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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88082
    작성자 : 내앞길은꽃밭
    추천 : 13
    조회수 : 348
    IP : 59.4.***.27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7/09/23 18:29:35
    http://todayhumor.com/?animal_188082 모바일
    안녕, 잘가
    삼개월 전, 여름의 초입에 녀석들은 우리에게 왔다. 
    배가 불러 뒤뚱거리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던 녀석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우리 몰래 세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하나는 까만 털에 발만 하얀 양말이 
    하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노랑노랑하던 노랑이 
    하나는 어미를 꼭 닮은 삼색이. 
    새끼들도 지 어미를 닮아 얼마나 경계심이 강하던지 
    집도 가져다 비 피하라고 만들어 놓고 
    사료니 멸치니 북어포니 갖다줘도 
     먹기만 홀랑 받아다 먹고선 당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1주일전 대용량 길고양이 사료를 주문했다. 
    객식구가 두마리 더 늘었더라 
    한마리는 턱시도, 한마리는 얼굴에 하트모양 점이 있는 고양이. 
    하트는 넉살이 좋아서 사료 주면 먹을때 만져도 도망가지도 않고 좋다고 더 비비적댔다 
    그걸 보던 노랑이가 드디어 마음을 열고선 
    엊그제부턴 만져도 가만히 있더라. 
    오늘아침엔 사료 한그릇씩 퍼다주고선 머리를 쓰다듬어줬더니 
     노랑이가 도망치지도 않고 장난치듯 내 손도 깨물고.
     녀석들 이제 마음좀 열었구나 했는데 
    오픈준비 해놓고 점심 먹고 앉아있는데  직원이 와서 그런다 
    언니, 노랑이 혹시 뒤에 있냐고 
     마음이 철렁해서 나가보니 노란 중앙선 바로 위에 노란 고양이 한마리가 널부러져 있다 
    아닐거야, 아닐거야 하면서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도로 가운데로 가봤다 
    작은 몸집, 그래 네가 맞구나- 
     오늘 아침의 네가 맞구나.. 
    아침부터 열심히도 먹더라 
    놀러가려고 그랬니, 
    무지개다리 건너 놀러가려고 
    가는 길에 배고프지 않게 많이 먹었니...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시체를 안아들고 
    내가 해줄수 있는건 
    작은 박스 안에 넣어 더 이상 치이지 않게 하는것 뿐..
     왜 하필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너무 좋았는데, 
    마음 열어준 줄 알고  너무 좋았는데.
    . 잘가, 좋은곳에서 행복해... .

    이틀 전에 가게 뒤에서 밥주던 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했어요
    삼개월이나 된 녀석이 얼마나 가볍던지
    저도 처음으로 목격한 정붙인 녀석의 죽음이라
    눈이 퉁퉁붓도록 울었네요
    이틀이 지났지만 다시 또 사료 먹으러 올것같고
    친구들은 계속 밥먹으러 오는데 마음이 아프네요
    이러다 또 잊혀지겠죠
    잘 지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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