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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8705
    작성자 : 고양이발가락
    추천 : 14
    조회수 : 1292
    IP : 141.223.***.114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4/11/12 16:29:21
    http://todayhumor.com/?history_18705 모바일
    심심해서 써보는 우리집안 20세기 생존기 썰 2
    수업이 휴강돼서 에피소드 2를 쓰게됨. 수업이 음스므로 음슴체. 수업 없을 때 쓰는 우리집안 생존기임





     지난화 요약: 3.1 운동 때 만세부르고 중국으로 도망갔다가 상업에 재능이 있음을 깨닿고 부자가 되었는데...





     일제강점기 시절 썰은 짧은 에피소드들의 집합이어서 별 스토리가 없음. 지금 생각나는 것 몇 가지만 적어보면


     1. 정신대 관련 썰
     당시에도 젊고 시집 안 간 여자들은 정신대로 끌려간다는 소문이 있었음. 정신대랑 위안부랑 소문이 섞여있는 것 같기도 한데 끌려간다는건 비슷하니까 대충 넘어가셈. 그래서 친척중에 결혼 안한 여자들이 있으면 돈을 써서 관공서 말단에라도 넣어주고 그랬다는 듯 함. 일단 직업이 있으면 안데려가니까.


     2. 일본 순사 썰
     저번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개성에서 일본인들은 환영받지 못했음. 뭐 어디는 환영했겠냐만은...친일하는 개성 최고부잣집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 수준까지는 싫어했던 듯 함. 그런데 일본인 순사 중에서도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 있었다고 함. 조선인 아이들한테도 굉장히 친절하면서도 늘 웃고 다녀서 조선인 아이들도 "니코니코 순사상" 이라고 불렀다고 함.

     어 잠깐...니코니코?


     3. 색깔있는 운동화 썰
     집안이 그래도 돈 좀 있고 무역을 하다보니 남들이 갖기 힘든 물건을 쓰기도 했던 모양임. 그 중에 염색한 운동화 썰도 있었음. 운동화였는지 무슨 신발이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 안남. 이걸 신고가면 학생들이 죄다 부러워했다고 함. 근데 할머니는 친구들에게 주목받는게 싫어서 안 신고 다니셨다고.

     뭐 이렇게 사신듯




     그리고 6.25 생존기임

     그렇게 일제강점기를 보내고 광복이 됐음. 그리고 6.25가 터짐. 이때부터 우리 집안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함. 뭐 사실 그때 북에서 남쪽으로 피난 내려온 집안 중 멀쩡한 집안이 있겠느냐마는...

     개성은 38선보다 아래에 있음. 그래서 당시 개성 사람들은 남하하는 북한군을 볼 수 있었다고 함. 군인들이 지나가면 마을 사람들은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방공호에 숨었다고 함. 공습 때도 물론 숨었음.

     당시 할머니가 기억하시는 북한군은 이랬음. 처음 6.25가 터지고 남하하는 북한군은 아주 위풍당당했음. 전쟁 초기부터 소련 탱크를 타고 있었다고 함. 그러다가 나중에 인천상륙작전으로 크게 두들겨 맞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때는 거지꼴이었다고 함. 탱크도 없이 소달구지를 타고 올라갔다고...

     공습 때는 굉장히 무서우셨다고 함. 사이렌이 울리면 신발을 모두 집 안으로 숨기고 방공호나 집안으로 대피했다고 함. 신발을 왜 숨기냐면, 신발이 있으면 집 안에 군인이 있는 줄 알고 집을 폭격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함. 방공호에 못 가면 안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심. 지금도 그 떄 이야기 하시면서 '공습 때 그깟 이불쪼가리가 뭐냐고 뒤집어 썼는지 참 우습지' 하심.



     그렇게 6.25를 보내다가 어느 날 증조할아버지가 전황을 살피신다고 부산까지 내려가심. 그 때가 언제였는지는 말씀해주신 적이 없었음. 여튼 부산에서 미군이 구호품을 항구에 쌓아두면 그걸 사다가 내다 파는 일을 하셨다고 함. 당시 증조할아버지 연세가 50 대셨는데, 지금이야 그냥 아저씨지만 당시로써는 얄짤없는 할아버지였다고. 그래서 항구에서 힘 쓰는 젊은사람들에게 노인네가 설친다고 구박도 많이 받으셨다고 함. 

     그렇게 부산에서 돈도 벌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들은 후에 다시 가족을 만나러 개성으로 올라오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대범한건지 미친건지 분간하기 힘든 일을 하심. 돈을 궤짝에 넣어서 등에 짊어지고 그 먼 길을 걸으신거임ㅋㅋㅋㅋ 전쟁났는데.

     할머니가 기억하시길 당시에는 한강 남쪽에 국군들이 있었다고 하심. 그래서 민간인은 한강 이북으로 못 넘어갔다고. 하지만 김포에 있는 작은 나룻터에서는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함. 증조할아버지는 그 나룻터에서 한강을 넘으심.

     지금 생각해도 웃긴게ㅋㅋㅋ 50 넘은 할아버지가 궤짝을 지고 강을 건너려니까 군인들이 '어르신 그게 뭡니까' 했다고 함. 할아버지는 쿨하게 '가족들 쌀 사먹일 돈이다'라고 하면서 궤짝에 손을 찔러넣어서 군인들에게 돈 한주먹씩 찔러주셨다는듯ㅋㅋㅋ 군인들이 참 착함ㅋㅋㅋ 군인들이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할아버지는 그 때 돌아가시고 우리 가족은 북한에서 굶고 있겠지...

     그렇게 한강을 넘고 국군과 북한군 사이의 완충지대에 들어가심. 근데 북한군은 민간인을 호락호락 보내주지 않았다고 함. 그래서 할아버지는 북한군 경계를 넘나드는 장사꾼이랑 거래를 했다고 하심. 거래 내용이 뭐냐면


     1. 당신 일당이 어떻게 되냐

     2. 일당보다 돈을 더 많이 줄 테니 개성에 들어가 어느어느 집 사람들을 여기로 빼내와달라

     3. 겸사겸사 당신네 가족도 빼오면 좋지 않냐

     4. 콜?


     그렇게 우리 가족은 북한군이 지키는 개성에서 빠져나옴. 다 빠져나온건 아니고, 남자들은 가게 일이 있으니 남고 여자들과 아이들만 나왔다는데...그게 마지막이었던걸로 추정됨...

     개성을 나올 때는 전쟁만 끝마녀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줄 알고 가벼운 짐만 들고 나오심. 그래도 집에 돈이 있었으니 보석류는 다 챙겨오셨다고 함. 그렇게 개성을 빠져나와서 다시 부산으로 피란을 가심.



     여기까지는 참 주변 사람들이 훈훈한데, 부산에서는 크게 당하셨다고 함. 개성에서 도망나올 때 가져온 보석을 돈으로 바꿔서 쌀을 사야되는데, 부산의 전당포 사람들이 값을 미친듯이 후려 깎았다고 하심. 그렇게 피란 노잣돈을 다 손해보고 겨우겨우 먹고사는 생활이 시작됬다고 함. 이 때 이야기는 많이 들은게 없음.

     휴전이 되고 가족들은 모두 인천에 모였다고 함. 지금 인천 자유공원 근처에 송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촌이 생겼다고 하심.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면 다시 개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도 믿고 인천에 모여있었다고 하심. 지금 자유공원 언덕 근처에 있는 집들이 다 그 촌이었다고. 아직도 가면 그 때 할머니가 세들어 살던 집이 남이았다고 함.

     하지만 희망과는 반대로 개성으로 돌아갈 길은 열리지 않았음. 실망한 사람들은 하나 둘씩 인천을 뜨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 가족도 뿔뿔이 흩어짐. 일부는 부산으로 내려갔고 일부는 인천에 남았음. 당시 자유공원 근처에 대피하던 사람들이 지금의 독정이고개쪽으로 많이들 갔다고 하심. 할머니는 인천에 남아계시다가 친척 중 한분이 덕적도에서 사업을 시작하시게 되자 따라 들어가셨다고.




     6.25 썰은 여기까지임. 이후로는 사업으로 다시 한번 크게 성공한 썰, 그리고 미군때매 쫄딱 망한 썰, 그리고 이후 썰 정도가 남음.

     심심하면 또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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