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석과의 첫만남은 퍽 인상적이었다.
온갖 선이 널부러진 구석탱이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고, 그 귀여운 눈초리에 가슴이 설레이었다.
"조장님. 관제실에 웬 고양이입니까?"
"아 글쎄 어제 저녀석이 차 안에 갇혀버린걸 꺼내 데리고 있었더니 이번엔 저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보리지 뭐냐.."
아파트 보안요원의 일을 하며 입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던 중, 다른 조에서 구해온 고양이가 관제실에 배선을 깔기 위해 만든 바닥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이 일로 구조대를 부르자니 배선이나 기계 문제 때문에 여의치 않았고, 급기야 먹이로 유인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참치 통조림을 하나 따 기름과 염분을 물로 씻어낸 뒤, 고양이가 먹을 수 있게끔 접시에 담아두었다.
"나올까요..?"
"배고프면 알아서 먹지 않겠냐?"
"흠..."
때마침 퇴근 시간이 되어 다른조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집으로 행했다.
우리는 24시간 격일 근무라 하루를 통으로 쉬는데 그날 만큼은 고양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고양이 어떻게 되었어요?"
출근 하자마자 인수인계도 받지 않은채 고양이 상태부터 걱정했다.
"얌체같은것이 참치만 먹고 다시 도망갔어"
그래도 참치를 먹었다는것이 대견했다.
아직 사람을 경계하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마루바닥 아래에서 굶어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닌가.
그날 이후로 그녀석은 종종 울어대기 시작했다.
아직 채 다 자라지 못한 소년쯤 되는 녀석이기에 울음 소리가 날카롭기보단 오히려 애처로운 미성에 가까웠다.
내가 녀석의 얼굴을 처음 본 것도 그날 새벽이었다.
온갖 선이 널부러진 구석탱이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고, 그 귀여운 눈초리에 가슴이 설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호기심이 아니라 경계가득한 눈빛이었으리라.
하지만 거기까지.
녀석은 나에게 모습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었고, 나 또한 근무지 내의 다른 초소로 가게되는 바람에 더의상의 연은 없을줄 알았다.
"벱솔아. 잠깐 와봐."
"네. 실장님."
보안 실장님의 전화.
난 다른 근무자와 교대한 뒤, 바로 보안실로 갔다.
"고양이 밥좀 챙겨줘라."
"네?"
"앞으로 고양이 밥 니가 전담해서 좀 줘."
"아... 네."
우리 조에서, 아니 우리 팀에서 내가 가장 막내이지만 약간 당황스러웠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일이 늘어났으니 밀이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주터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괴어서 못키웠으니 오히려 아주 감사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이름도 한번 지어봐. 이렇게 인연이 되었으니 한 식구 아니겠냐."
"그럼... 망고 어떻습니까?"
실장님의 제안에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 망고.
얼마전 친한 학교 후배가 키우던 새끼 고양이가 죽은 일이 있었다.
그 녀석을 대신 해서라도 오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망고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그래... 앞으로 망고로 하자."
왠지 가슴이 찡했다.
비록 앞으로 얼마나 더 인연이 될진 모르겠지만 오늘난 망고 덕에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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