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체인지를 통한 빠른 타워 철거 이후 한타 메타가 유행하자, 바텀레인에 영웅 한 명을 보내는 것을 제한한 패치. (출처:인벤)
푸시 메타가 유행할 때는, 전체적인 푸쉬력을 낮추고 수비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갱킹 메타가 유행할 때는, 전체적인 갱킹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그 때 그 때의 메타에 맞추어 패치를 하는 이 방식은 한 메타의 독주를 막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메타가 등장하는 것을 오히려 막는 악영향을 낳게 되었습니다.
라이엇 측에서 원하는 메타, 즉 "라인에서 각자의 전투를 수행하며, 정글러가 자신의 성장과 갱킹에 노력을 적절히 분배하여 성장한 뒤, 용, 타워 등의 오브젝트를 놓고 한타를 벌이는" 메타가 [표준]으로써 자리잡고, 그 외의 큰 변칙 메타들은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때그때 변화에 빠른 대처를 하게 되면서, "이건 사기다" 라고 불릴 만한 메타를 막으면서 예상치 못한 전략에 손도 못 쓰고 억울하게 무너지는 경우 등이 많이 줄어들고, 보편적인 유저들도 획일화된 메타에 익숙해지면 큰 반동 없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2 도타:얼개는 메타의 유행에 따른 패치를 큰 간격을 두고 한다.
도타를 예로 들자면, 특정 메타가 유행한다고 해도 얼개는 바로바로 손을 대지 않습니다. 대신 도타 유저들이 흔히 부르는 "대격변"급 패치를 통해 메타를 뒤집습니다. 얼개의 과감함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6.80 -> 6.81로 버전이 0.01 올라갔을 뿐인데도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던 6.81패치의 '일부'
이 방법의 패치의 문제점은 다양한 메타에 대한 숙지를 강요받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대처를 잘못 했다가는 아무리 잘 나가는 팀도 눈 깜짝할 새 본진이 털릴 수도 있는 것이죠.
또한 한 번에 너무 많은 변경점들이 생기기 때문에, 전체 흐름을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들고, 플레이의 변화도 쉽게 예측 할 수 없습니다. 기존에 쓰이던 전략이 쓰레기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고, 따라서 여태까지 익혀 왔던 게임플레이를 버리고, 또다시 시행착오를 거쳐 가야 합니다.
또한 밸런싱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도,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꾸는 것은 당연히 밸런스적인 문제를 많이 야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한 것을 약하게 하거나, 약한 것을 강하게 하는 것은 쉽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뒤집는 데에는 당연히 세심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이른바 OP와 고인간의 큰 승률차로 나타납니다.
장점은 많은 도타 유저들이 인정하고 있듯이, 마치 야생과도 같은 다양한 메타가 생겨나며, 전략과 게임플레이에 따라서 언제든지 승패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행하는 메타의 변화는 사람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게임플레이를 선사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를 통한 적응기간이라는 것이 생기기 때문에, 밸런스에 둔감하게 됩니다. 즉, 수학적으로 밸런스가 맞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기에 쉽지 않으며 따라서 이러든 저러든 "만족한 밸런스"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모렐로와 얼개의 패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차이로 나타납니다.
2. OP와 고인에 대한 밸런스 대응많은 사람들이 말하죠. "LOL은 하향평준화, 도타는 상향평준화"
그런데 이게 왜 이렇게 된 건지 알아야 합니다.
2.1 LOL : 모렐로는 강점을 하향하고 단점을 상향한다.
한 마디로 이해가 되는 문장입니다. 너무 강한 장점이 있다면 당연히 하향을 해야 하고 너무 약한 단점이 있다면 당연히 상향을 해야 밸런스가 맞겠지요.
피들스틱의 공포 시간이 너무 길어서 OP지만 마나 관리가 어려웠던 점을, 공포 시간을 줄이고 기술의 마나 소모량을 줄임으로써 해결했던 LOL (출처 : 인벤)
당연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이 패치의 단점은 영웅들의 특징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특징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각 영웅들은 자신의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피들스틱의 경우 3초짜리 공포는 피들스틱의 트레이드마크와도 마찬가지였죠. 누구든 저 공포에 걸리면 왠만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살아 나가기 힘들다는 사실이 많은 유저들에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또한 마나 관리가 힘들어서 마나 포션을 준비해 다니는 것도 피들스틱 플레이의 요점이었죠.
하지만 공포 시간이 3초에서 2.25초가 되고 난 이후, 다른 흔한 2초짜리 군중제어기와 별반 다를 게 없어졌습니다. LOL에서도 2초짜리 스턴은 왠만한 스터너라면 가지고 있을 법한 스턴이거든요. 대신 피들스틱을 힘들게 했던 마나 문제는 크게 완화되었지요.
이 문제는 피들스틱 자체의 운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챔프와 비슷한 운영방식을 갖게 되면서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른바 피들스틱의 "장인"으로 불리던 사람들에게는 크게 반가운 패치는 아닐겁니다. 마나 관리야 원래부터 하던 거고, 3초짜리 공포를 믿고 피들스틱을 플레이 했는데 이걸 죽여버렸으니 피부에 와닿는 큰 너프임에 다름없겠죠. 결국 체감적으로 너프가 부각되고, 피들스틱을 주력으로 하는 유저들에게는 크게 반가울 것 없는데다가, 영웅간 특징이 크게 감소되는 패치가 됩니다. 이것은 LOL의 패치 전반에 나타나는 경향입니다.
2.2 DotA: 얼개는 강점을 상향하고 단점을 하향한다.
강점을 상향하고 단점을 하향한다니? 물론 위의 LOL부분을 읽고 오신 분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실 것입니다. 이것도 예를 들어 보죠.
안 그래도 낮은 공격력과 스탯을 줄이고, 아케인 오라의 마나회복량을 높여 온 과거 패치 로그
수정의 여인을 예로 들면, 이 영웅은 정말 좋지 않은 평타 모션과 낮은 시작 스탯(16/16/16), 그리고 느린 이동속도로 많은 유저들이 힘들어 하는 영웅입니다. 동시에 글로벌 마나 회복 오라, 강력한 디스에이블 (비록 몸이 약해서 쓰기 힘들지라도)기로 유명하죠.
그런데 관련 부분 패치 로그를 보면, 지능을 낮추고, 데미지도 낮추고, 오히려 아케인 오라를 상향시켜주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패치가 진행되었습니다.
평타 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그걸 또 하향을?
마나 오라 안 그래도 사기인데 그걸 상향을?
메즈가 좋아도 이동속도가 너무 느린데 상향 안시켜주나?
이런 패치의 장점은 역시 영웅의 컨셉을 살리고, 원래 영웅을 디자인하면서 의도했던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수정의 여인을 원래부터 파던 "장인"들에게는 솔직히 이동속도나 평타는 어찌 되든 크게 상관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정 회오리(Q)의 긴 범위 슬로우와, 동상(W)의 인탱글 효과, 그리고 마나 오라의 활용입니다.
마나 오라야말로 수정의 여인의 트레이드마크인 만큼, 그것을 강화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또한 평타가 약하고 이동속도가 느린 것이 수정의 여인의 특징이니, 그 특징 또한 그대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니 상향이 하향보다 더 와닿게 되죠.
이렇게 되면 결국 장점이자 단점이 하나로 귀결됩니다. 영웅의 특징이 도드라지면서, 다른 영웅과의 차별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영웅들이 상황을 많이 타게 됩니다. 유리한 상황 및 조합과, 불리한 상황 및 조합간의 차이가 크게 나고, 순수 피지컬만으로는 프로게이머더라도 극복하기가 힘든 수준에 이릅니다. LOL에서는 "픽밴이 게임의 절반이다" 라는 말이 있지만, 도타에서는 픽밴이 제대로 말려 버리면 티어1 팀이 아마추어 팀에게도 질 수 있는 게임이 됩니다. 대신 도타는 이렇게 영웅들 간의 높은 차별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밸런스가 어긋나더라도 느끼기 힘들게 됩니다. 어떤 영웅이든 운용의 묘가 있고, 그 특징이 잘 살아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강한 형태로 디자인되기 때문에 패배를 많이 하더라도 "영웅 운영에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패배했을 것이다" 라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밸런싱의 만족감에 영향을 줍니다.
사실 얼개와 모렐로의 패치는 조금 성급하게 요약하자면, 얼개는 특징을 유지하는것에 중점을 두고, 모렐로는 평등을 맞추는 것에 중점을 둔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모렐로는 통계와 이론적인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 때문에 LOL에서는 확률적인 요소가 많이 없습니다.) 얼개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느쪽이 낫다 라는 것이 아닌, 차이인 것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경고하고 싶은 말은, 위 문장의 "모렐로는 수학적인 밸런스를 중시하고, 얼개는 체감 밸런스를 중시한다" 라는 부분을 보고 "그럼 실제 밸런스는 LOL이 더 좋은 것이 아니냐" 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되묻자면,[실제 밸런스]란 대체 무엇이죠?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게임은 계산기가 하는게 아니라 바로 당신,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요.
참고 도서 : 게임 기획 개론 - 제우미디어
================================================================================================================================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출처는 도타2 인벤의 Lindows님이구요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891&query=view&l=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