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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8571
    작성자 : 손석희
    추천 : 11/7
    조회수 : 662
    IP : 58.234.***.212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05/12/18 13:13:20
    http://todayhumor.com/?sisa_18571 모바일
    황박사관련 현직의사의 글
    저는 현직 의사입니다. 비록 생명공학의 선두에 계신 분들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생물학적 지식이지만 이번 황우석 교수님 논란을 보면서 그 사실과 허구를 가늠할 수 있는 상식은 가졌다 봅니다. 

    수일전 황우석 교수님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대학의 한 은사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이라 다들 이름만 들어도 아시는 분입니다. 초창기에 이 분이 자신의 논문이 아시아의 보잘 것없는 나라의 논문으로 여겨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자신의 술식에 의한 치료 성공률을 80%로 보고하였습니다. 물론 실제 성공률은 60% 정도입니다. 

    그후 세계 주요 의학잡지와 의학계가 그분의 술식에 주목하였고 그 술식의 유용성을 인정하여 지금은 구미의 외국의사들이 그분 수술을 참관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저도 비록 학회지이기는 하나 논문을 게재해 본 경험이 수회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논문의 데이터에 거짓이 전혀 없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 대답할 수 없습니다. 내 성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내 성과의 허물은 덮고 소소한 오류는 축소하고 의도한 결과를 일부 부풀렸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논문의 문장의 속뜻을 해석한 유머를 보면서 정말 동감했습니다. "일련의 결과에 따르면=세번 해봤다", "정설에 의하면=나는 모른다. 그런데 다들 그러더라" 라는 식의 유머였던 것 같습니다. 

    황교수님의 논문 사진이나 수치가 과장되어 사이언스지로부터 철회를 결정한 사태를 보면서 수회 논문을 제출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그 윤리성을 나무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결과를 돋보이게 해야 주목받고 인정받는 법, 그리고 논문이라는 것이 자신의 오류나 과실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고 성과를 보고하는 형식이므로 언감생심 자연스런 과장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분의 논문에 일부 과장이 있었지만 원천 기술과 줄기세포의 내용에 대해서는 분명히 신뢰합니다. 그 신뢰는 내 막연한 애국심이나 황교수님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고 의학도로서 그 논문의 과학성과 논리성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잡지에 논문을 게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사이언스지의 논문철회를 지켜보면서 "이런식이라면 다른 모든 해외의 논문들도 다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분은 없을 것입니다. 

    과학잡지의 논문을 읽으면서 90%의 성공율을 수치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중 20-30%의 허구는 내심 고려하고 보기 때문입니다. 과학논문, 특히 실험 논문의 실적을 곧이 곧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오히려 이 분야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 역설적이지만 사실입니다. 

    사이언스지의 황교수님 논문의 통신저자에서 제 이름을 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미국의 섀튼이 쓴 논문들은 그럼 100% 정직한 데이터만 있을까요? 섀튼이 "전혀 거짓이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성직자이거나 과학자가 아닙니다. 

    줄기 세포의 분화 기술은 모르겠으나 줄기 세포(stem cell) 추출 기술은 이미 의생명 공학 분야에서 일반화된 기술입니다. 하지만 황교수님의 실험에서 제시한 기술과 방법에 의한 줄기 세포 추출은 그 분의 독창적인 것이며 상용화 가치가 높은 것입니다. 분명 그 기술의 타당성에 동의하였기 때문에 사이언스지가 그 논문을 게재한 것입니다. 

    3개뿐인 줄기 세포를 11개로 불렸으니 사기라 논문을 취소하는게 속이 시원한 것인지...황우석 교수님이 과학자가 아닌 사기꾼인지...상황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볼 때 참 안타깝습니다. 그 수치와 논리싸움으로 자국인끼리 자국의 과학성과를 깎아 내려 황우석 교수님이 보유한 원천 기술마저 유기될까 두렵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그분이 차곡차곡 쌓아온 과학적 업적이 유기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우리 아버지께서 건조기로 말린 고추를 태양초로 속여 파신 일을 기억합니다. 분명 사기이지만 태생이 선한 분이시기에 식솔들을 사랑하시는 그 마음을 알기에 저는 아버지를 사기꾼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동네 사람들한테 "저놈 양심적이야"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아버지의 사기를 떠벌리는게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줄기 세포의 유무를 떠나서, 논문의 사기성 여부를 떠나서 작금의 사태를 볼 때 
    별 것도 아닌 일을 사기로, 비윤리로 몰아세워 한 과학자의 사기를 꺾고 대한민국 과학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지않나 염려스럽습니다. 

    아버지를 사기꾼으로 떠벌리고 다니는 아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일로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양심적이고 정직한 국민"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집안싸움으로 집안의 치부를 들추는 일이고 앞으로 모든 대한민국의 과학도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일입니다. 

    황우석 교수님 같은 석학이 세계 과학계를 상대로 사기를 쳤을 리 만무하고 사이언스지같은 세계 제일의 과학잡지가 그 사기에 넘어갔을 리 만무하고 의생명공학 과학자들이 사기에 좌지우지될 정도로 이 분야가 만만치 않습니다. 

    "원천 기술만 있다면 줄기 세포가 세 개이든 열한 개이든 상관없다"는 황우석 교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논문의 확률이나 수치의 과장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집안 싸움으로 아버지가 사기꾼으로 낙인찍히고 아들이 사기꾼의 자식이 되고 집안은 콩가루가 나고...오늘 우리의 모습이 아닌지 법과 윤리를 턱없이 강조하기 이전에 현실을 돌아봐야 합니다. 

    아직 진실은 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는 황우석 교수님의 50%의 거짓은 인정하지만 50%의 진실 또한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50%의 거짓으로 그를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50%의 진실로 그를 격려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진짜 국민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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