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반쪽이 화상으로 너무나 일그러진 사내가 있었습니다.
그 사내는 어렸을 적 집에 난 불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집, 재산, 심지어 가족까지 모두 잃었습니다.
잃어버린 기억 조차도 잊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 사내는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의 몸으로
세상에 내던져진것도 억울한데
그보다 더 억울한 건 얼굴의 반쪽이 너무나 심하게 화상을 입어
누구나 그를 보면 피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웠던 그는
힘들게 용접하는 공장에 취직했습니다.
용접할 땐 얼굴을 보이지 않게 철가면을 쓰니까요.
하루하루 너무나 너무나 힘들던 그에게
한줄기 빛같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렇죠 누구나 상상했듯이 여자입니다 -_-
그게 내 상상력의 한계지요 -_-;;
머리가 모자란 다운증후군 남동생을 데리고 살아가는 그녀였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그녀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조차도 덮어버릴만큼........
하지만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때문에
그녀를 좋아한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상냥한 말투, 착한 심성,
그리고 무엇보다 가끔씩 보여주는 천사같은 그 미소...
그는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비록 내 얼굴이 이럴지라도, 세상에 내가 기댈 곳이 없더라도,
그녀만, 그녀만 행복한 웃음짓게 할 수 있다면
반쪽 남은 얼굴도 버릴 수 있다고......
있는 돈 없는 돈, 세상에 유일하게 그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통장을 해지하여 자신의 얼굴을 고치려고 모으던 돈을 모두 모아
그녀에게 빛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녀에게서 그가 빛을 봤듯이.............
그녀에겐 마음씨 착한 너무나 고마운 한 부자분이 돈을 대주었노라
거짓말을 했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였습니다. 비록 오른쪽 눈만 빛을 볼수 있었지만
암흑에서 한쪽 눈이라도 보인다는 사실이 그녀는 너무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말.....감사해요.........
눈은 울고 있지만 얼굴은 웃고 있는 그 모습을
병실 문 뒤에서 지켜보는 그 역시도
잘됐어, 잘된거야, 그녀가, 그녀가 저렇게 행복해하잖아,
웃고 있잖아.......하하하
병원벽에 기대 그렇게 중얼거리며 울었습니다.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 온 그녀는
자신에게 오른쪽눈을 갖게해준 사람을 찾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죠.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그리곤 그녀는 또 다른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그녀 주위에서 자신을 챙겨주고 보살펴주던 사람,
목소리가 슬프고 따뜻한 사람, 그 사람......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그 사람은 한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 그 사람은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약간 닳은 듯한 회색빛 체크무늬 남방에
후줄근한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착하게 생긴 사람일꺼야
이제 그 사람이 오면 고백해야지 사랑한다 말해야지.....
그는 그녀가 집으로 돌아온 후로는
한 번도 그녀앞에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보면 너무나 싫어할까봐,
그 싫어할 얼굴이 보기 싫었습니다.
그제 마냥 행복할 그녀를 주위에 맴돌며 보고 싶었을 뿐이였죠
" 아주머니, 이게 얼마죠? "
어느 날 그녀는 집 앞 슈퍼에 들렀다가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 목소리, 날 따뜻하게 감싸주던 그 목소리.........
그 남자다..... 아......... 그 남자다
그는 그녀가 뒤에서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뒤로 돌아서는 순간, 그녀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놀란 얼굴로 손에 든 라면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가 있었습니다.
왜, 왜 저런 얼굴로 날 보는 거지??
그녀에게 난 그저 가끔씩 스쳐지나가는 집 앞 공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일 뿐일텐데..
" 다...당신이..........당.......신이.........."
아.... 알아버렸구나....
그는 도망치듯 슈퍼를 나와 집으로 뛰었습니다.
몰랐으면 좋았을 걸. 왜 알아버린 거야! 왜!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의 일그러진 피부사이로 눈물이 타고 내렸습니다.
그 날 이후로 그는 공장에서도 왠만해선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퇴근도 남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아무도 없을 때 했습니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 그 역시도 그런 생활에 익숙해질 때 쯤
오늘도 그는 늦은 시간 사람이 뜸할 때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갑니다.
언제부턴가 땅만 보고 걷게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을 똑바로 보기 싫었나봅니다.
자신의 목까지 밖에 오지 않는
낡아서 부서질 듯한 초라한 집 앞 대문에 도착했을 때
땅만이 보이던 그의 눈에 하얀 운동화가 보였습니다.
하얀 원피스, 하얀 얼굴........... 왜 그녀가 여기 와 있을까요??
" 저기.., 무슨 일로..........? "
조용히 얼굴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그 얼굴에
그도 모르게 눈물이 나 버렸습니다.
왜 울고 있나요.....
무슨 일이 있나요.....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당신을 울게 했나요....
그리고............ 왜 이 초라한 대문앞에 서 있나요.........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네요
병원에서 보았던 그 바보같은 얼굴로 울고 있는 그녀에게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 끄윽....흑.... 언제까지 날 바라만 볼건가요??
내가 ... 내가 앞을 볼 수 없었을 때에도 바라만 봐 놓고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늘 지켜줬잖아요, 모를 줄 알았나요?
그럼 눈치채지 못하게 더 멀리서 바라보지 그랬었요. "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버린 그에게 그녀는 울음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너무나 많을 걸 물어보았습니다.
" 난, 난......그저 당신이 웃길 바랬을 뿐인데....... "
그녀는 그의 일그러진 왼쪽 얼굴과
일그러지지 않은 오른쪽 얼굴에 손을 올리고
"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왜 그래요?
당신이 내게 오른쪽 눈밖에 주지 않아서
내겐 당신의 오른쪽만 보이네요 ^^
그 동안 왜 오지 않은 거예요
나말고 다른 사람 생긴거예요?? "
눈물범벅이 된 그녀는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 이제 그 왼쪽 눈으로 날 바라봐줘요 항상 날 지켜줘요
나의 나머지 눈이 되어줘요.
난 당신의 오른쪽만 바라보며 살께요.
난 당신의 오른쪽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 "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