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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가 창궐하는 요즘. 옜 생각이 무척 납니다.
저는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회사원으로서,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쓰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2003년도 대학교 2학년 때는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 했더랬죠.
부모님 덕분에 알바도 안하고, 그렇다고 어학연수 갈 정도로 외국어에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저는.
방학 중에는 주로 광화문과 종로등지를 어슬렁거리며 교보문고, 영풍문고에 열심히 출석하는 책 좋아하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애인도 없고! 친구들은 바쁘고 해서. 항상 혼자 책보고 햄버거먹고 커피숍 가고. 사대문의 기운을 받아가며 주구장창 종로에서 혼자 놀았습니다.
그렇게 겨울방학을 팽팽 놀며 지나는 와중에,
지금도 있나 모르겠습니다만.(애엄마라 종로 바닥 못 밞아본지 3년 됨요)
지오다노 매장있는 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제 또래의 한 여성이 추위에 달달 떨면서 말씀 좀 들어보시라고 매번 붙잡았습니다.
당연히 무시하고 무시 하며 지나가던 삼일 째 날.
빨갛게 얼은 손을 호호 불며 그제.어제. 여러번 붙잡으며 말걸던 사람인줄도 모르고 저를 또 붙잡더라구요?
추위에 떨면서 아무에게나 말을 붙이고 돌아다니는 여성이 20대 극초반의 제 선한 마음을 자극 했는지.
대체 뭐 얼마나 중요한 말씀이길레 이렇게 길에서 얼어가면서 매일 잡는 거냐고 불쌍해서 한번 들어주겠다고 이야기 한 후
가까운 커피숍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를 사줬습니다.
진짜 개불쌍했거든요 모습이....
나이는 저보다 4살 많고 천주교를 믿는다던 그 멀쩡하게 생긴 언니는 역시나 커피 한잔 원샷 후에 자기네 공부방으로 안간힘을 쓰면 저를 안내 했습니다.
마음이 편해지는 공부라고 하시며.....
5호선 타고 어디까지 갔더라.. 광장동 지나 갔었던 것 같은데.
시간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서 맘 편하게 따라나섰던 길이라 역 이름은 기억이 잘안나구요.
그 언니가 개찰구 지나올 때, 저보다 두걸음 뒤에서 표도 안찍고 닌자처럼 지나던게 생각납니다.
돈이 없어서 표는 못사고 그렇게 지나는 꼬락서니를 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티안나게 무임승차를 하는 모습에 일단 너무 놀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단에 빠지는 교인들 특징인것 같습니다.
일단 착한데, 맘이 여려서. 무지해서. 교리에 빠지고, 후에 작은 범법행위에 무뎌지다, 그렇게 사회와 공중 도덕에서 멀어진 이단으로 완성 되는것 같습니다.
여튼 어떤 빌라의 2층에 있는 작은 집엘 따라 들어갔는데 여성분 두분이 더 계셨고.
우주의 겨울이 어쩌고.. 하늘이 어쩌고... 제사가 어쩌고 하시면서 일단 제 지갑의 2만원을 받아가시더니
한분이 나가서 딸기와 떡을 사옵니다? (그 언니들 세분 제 용돈 2만원으로 저녁 한끼 잘 떼우셨기를..)
저에게 이상한 한복을 입힙니다?
다 같이 절을 막 열댓번을 합니다??
일단 저는 네네 하면서 우호적으로 교리도 듣고 제사도 잘 지내고. 집에 갈 시간이라고 가방을 잘 챙겨서 다시 올 것 처럼 인사 잘하고 나왔습니다.
그 때, 저를 포섭해왔던 그 맹한 언니가 따라나오며 마중을 하시는데.
다음에 언제 시간이 되는지 제 전화번호는 몇번인지 제가 지하철역으로 가는 중에 물어오시더라구요.
또 연락 하겠다 하시며,
그렇게 도달한 지하철 역 앞에서.
그분께. 이건 마음공부가 아니고 교리가 있고, 미래에 대한 약속(우주의겨울)이 있고, 메시아가 있는 종교이며,
저는 다시는 이곳에 올 생각이 없고. 이런 짓 하면서 남도 본인도 상하게 하면서 돌아다니지 마시라고 마음을 담은 조언을 드리고 계단을 뛰어 내려왔습니다.
제 뒷모습을 지키며 서 있던 그 불쌍한 겨울 날의 교인은 과연 부모님 품으로 돌아갔을까요.
그때는 교단이 허술했는지 가방 빼앗고 그러지는 않았네요.
그런데 지금은 따라가면 바로 못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이 글로 대리체험하시고 호기심에라도 따라가지마세요.
이상. 2만원 주고 산 사이비종교 체험 썰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