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 학우 여러분.
전 대전에 사는 전자정보학부 03학번 이병윤이라고 합니다.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 어디부터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끝까지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아버님은 수혈에 의한 간염 감염으로 20여년간 투병하시다가, 결국 지난 2007년 초에 간이식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아들로써 당연히 해야할 일이기에 아버님께 간을 드리기로 결심했구요. 간이식 제공자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제 간의 좌엽과 우엽의 비율이 수술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제가 위험해질수도 있다며 다른 제공자를 찾아야 한다더군요.
...결국 어머니께서 검사를 받으셨습니다. 사촌동생들도 있지만, 차마 부탁할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또 연락이 왔는데, 어머니도 혼자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저와 같이 2:1로 간을 드리는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어머님이 참 많이 우셨습니다. 나 혼자 해야하는데... 너한테 미안하다고... 그래도 전 어머님을 위로했습니다.
아예 못했으면 어떡할뻔 했냐고요..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아버님을 살리는 길이니까 힘내서 이겨내자고요...
아버님께선...
아무 말씀이 없으십니다. 그냥 고맙다고.. 남자끼리 뭐 말이 필요하겠습니까마는... 그냥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해서 지난 2007년 10월 12일에 저와 어머님이 아버님께 2:1로 간이식 수술을 해드렸습니다.
그날 새벽에 셋이서 수술침대에 올라 수술실로 들어가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서로 파이팅을 외치고 각자의 수술실로 들어갈때의 그 기분...
정말 큰 수술이었습니다. 12일 새벽에 시작해서 13일 새벽에 끝났으니까요..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회복이 물론 힘들긴 했지만, 아버님을 생각하면 힘들다 생각도 못하겠더군요. 저보다 더 힘드셨을 테니까요.
그렇게 다들 순조롭게 회복되고, 2주쯤 뒤에 저와 어머니는 퇴원하여 몸조리를 하러 집에 갔습니다.
그리곤 얼마뒤에 다시 아버님을 간호하러 서울에 교대로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지요..(제 집은 대전입니다)
그런데...
수술 1달정도 되던 11월 중순...
의사선생님이 조만간 퇴원하셔도 되겠다던 그때...
아버님이 갑자기 고열이 나시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중환자실로 내려가셨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문제다 라고 하던 의사들이 아무리 CT를 찍고 검사를 해봐도,
확실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추측성 얘기만 들려주더군요.
그렇게 2주동안, 상태가 점점 나빠지십니다...
결국 12월 초,
단 12시간만에, 아버님 상태가 미친듯이 안좋아지십니다.
허혈성 괴사...
간 한쪽이 피 공급이 잘 안되서 썩고 있답니다...
..의사들은 더욱 더 안좋은 소리만 합니다.
저러다 돌아가실수도 있다고요....
미쳐버릴것 같았습니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의심이 갑니다. 어머님은 하루종일 우십니다.
저까지 울면 돌아버릴것 같아서, 그냥 어머님을 안고 위로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님을 살리려고.. 어머니와 같이 그렇게 큰 수술을 했는데... 이렇게 될 수 있는건가..
생지옥이란 말이 실감이 갑니다.. 지옥이란게 따로 있는게 아니구나... 이게 지옥이구나...
...그렇게 그날 밤은 한숨도 못잤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면회시간,
너무나 조심스럽지만 한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면회시간에 의사들이 조심스럽게 말하더군요.
아버님 상태가 아주 조금이지만.. 호전되었다고요.
그렇다곤 해도 워낙 상태가 안좋았어서 크게 좋아지신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 다음날도, 의사들이 조금씩이지만 아버님 상태가 호전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기쁘지만, 너무나 조심스럽습니다.
퇴원 직전, 하루에 만보를 넘게 걸으시던 분이
단 하루만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중환자실로 들어가 이렇게 되신 것이니 조심 안할 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병원에서 한달넘게 살았습니다.
하루 두번있는 면회시간마다 아버님을 보고 안심을 시켜드려야 할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아버님은 아주 조금씩이지만 회복하셨고
중환자실에 들어가신지 40여일만에 중환자실을 나오셨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나 불안합니다.
여전히 많은 수치들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상태고,
의사선생님들도 이렇게까지 하는데 빨리 좋아지셔야 할텐데... 이런 얘기밖에 하질 않으니...
결국, 보통 간이식 환자는 1달이면 퇴원하시지만,
제 아버님은 입원 3달이 넘어 4달째가 된 지금까지 퇴원을 못하고 계십니다.
더욱더 기막힌것은, 병원비...
3달이 조금 넘는동안 본인 부담금만 2억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하루에 600만원이 나온적도 있었구요. 지금까지 평균 1주일에 천오백만원정도 나오더군요... 돈이 돈이 아닙니다..
어머님이 주말에 잠깐 집에 가셔서 카드 몇개로 천만원 결제하고 오셔도 다음날 계산서 보면... 그것보다 더 붙어 있습니다.
저희집요? 그냥 평범한 중산층입니다.
아버님은 항공기 개발 연구원이셨고, KT-1,KO-1,T-50 등등.. 여러 국산항공기 개발에 항공전자 팀장으로 계셨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그렇듯이 벌이는 그저 그랬습니다.
그래도 어머니와 전 중환자 대기실에서 손을 꼭 잡고 서로 위로했습니다.
아버님만 괜찮아지시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집을 팔든 뭘 하든.. 아버님만 괜찮아지시면...
근데 어머님이 그러시더군요.. 더 무서운건.. 앞으로라고..
지금까지 병원비가 저렇게 나왔는데, 아버님 상태가 크게 좋아진것도 아니고, 앞으로가 문제라고..
병원에서 계산하라고 전화가 자꾸 와서..
어머님이 약간이나마 계산을 하려고 계산서를 들고 병원 사무실을 찾으셨었다는군요.
근데 거기 있던 여직원분이 어머니가 너무 안되어 보였던지
이것저것 설명해주면서 헌혈증을 많이 모으면 그래도 병원비가 좀 준다.. 헌혈증을 많이 모아라 라고 했다더군요.
헌혈증, 좋습니다. 근데 그 장수가 1000장도 더 넘게 모아야 한답니다..
지금까지 나온것만요... 앞으로도 얼마나 더 들지 모른다면서... 일주일에 100장씩 붙는다는군요...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혹시라도 집에 헌혈증이 있다면 1장이라도 좋으니 저에게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수고가 저희 가족에게는 정말, 정말로 너무나 큰 희망이 됩니다.
혹시 대전에 사신다면 제가 직접 찾아뵐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버님 병간호 관계로 서울에 있을때가 더 많으니 전화든 문자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은 서울아산병원에 오실 일이 있으시다면 꼭 연락주세요. 저든 어머니든 한명은 병원에 항상 있으니까요.
헌혈증은 아래 주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주소 : 서울시 송파구 풍납2동 388-1 서울아산병원 서관 10층 101병동 53호실
우편번호 : 138-736
전화 : 019-533-2685
이름 : 이병윤
그리고 학우 여러분...
지금 당장 아버님께 가서 아버지 사랑한다고, 아버지 존경한다고, 아버지 정말 감사하다고. 꼭 말해주세요.
저처럼 의사에게 아버님 위중하시지... 이런 소리 듣고 뒤늦게 눈물 흘리며 후회하지 마시고... 지금 당장 말해주세요.
여러분의 부모님은 너무나 소중한 분들입니다. 항상 아끼고 사랑해주세요. 맘속으로만 하지 마시고 표현을 해주세요. 저처럼 후회하지 마세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
ps.최대한 많은 사이트에 이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제가 아는 사이트가 많지 않아 쿠플과 몇몇 사이트에만 이 글을 올렸습니다. 혹시 좋은 사이트가 있다면 마음껏 퍼가시길 부탁드립니다.
ps2.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아버지를 위해 밤잠 설치면서 애쓰고 계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교수님 이하 간이식 팀원분들,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던 저희 담당의이신 고경훈,김관우 선생님 그리고 101병동 간호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학교 선배가 힘듯신가봐요 ㅠㅠ 오유 여러분 도와주세요 긴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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