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여기에 한번 올려보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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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실제로 있을법한 일을 작가의 상상력에 의거하여 꾸며낸 글. (허구)
제목 : 김씨 아저씨.
지은이 : 엄밥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명언을 떠올리라면 어떤 걸 떠올리세요?
'너 자신을 알라'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
유명한 사람들이 수많은 명언을 남겼죠. 가슴에 와닿을, 또 정말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수만은 명언,
격언들...
김씨 아저씨를 만나기 전에 제 가슴속에도 수많은 명언들이 자리잡았었습니다.
하지만, 김씨아저씨를 만나고난 이후에는 이상하게도 김씨아저씨가 했던
단 한마디밖에 떠오르지 않는군요.
"니가 해봤냐?"
제가 소개드리고 싶은 김씨아저씨는 그저 동네 흔하디 흔한 구멍가게를 하는,
나이는 이제 일흔다섯에, 백발이 성성한 파파 할아버지입니다.
이 할아버지가 제 인생에 굉장한 역할을 하셨죠. 정작 본인은 개소리 하지말라며
욕만 하시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제가 김씨아저씨를 처음 만난건, 음... 스무살때였으니깐, 이십 칠년전이네요.
아 제 소개가 좀 늦었습니다. 저는 나이 마흔 일곱에 조그마한.. 아니지 조금 큰가??
아무튼 먹고살만은 한정도의 노래방을 경영하고 있는 제딴엔 CEO인 사람입니다.
나름 아이디어뱅크라고 자부하고 있는, 뛰어난(?) 경영능력의 사장이지요.
아 지금한말, 김씨아저씨한텐 비밀입니다. 그래도 욕먹긴 싫거든요. 훗
말이 좀 샜군요. 제 소개는 이정도로 마치고, 김씨아저씨를 처음만난 그날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갑자기 제 말투가 바뀐다고 놀라지 마시구요. 여느 소설에나 있는 회상씬입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레디~ 액션~ (-_-;;;)
어느 한적한 오후 오늘도 역시 츄리닝에 쓰레빠 질질끌고 구멍가게로 향했다. 별다를 바 없는 일상..
"아저씨 팔팔하나랑 팥빵하나 주세요."
"이새끼야 빵쪼가리 처먹으니깐 맨날 길길대는거야. 집에서 밥처먹어 담배좀 끊고,
하긴 너같은 놈들땜에 내가 먹고살긴 한다만,"
"그래도 내가 손님인데 너무하는거 아니에요 아저씨 서비스정신 몰라요?"
"그건 뭔 씨부렁 꼬부랑말이여, 가짢게 배워와서는 이상한말 써처먹지말고, 일자리나 구해봐."
"아저씨 전말이에요, 사업을 할꺼에요."
"얼씨구? 말은 청산유수네 빙신새끼.."
또 이런 반응이다. 난 정말 사업계획 제대로 잡고 정말 그 사업하나에 목숨걸고 맨날 그거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어른들은 늘 이런반응이다. 내가 성공 못할거란걸 확신하는 거처럼,
왜 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를 죽이려들까?
"아저씨가 내가 하려는 사업이 무슨사업인지나 알고그러는거에요?"
"아니 모르지, 근데 하나는 알지."
"뭔데요."
"백날 천날 방구석에서 구상만 해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꺼라는거."
또 똑같은 소리다. 아버지한테 수없이 들어온 소리, 정말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그 소리다.
나는 사업계획이 정말 완벽하다. 내 자랑같아서 말은 안해왔지만, 내 계획은 그 누구보다 완벽하다.
아무도 시도조차 안했고, 물론 어렵겠지만, 손해보지 않을 자신도 있다.
손해만 보지않는다면, 내가 원하는일에 시간을 투자하는건 아깝지 않은것 아닌가?
"이 구상또한 제 사업의 일부에요."
"누가 뭐래? 뻔한 소리겠지만 어른들은 모두 너에게 이런말을 했을꺼야, 백날천날 방구석에서
구상만 하고 있다고 쌀안떨어진단 소리. 그런데 니가 니 하려고 하는일을 시작 안하는 이상
그 소리는 늘 너에게 따라 붙는거야."
"아 그것도 알아요. 아저씨라도 이런말 안하면 안되요?"
"나는 니가 성공할거 같으니깐 하는 소리야. 니 편만 얻는다면,"
...??? 이건 무슨 뜬금없는 소리지? 이아저씨 또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려고 날 설득하는거야.
뜬금없이 내가 성공할거라니, 자기가 내 사업계획을 들어보기나 했나?
"어딜봐서 제가 성공할거 같은데요?"
"임마 봐봐. 적어도 니나이쯤되면 병신이 아닌이상 철은 들어있어. 그런새끼가 사업을 구상한다는건, 장난이 아닌이상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거야. 그건 니 눈빛만 봐도 알아. 흔들리지 않는 눈빛만 봐도, 실패하더라도 각오를 하고있는 그런 눈빛을 넌 하고있단 말이야. 그런데, 답답한 게 딱 보여.
그건 니 방식이야."
나도 모르게 들고있던 팔팔갑을 꽉 쥐었다. 아 씨발.. 담배 세개쯤 뿌러진거 같다.
그런데 그 담배가 아깝단 생각보다. 이 아저씨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은 생각이 앞섰다.
내가 답을 못하고 있자, 아저씨의 말이 이어졌다.
"니 주변인들을 설득하기위해 백날 천날 니 사업구상을 설명해서는 소용이 없어.
주변 사람들이 보는건 너의 평상시의 모습이라는 거야. 니가 사법고시를 준비하기위해
공부를 하고있다면 반응은 다르겠지, 그 길은 이미 성공한 사례가 많은 보장된 길이기 때문인거야.
하지만 너의 사업이라는 건 너만을 위한 계획인데, 주변 반응이 좋길 바라는거 자체가 미친생각인거야. 니 눈빛이 안흔들릴 자신이 있다면, 니 계획에 자부심이 있다면, 주변인들을 설득하는 모습은
니 사업계획의 타당성보다는, 너의 추진력인거야."
"이해가 잘 안되요."
"너 지금 일은 하냐?"
"아니요 백수죠, 팔팔한갑 살라고 친구 돈 빌리는.."
아저씨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또 불호령이 떨어질거 같다. 난 또 지레 겁을 먹는다.
아저씨의 표정이 저럴땐 늘 크게 혼나거나. 욕을 한바가지쯤 얻어 먹고는 했기 때문이다.
"넌 새꺄 그러니깐 싹수가 노란거야! 니가 그러고 있는데 주변사람이 미쳤다고 널 알아줘?
주변 사람들이 호구로 보이냐? 앙?"
평상시 같았으면 가만 있었겠지만 오늘은 나도 내가 목숨을 건 사업에 관한 얘기인지라, 목숨을 걸고 대꾸를 했다. 어느새 내가 왜 내 사업과는 관계도 없는 김씨아저씨랑 이런 얘기를 하고있나 라는 생각은 뒷전으로 가버린 상태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알아주는데요."
"병신, 적어도 니 앞가림은 해야지, 하다못해 신문이라도 돌리든 구두라도 닦든, 아이스께끼를 팔든, 너 먹고살 기반은 마련해놓고, 사업 구상을 하던지 해야, 적어도 집안에서부터 널 애물단지로 안볼거 아냐. 사람들이 니 사업을 뭐라고 하는게 아니야. 사람들이 너의 실패를 논하는거는, 이미 니 싹수가 노랗다는거야 애새끼야. 성공할 사업을 줘도 성공할 새끼가 아니라는거야."
"그게 무슨 뜻이에요?"
"막말로, 아 이새낀 사막에서 모래장사를 해도 돈벌 새끼다 싶은 새끼가 있어. 그런 새끼가 사업을 한다그러면 너한테 하는거같은, 그런 반응들을 보일까?"
"아니겠죠."
"말은 잘하네 빙신, 잘봐 이런 짧은 대화에서도 니 헛점이 보여. 니 말투부터가 이미 말대꾸가 붙어있구만, 너 사회생활 안해봤지?"
질문을 해놓고 말대꾸를 하지말라니 이건 또 무슨 개같은 경우인가. 아 어른들 생각은 종잡을 수 없다.
아니 다른 어른들은 이해가겠는데 내 눈앞에 있는 이 김씨아저씨의 이상한 철학에는 수긍이 가지 않는다.
"질문을 했으니깐 대답을 하는건데 그게 뭐 잘못됬나요?"
"빙신, 너의 평상시의 언행부터가 사회생활의 초입인거야. 싹수가 노랗다고 하지?
그게 괜히 생긴 말이 아니거던,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다 좋은 얘기야.
내 얘기 잘 새겨들어. 니가 그딴식으로 계속 흥청망청 사는 이상. 너의 사업을 지지해 줄 놈은 없어.
니 친구들하고 같이 한번 해봐. 아마 너같은 놈들만 뭉쳐서는 백이면 백 실패한다에 내 손가락이라도
걸어줄께. 니가 성공하면 나 콱 내이빨로 손가락 뿐질러분다."
"후... 아저씨 말 아직은 이해가 잘 안되요. 저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어른들 반응 냉담한거도 적응안되고.."
"집에가서 니가 제대로 효도를 하고있나 생각해봐."
"저 착한 아들이에요!"
"니가 해봤냐?"
이 문맥과 맞지 않는 이상한 소리는 뭘까요. 이 아저씨의 한마디를 처음으로 들은건 이때였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아저씨를 바라보던 제게 아저씨는 말을 이어주시더군요.
"니가 되봤냐고 아버지가, 그리고 어머니가 되어봤냐고, 니 친구가 되어봤냐?, 하다못해 너 나랑 대화하지, 내이름 김 명박이야. 니가 앞에있는 김 명박이라는 새끼가 되봤냐?"
"무슨 말씀이신지.."
"니가 하는 효도가 아버지가 달가울 효도일거 같냐고 새끼야.
니놈이 니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고있다고 생각해봤냐고, 아버지가 무슨일을 하는지,
니 아버지가 너한테 말한거 하나하나 기억해서 니가 읊어보고, 니 반응도 생각해보고,
한번 아버지가 되어봤냐고, 배추값 오십원깎아서 집에와서 배추전 부쳐서 자식새끼 먹일려고
추운데 종일 장봐와서,완전 한데서 손비벼가면서 요리해다 자식새끼 갖다 바치는 엄마가 되어봤냐고,
니 머릿속에서 니가 그런 입장일 거라는 생각을 해봤냐고."
"그러니깐 그게 어떻게 하는건데요."
"일단 니놈은 이해도가 딸려. 어디서 돈좀 벌어보고 나서 다시 와. 그때까진 니놈한테 할말 없으니까.
구두를 닦든, 아이스께끼를 팔든, 어디 가서 돈좀 벌어보고 나서 다시 오라고, 그때 또 얘기해줄테니까."
"그게 무슨??"
"이 씹.."
"후...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는 화가잔뜩 난? 아니면 엄청 답답한? 얼굴까지 벌게지셔서 말씀하시더니,
인사에 대답조차 하지 않으셨고,
저또한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그냥 아저씨가 했던말만 곱씹으며 돌아왔습니다.
다른 어른들과는 분명 다른 말을 해준거 같은데,
그게 무슨뜻인지 모르겠더군요. 미칠거 같은 답답함 속에 담배를 물려고보니,
그제서야 부러진 담배 세까치가 보이더군요.
친구한테 빌린돈으로 산 피같은 담밴데, 이 아까운 담배가 그 순간만큼은 안 아까웠다고 생각하니
뒷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전, 아저씨의 다음 이야기가 듣고싶단 생각이 들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겨울철이고 하니 군고구마를 팔았죠.
장사가 참.. 안되더군요.
한 삼일 땡치고나니, 돈은 쥐꼬리만큼 벌리지만 장사에 적응은 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안해서 그렇지, 또 하면 잘하거든요. 하하!
나흘째 일을 나가려고 하는날 아버지가 부르시더군요.
"앉아봐라."
"예? 무슨일이신데요 아버지."
"일하느라 고생이 많지, 고구마는 잘 팔리니?"
정말 간만에 들어보는 따뜻한 소리였습니다. 눈물이라도 왈칵 날거같은,
아 그렇다고 제가 애정결핍은 아닙니다.
요즘 좀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았을뿐..
"이제 시작했는데요 뭘.. 그래도 조금씩 손님 늘고있어요. 첫날부터 매일 오는분도 있는걸요."
"힘드니?"
"예.. 그런데 아버지는 더 힘들거 같아요."
"왜?"
"저보다 돈을 많이 버시잖아요. 돈을 많이 번다는건 그만큼 힘든일이잖아요."
"글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물론 힘들지만, 힘들다고 생각하기 싫다."
"왜요?"
"힘들면.. 힘든모습을 보인다면, 자식앞의 아버지는 죽어버리거든. 자식에게 믿음직하지 않은 아버지는 죽은거야."
'아버지는 강하구나', '나도 강해져야할까?' '아니지, 난 강한데', '아버지만큼은 아닌가?' '아직 나도 부족한가?''아버지가 강한척을 하는걸까?' '아니지, 난 힘든데 강한척을 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수만번 같은생각이 반복되더군요..
그때 문득 떠오르더라구요.
"니가 해봤냐?"
'아버지가 되어봤냐?'
이 말에 대한 답이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답이 김씨아저씨가 생각한 답이었건 아니건 상관없이 말이죠.
저만의 답은. '니가 너의 아버지의 입장에서 널 바라봤을때 훌륭한 아들이 된것 같냐' 였습니다.
적어도 저는 강한 아버지가 봤을때, 강해질 수 있을거 같은 모습을 보여준적이 없던 것 같군요,
그걸 깨달은 자신에 대한 후회보다, 그걸 깨달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버지한테
보여줄만한 것이 없다는거에 대한 후회가 더 컸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말 없이 아버지쪽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제 앞에서 언제나 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고구마 팔고 오겠습니다."
"그래, 욕봐라."
이날도 장사는 땡쳤지만, 마음이 굉장히 편해진 하루였습니다.
아, 고구마 굽는 실력도 굉장히 나아졌습니다.
이길로 나서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내가 구운 고구마는 맛있더군요,
고구마야 엄마가 잘골라주니깐 엄마랑 고구마 장사나 해볼까?
라는 철없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일주일 뒤, 단골 손님이 늘었습니다.
두주차에는 일이 쉬워졌습니다.
삼주차에는 돈이 꽤 짭짤하게 벌렸습니다.
그렇게 몇주가 더 지나고, 날씨가 따듯해지자 제 수중엔 돈이 좀 생기더군요.
아 물론 중간에 단속이니, 불량배들이니 이런얘긴 안하겠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너무 뻔한 얘기잖습니까?
그냥 운이 좋아 돈을 벌었고, 그렇게 고구마 장사는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물론 고생은 드럽게 했지요..
그리고 나서, 다시 구멍가게를 찾았습니다. 전보단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아저씨! 저 왔어요."
"씨벌놈아 귀 안먹었어."
"저 고구마 팔아서 돈좀벌었어요. 이 빵좀 드세요."
"난 이딴거 안먹으니깐 엄마 갖다드리고, 그래 일해보니깐 어떻든?"
"할만 하던데요."
"그런 얘기가 아니야. 힘들지 않았냐고,"
"물론 엄청 힘들었죠."
"부모님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일을 해보면서, 어찌 아저씨가 이런 말을 할거 같더라니..
니가 고생해봐야 엄마 아빠 고생도 안다. 뭐 이런말 나올거 같았는데,
역시나 어찌 레파토리대로 가시는 아저씨의 말에 어찌 대꾸를 할까 생각도 해보다가,
우리 고구마 가게 단골 손님중 한 군인아저씨의 말대로 대답해봤습니다.
"예."
정말 당연한 대답이지요. 어른이 말을 하면 다른말보단 예를 먼저해라. 누구나 알고있는 상식.
이렇게 하면 당연히 반응 좋은건 알지만 그렇게 하기싫은 그 대답. Say Yes
"어른이 얘기할때는 그렇게 대답하는거야."
"예. 알겠습니다."
"자 이제 니 사업얘기를 해봐. 니 앞에있는 명박이는 니편이 되줄테니까."
"네?"
"이놈아 '네?' 가 아니고 니 사업계획을 줄줄히 얘기해보라고."
정말 이아저씨 뜬금없는건 킹왕짱입니다.
(킹왕짱:2008년도 현재 사람들이 쓰는 유행어 대략 최고라는 표현으로 쓰임)
힘들지? 에서 갑자기 사업얘기를 해보라니,
"저는 그냥 아저씨의 다음 이야기가 듣고싶어서 온건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었는데?"
"그러니깐.. 일좀 해보고 와. 까지 말씀하셨잖아요."
"그 전에 내가 뭐라고 그랬더라?"
"니 앞에 있는 사람이 되어봤냐는 말씀을 하셨었어요."
아저씨는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이내 말씀을 이으셨지요.
"그래서 너는 그 뜻을 생각해봤냐."
"그사람과 입장을 바꿔봤냐는 뜻 아니겠어요?"
"그렇지. 그래서 니가 아버지가 되어봤어?"
"돈을 벌어보니깐, 그냥 힘들겠구나 라는거만 어렴풋이 알겠어요."
"그래 그렇게 힘들게 벌어서 니놈한테 퍼붓는거야. 내새끼 이쁘니깐, 근데 앞에있는 새끼가,
아버지인 내가 죽어버리면, 같이 죽을놈같아 보이면 아버지 기분이 어떻겠냐."
"무슨 말이 그래요."
"니놈 행태가 딱 그래보였을게야. 실질적으로 돈을 벌길 해, 취직을 했어, 아니면 사법준비를 해.
자식이란 새끼가 사업구상한다는 핑계로 방구석에 쳐박혀있는걸로밖엔 안보이거든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렇겠죠."
"썅! 뭐가 또 '그렇겠죠.'야."
"그렇.. 아.. 예!"
"적어도 니가 돈을 벌고 아버질 이해하고 아버지가 널 믿게 하기위해서는 니놈 실적이 중요한거야. 그게
큰게 아니야. 적어도 니 스스로 뭔갈 할수있다는걸 아버지에게 보여준다면, 아버지는 니놈이 사업을 하건
고구마를 팔건 큰 걱정 안하신다고."
"예.."
"니가 그걸 알면 됬어, 어차피 니가 자식 안낳아보는 이상 결국 그정도 이해가 한계인거야.
상대방이 되어보는건 그정도면 너한텐 됬어. 그렇지만 더 노력은 해보도록 해."
"예."
뭔가 인정받은 기분이랄까요. 나이 먹고 이러면 안되는데, 정말 칭찬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저씨가 그정도면 됬다 라고 하는 말에 애처럼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자 그건 됬고 이제 사업 계획을 얘기해봐."
"네.. 그러니까 제 사업 계획은 기발한 상품이에요."
"뭐가?"
"그 기발한 상품 자체가 계획이에요. 그냥 살다가 이건 이렇게 하면 더 편하겠다 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잔뜩 만들어서 파는거지요."
"예를 들자면?"
"군고구마 파는 통에 철로된 서랍을 달아서 고구마를 꺼내기 쉽게 만든다면 군고구마 장수들한텐
도움이 되겠죠?"
"대충 알겠네, 발명가 비슷한거라고 보면되는거냐?"
"그렇죠, 발명품들을 만들어 파는거에요. 기획자체가 사업이 되는거죠."
"그런걸 많이 만들어놔야겠구나, 다 성공하긴 힘들테니까."
"수많은 발명을 해서 그중 하나라도 성공한다면 사업성 있을거 같아요."
신났습니다. 제 이야기를 제대로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한사람 나타난 것만으로 제 입에 모터가 달린듯
말이 그냥 술술 나오더군요. 이 아저씨가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될 그런 사람도 아닌데,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저.. 사랑이 그리웟던걸까요?...
죄송합니다.. 그냥 실없는 농담입니다.
그러다가 말이 끝났습니다.
"그래서 힘들어요.."
"그러니깐 자본이 필요하다는거 아니야."
"네, 뭘 만들래도 돈이 필요하니까요."
"니가 해봤냐?"
'니가 해봤냐?'... 이제는 아저씨의 이 말에 두근거리기 까지 하더군요,
아저씨가 무언가 해답을 해줄거 같아서인지,
남에게 의지하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괜히 아저씨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구요.
"네?? 무슨??"
"어차피 니 계획은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주고 의뢰비를 받는다는거 아니야."
"그런거도 있죠."
"그런거도 있긴 무슨 개뿔, 딱 그거구만, 그럼 의뢰를 먼저 받으러 다닐 생각은 안해봤냐?"
"누가 저한테 의뢰를 해오겠어요.."
"아 이 답답한새끼.. !
그럼 이렇게 해봐, 니가 이 구멍가게를 둘러봐서, 나한테 정말 필요하겠다 싶은 상품을 구상해봐.
그리고 그걸 만들 재료비랑 니 수고비를 계산해봐. 그 수고비가 바가지면 물론 안되고,
그렇다고 아는사람이니깐 싸게 측정해도 안되. 적정가를 계산해서 날 수긍시켜봐.
내가 니 첫 의뢰주가 되어줄테니까."
별로 이 아저씨한테 기대도 하지 않았던 저에겐 뜻밖의 제안이었습니다.
이 아저씨가 왜 날 믿는지도 모르겠고, 아저씨 말데로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는것만 보고 그러는건지, 아니면 그냥 농을 건내시는건지 파악도 되지 않았지만,
일단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애초에 실패를 각오하고 부딪히는 거였으니까요.
그래서 아저씨의 구멍가게를 잘 살폈습니다.
하루종일 살피고 집에 돌아가서 구상에 몰입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저씨한테 세가지 구상안을 건냈습니다.
"이건 자동차 빽미라 같은건데요. 아저씨 혼자 가게볼때 저 뒤쪽도 보기편하게 큰거울을 달꺼에요.
그리고 이건 칸막인데요 물건 진열할때 옆에 물건쳐서 바닥에 떨어지거나, 줄삐뚤빼뚤하게 진열되는거
막아주기 위한 작은 벽이라고 보시면 되구요 띠었다 붙였다 할수있게 만들꺼니깐, 물건 진열하실 때마다 아저씨가 위치만 다르게 붙이시면 되게 만들꺼에요. 마지막으로 이거는, 밑에 연탄넣을수있는 의잔데요.
아저씨 겨울에는 보일라가 안들어오니깐, 여기 앉아서 일하시면 편할꺼에요. 여름에는 연탄만 안넣으면 되구요."
"오 새끼 보기보다 머리좋네. 이거 다 만드는데 그돈이면 되는거냐? 수고비도 넣은거고?"
"예 여기 적힌 대금만 주시면 제가 만들어올께요."
첫 의뢰는 정말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아저씨가
어떤 소문을 내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장원에 파주댁 아줌마도,
개장수하는 최씨아저씨한테도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비싼돈 받고 한건 아니었지만 점점 의뢰가 늘어갔고 저는 그렇게 동네 발명가로 불리며,
제 사업을 착실히 해나갔습니다. 그러고는 군대를 갔구요,
군제대 하고 나서도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작은 가게도 차렸습니다. 정말 닥치는데로 돈을 벌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간간히 사는 팔팔한갑을 빼면 지출이 없어서,
돈 모으기도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돈을벌며 살아오다보니, 별일이 다 있었지요.
뭐 발명품 만들어 파는 회사도 생기는거 같고, 아이디어뱅크라느니 무슨 중소기업이라느니,
중간에 IMF 터져서 회사들도 다 망해가고, 사람들이 소심해지고 뭐 지금에 왔지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됬냐구요?
저는 아이디어로 또 새로운 아이템을 찾았지요.
까페와 노래방을 접목시킨 노래방까페요.
제법 유명해져 체인점도 몇군데 있는, 나름 대박집이라고 자부하는 집입니다.
저렴한 노래방시간에, 쾌적한 환경, 원하는 메뉴골라서 버튼만누르면 알아서 방으로 배달해주는 서빙까지,
이만하면 완벽하지 않습니까? 까페랑 노래방을 한번에 해결한다는.. 캬~
... 죄송합니다 또 이야기가 샜네요.
어찌됬건 이런 불경기에 제가 이렇게 살 수 있는것은 다 김씨아저씨에게 배운
추진력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혼하고 애도 낳아보니, 아버지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좀 가는거 같구요.
제가 백날 설명해봐야 아버지가 아니신 분들은 이해 못하실 겁니다.
아니 이해할 수가 없지요. 아마 내년에 저는 또 다른걸 깨달을 겁니다.
지금의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요.
단 한가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것은요?
지금 깨달은게 있다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다음날은 또 다른걸 깨닫게 되고,
막상 내가 이루고자 하는걸 이루더라도 그다음에 깨닫는건 분명히 또 있다는 겁니다.
중요한건. 해보지 않고서는 깨달음또한 없다는 겁니다.
요즘 저희 가게도 손님이 꽤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다른 곳보다는 많지만요.
그래서 또 다른 구상을 해보고 있지요.
뭐 어려운 면이야 많지만 아직 안해봤으니까요.
실패해도 좋지요. 인생을 지도그리기에 비유하자면,
실패한 길끝에 낭떠러지가 있으면 돌아와서 그부분은 낭떠러지 라고 체크하면 그만아닙니까?
죽을때가 되서 후손에게 물려줄 지도가 완벽하려면 결국 제 실패 또한
후손의 성공의 요인이 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성공이라는건 누가나 꿈꾸고 바라는거지만,
성공에 목숨거는 사람은 실패하면 죽습니다.
여러분, 죽지 마세요.
끝까지 강하면 언젠간 성공합니다.
끝까지 돈 못벌고 죽더라도, 죽는날 까지 마음이 죽지 않은 사람은,
그건 정말 실패한게 아닐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겠지요.
오늘날 제가 제 아들 딸들에게 강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하듯이요.
더 말씀을 드리고는 싶지만 저도 다음 사업을 구상해야되서요.
저의 이야기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빕니다.
아 참고로,
어제 김씨아저씨를 찾아가서 저 이만큼 성공했어요. 고맙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김씨아저씨가 딱 한마디 해주셨어요.
"내가 니한테 뭘해줬는진 모르겠다만, 거기서 만족하면 넌 그냥 뒤지는거야."
"예.. 물론이지요 하하하!"
"니가 해봤냐?"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가 되서도 또 한마디 하시더군요.
"니가 죽기직전에 후회 안해봤냐? 난 아마 죽을때 후회할거야. 그래서 발버둥칠뿐이여, 너란 놈의 행동을 바꿔놓은거도 다 내가 아직 죽기전이 안되봤기 때문이라고."
후... 전 아직도 이 어르신의 속내를 다 파악하기엔 아직 어린가봅니다.
-김씨아저씨 끝-
세상에 믿고 싶은 사람은 정말 너무 많지만,
지금 이 세상엔 믿을 사람 없다.
나 자신조차 믿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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