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겨울 아침 7시 30분.
오늘 인력사무소에서 또 그 분을 보내주셨어요.
뜨암 (국적 베트남. 50살)
저는 그 분을 확인하자 마자
마치 상견례 자리에서 사돈댁을 만난 것처럼 환히 웃었어요.
웃어야 했어요. ㅠㅜ
아니 분명 지난 번에 일 끝나고, 인력 사무소 사장님한테 얘기를 했거든요.
'저 사람, 사람을 찔렀다지 뭐예요.흐흐흥~' 이렇게..
그런데도 다시 보냈다니.. 이건 분명히
여러 오유님들 댓글처럼, 구글 번역기가 잘못 번역한 게 맞나 봐요.
아직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뜨암을 불러서 번역기를 켰습니다.
"아주 일을 잘 한다. 태국사람들 보다. (옆에 태국인들 있었음. 베트남어 번역이라 못 알아들었겠죠?)" 로
자존감을 한껏 높여준 뒤, 눈치를 보다가
드디어 쉬는 시간이 되자. 커피를 타주며 다시 구글 번역기를 켰어요.
"정말로 사람을 찔렀습니까?"
"허허허 ... ... 그렇다."
헉.. 설마.. 전 다시 마구마구 웃으며..
"어째서 찔렀습니까?"
"허허허... ... 젊었을 때, 어려서."
이 쯤 되니까. 지난 번 번역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고
나는 그만 정신을 잃었는지 쓸데 없는 말이 나오네요.
"요새도 사람을 찌릅니까?"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
그러면서 수갑을 차는 제스처를 취하네요.
'아놔ㅠㅜ , 감옥에 간다는 거야.. 감옥에 갔다 왔다는 거야.. ??'
"아하하하!! 잘 됐네요. 다행입니다. 나는 안전하네요. "
하고 그 분과의 대화는 끝났습니다.
그 뒤로 묵묵히 일하다 눈이 마주치면 가끔 재롱도 피우고..
뜨암과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 듭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