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짐싸서 전날 묵었던 젊은 게르 부부에게 인사하고 한시간쯤 달려서 큰 언덕을 넘었는데 먼저 앞서가던 강형의 자전거가 저 트럭옆에
서 있었다. 가 보니 빵구난 타이어를 고치고 있었는데 타이어에 바람 넣을 펌프가 없어서 저 청년들이 강형에게 펌프를 빌려 달라고 해서
멈춰 있던 것이다. 자전거 펌프로 트럭 타이어 바람을 넣을 수 있을까 했는데 웃기게도 밸브도 어떻게 맞고 바람도 들어간다.
나도 여행하다가 도움도 많이 받겠지만은 누구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도와주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곁에서 바람도 넣고
거들어 주는데 트럭 타이어를 빵빵하게 바람 넣는게 쉽지는 않았다. 힘들어서 저 청년들하고 돌아가면서 바람넣었다. 근데 한개 다 고치더니
한개 더 고친다. 헉.. 찢어진 타이어는 가져가지 않고 풀밭에다 데굴데굴 굴려서 그냥 버렸다.
트럭 청년들은 빵구 잘 때우고 가고 우리는 한 10km 정도 더 가서 도로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비포장 도로로 접어 들었다.
울란바트로에서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330km 정도 가다가 이제 서북쪽에 있는 흡스골을 향해서 우리도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가는 길은 강형이 예전에 버스를 타고 흡스골을 여행한 경험과 GPS를 보고 찾아 갔다. 마치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선장같은 느낌이었다.
비포장 도로라고 해도 그냥 평지는 차가 많이 다닌길이라서 괜찮았는데 가끔 경사지고 땅이 패이고 돌도 많은 힘든 곳도 있었다.
그리고 햄스터처럼 생긴 몽골 땅쥐들이 길이고 풀밭이고 땅을 파고 엄청많이 살고 있었는데 차에 깔려 죽은 쥐들도 많았다.
자전거 타고 땅을 쳐다보며 가다 보면 차에 깔려 죽은 쥐가 꿈틀꿈틀하는데 작은 풍뎅이 같이 생긴 벌레들이 쥐 뱃속에 들어가
신나게 파먹으며 파티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또 그걸 차가 밟고 가기도 하고..
가다가 점심먹는데 햇빛은 너무 따갑고 그늘은 없어서 내가 텐트칠때 바닥에 까는 판초우의와 텐트 폴대를 이용해 대충 그늘을 만들었다.
가끔 언덕이나 비탈을 가로지르는 길이 나오고 대부분은 저런 길이 이어졌다. 도로를 벗어나 멀리 갈수록 풍경은 점점 더 좋아지는것 같았다.
오후 3시쯤 도착한 마을 오르직. 몽골에서 흔치 않게 마을 옆으로 제법 큰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시골 마을이지만 주유소도 있고 가게도 몇개있는, 집도 50가구 이상 되는 꽤 규모가 있는 마을이었다. 학교도 있었다.
우선 필요한 먹거리를 사기 위해 작은 가게를 들렀는데 냉장고에 몽골 요구르트인 타락이 있어 사먹어 보았다. 1개에 1,000투그릭(800원 정도)
가격대비 양도 많고 맛도 한국 마트에서 파는 떠먹는 요구르트보다 좋았다. 현지 수제요르트의 자극적이지 않고 신선한 맛..
조금 있다가 가게에 스킨헤드의 덩치큰 외국인이 몽골인들 몇명과 함께 들어 왔는데 우리쪽을 몇번 흘깃 거리더니 잠시 후 다가와 말을 걸었다.
뭐 우리는 한국인인데 울란에서 흡스골로 자전거 여행중이라고 하고 그 스킨헤드는 헝가리인이고 몽골 가이드하고 차로 여행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게에 있는 여자를 가르치며 몽골 여자 이쁘다고 하면서 실실 웃었는데 내가 볼때는 그냥 평범한 아가씨였다.
내가 한국여자들도 이쁘다고 하니 멋쩍은 표정이었다. 그 스킨헤드는 몽골 여성들 특유의 매력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것인지도 모르겠다.
강형이 오늘은 이곳에서 일찍 자리잡고 좀 쉬자고 해서 필요한 물하고 통조림 같은 먹거리를 사서 텐트치기 좋은 마을 입구의 개울가로 다시 갔다.
나도 이곳 풍경도 멋있고 쉬면서 개울에서 간만에 좀 씻을 수 있겠구나 해서 좋아라 했다.
텐트를 친 후 땀에 절은 옷도 같이 빨겸 옷 입은 채로 물에 첨벙 첨벙 들어가 누웠다. 좀 춥기는 했지만 매일 물티슈로 소금기만 간신히 닦아 내다가
머리도 빡빡 문지르고 하니 시원해서 좋았다. 그런데 강형이 나를 부르더니 개울에 들어 가지는 말고 그냥 물가에서 씻으라고 한다.
몽골 사람들은 물을 귀하게 여겨서 개울에 막 들어가고 하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물에 들어가 있을 때 다리 위로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빵빵 거리건가? 암튼 코펠 하나 가지고 가서 물 퍼서 끼얹으며 며칠만에 싹 씻고 수염도 깍았다.
강형은 춥다고 목욕까지는 하지 않고 머리감고 발 정도만 닦았다.
저녁은 시간이 가장 여유롭고 영양 보충을 위해 보통 밥하고 국 끓여서 든든하게 먹는다. 국은 김치하고 꽁치 같은 생선 통조림 넣어서 끓인 국이다.
아침에는 스프에 소세지 넣어 끓여서 빵하고 먹고 점심은 거의 라면에 간단한 통조림 먹는 정도이다.
저녁에 모닥불 좀 피워서 불좀 쬐 볼려고 봉지하나 들고 나무를 주으러 다녔는데 주변에 땔만한 나무가 워낙 없어서
치긴먹고 남은 닭뼈 같은 자잘한 나무 조금 모아 때니 캠프파이어는 10분만에 종료가 되었다.
개울 주변에서 지내던 개들. 강형이 먹을것을 좀 주니 잘 따랐다. 지들 영역인지 다른 개들이 근처에 오면 엄청 짖어 댔는데 밤에도 꽤 시끄럽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