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앱솔루트 보드카 한병씩을 사이나쁘게 나눠마시고 집에돌아와 기절했는데 어쩐지 방에 뚜껑만 까진채 한쪽에 곱게 모셔진 앱솔루트 보드카를 보며 '흠' 하고 턱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머리아파서 다시 누웠다.
대체 어제저녁에 무슨일이 있던거야?
아무튼 오늘은 우리집 물건에 대한 히스토리.
우리집 냉장고는 내가 0세부터 3×세까지 총 다섯번쯤 바뀌었다. 그런데 냉장고 이야기는 아니다. 냉장고 위에 있는 도자기에 관한 이야기다. 세번째 그러니까 대우 탱크냉장고가 우리집에 있을 때 즈음에 출처도 모르는 곳에서 갑자기 등장한 저 크고 아름답지는 않은 도자기는 사실 큰아버지가 우리집에 주고 간 것이다.
당시 큰아버지는 도자기 공장을 하고 계셨는데, 손에 진흙을 묻혀가며 정성스럽게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은 아니였다. 그냥 공산품 찍어내듯 와작와작 찍어내기만 찍어내는 공장의 사장이셨다.
큰아버지는 도자기가 만들어졌을 때 우리집에 찾아오셔서 직접 주고가셨는데 아버지는 어쩐지 별 표정이 좋진 않았다. 그게, 큰아버지는 아버지가 중동에서 번 돈을 제 돈처럼 사업에 썼기 때문이다. 나같으면 살인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아버지는 그걸 어떻게 참았을까. 어쨌든 아버지의 그 미온적인 대처는 십수년을 우리가 가난하게 살기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래도 형제의 정이 더 중요하단다. 참 알수가 없다.
#2
우리집 거실 벽 중앙 가장 좋은자리엔 할머니의 영정사진이 걸려있다. 가끔 새벽에 물마시러 나가다 어이쿠. 하면서 할머니 주무세요 하고 지나가곤 하는데,
최근엔 모르겠다.
어젠 명절 전이라 온 가족이 할머니 산소에 갔다. 근데 난 안갔다. 아니, 가잔말도 안하고 말없이 짐들 챙겨서 나가더라.
그리고 동생내외와 부모님은 산소갔다 좋은데서 밥들먹고 들어왔다. 돈 많이 버는 동생 남편이 좋은데서 밥샀겠지. 나한텐 밥먹었냐는 이야기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객식구 맞구나.
역촌동 사는 형이 내 이야기를 듣자 '야 나와 오늘 밥이나 먹자' 하길래 '오 고기' 하면서 나갔다가 지금은... 이렇게 숙취로 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