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김앤장 자문받아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제출
현재 법원 민사사건 담당 재판부에도 제출된 상태
檢 "수사를 흐리려는 주장…발병 인과관계 이미 확인"
【서울=뉴시스】오제일 김예지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은폐·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의 폐손상 원인과 관련, "봄철 황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영국계 다국적 기업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총 77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에 제출했다.
옥시의 의견서는 대형로펌 김앤장의 자문을 받아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제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견서는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사건 담당 재판부에도 함께 제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옥시는 검찰에 낸 의견서에서 "폐질환은 비특이성 질환임에도 보건 당국의 실험에선 제3의 위험인자를 배제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며 "정부 역학조사 결과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비특이성 질환이란 유전 등 선천적 요인과 음주·흡연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질병을 말한다. 통상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은 질병의 원인을 분석할 때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옥시는 그러면서 가습기 살균제를 쓴 사용자 중에서 폐손상이 발생한 원인의 하나로 "봄철 황사가 폐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옥시는 또 가습기 자체에서 번식한 세균이 인체 폐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의견서에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국내 독성학과 의학·약학 분야 권위자 20명을 상대로 한 집단토론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는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을 얻은 만큼 옥시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오히려 옥시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서울대와 호서대에 용역 의뢰한 실험 결과 중 일부 유리한 대목만 발췌했거나 내용을 왜곡한 부분이 있는지를 수사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옥시의 의도적 왜곡과 은폐가 적발되면 관련자를 형사처벌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손상 간의 인과관계는 정부 조사에서 일찌감치 확인됐고 학계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폐손상 발병 원인을 두고 왈가왈부할 단계는 이미 지났고, 옥시측이 그 같은 의견서를 낸 것은 검찰 수사를 흐리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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