사람은 잘 알겠지만 완주 후의 기쁨은 상당하다.
그래서 초보 마라토너들은 장거리 유산소적 운동에 거의 모든 시간을 쏟는 경우가 있다. 필자도 그래왔다.
하지만 필자, 세계적인 일류 단거리 선수들을 키워낸 코치들의 훈련과 미국특수부대, SWAT 훈련과 유사한 훈련으로 방법을 바꾸고 난 후부터는 더 이상 1년에 한번 이상 장거리 경기를 나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몸은 더 건강해지고 활기차졌으며(매달 400km이상을 훈련할 때는 항상 부상에 시달리고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장거리 기록도 훨씬 빨라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산소와 무산소 능력을 한꺼번에 키울 수 있는 인터벌을 하나 소개할까한다.
일본의 이주미 타바타 박사가 엘리트 선수들을 상대로 연구해서 찾아낸 인터벌 훈련 중 하난데(일명 타바타 인터벌이라고 한다)
20초 동안 빠르게 움직이고 나머지 10초를 쉬고를 8번 반복하는 것이다(합이 4분 되겠다).
이는 여러 부분에서 적용할 수 있지만 필자는 스콰트(앉았다 일어나기-허벅지가 무릎과 평행이되는 이하까지 내려가야 1회로 간주), 푸샆, 윗몸 일으키기, 턱걸이를 각각 중간에 1분의 휴식을 두고 시행한다.
다 합쳐 20분이 체 안되지만 정말 힘들다는 걸 느낄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애들 중 대부분도(마라톤 완주자도 있지만) 스콰트만 해도 거의 지쳐 쓰러진다
(스콰트 4분만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도록).
다음시간에는 보딩빌딩의 허와 실, 그리고 순수 힘(pure strength)을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다.
명심하시라! 당신은 이미 차 한대를 들어 올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끌어 내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딴지스포츠 강사
맛스타드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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