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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산에 사는 산미치광이입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맥도날드 알바를 했을 때 좋았던 기억이 많습니다. 벌써 10년은 넘은 일입니다.
그래서 아는 동생이 이번에 맥도날드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괜찮은 알바 자리라는 생각에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꺾기’를 아십니까?
맥도날드는 보통 2주 전쯤 알바생들의 스케줄을 만듭니다. 알바생들이 희망하는 시간과 불참하는 시간을 이야기하면, 상황에 맞게 크루(맥도날드 알바를 이렇게 부릅니다)를 배치하는 것이죠.
꺾기란,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A라는 친구가 월요일 아침 9시~오후 5시까지 스케줄이 짜여 있으면 A는 정해진 시간대로 일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장사가 안될 경우, 매니저가 ‘너 집 가!’(순화해서 말하면 장사가 안되니 집에 가 주면 안 되겠니?)하면 A는 쫄래쫄래 집에 가야 합니다. 불쌍한 A는 재수 없으면 4시간을 못 채워서 조그만 식사를 먹고 집에 가야 합니다. (4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경우 식사의 종류와 양이 달라집니다)
이걸 ‘꺾기’라고 합지요.
예전에 알바 노조에서 맥도날드를 향해 핏대 세웠던 적 기억나십니까? 어느 알바하는 곳이나 꺾기는 있겠지만, 그중 유독 ‘꺾기’가 심한 곳 중 하나가 맥도날드였습니다.
그뒤로, 맥도날드는 이미지 관리상 공식 인터뷰에선 자신들의 매장엔 ‘꺾기’가 없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습니다. 몇 년 전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꺾기’가 더욱더 치졸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더군요.
요즘엔 ‘너 집 가!’ 한 뒤에, 돌아 세우고 서류에 싸인을 시킵니다.
서류의 이름은 ‘조기 퇴근 희망서’입니다. 매니저가 가라고 한 걸, 알바생이 먼저 선수를 친 것처럼 ‘저 조기 퇴근요’하고 희망하는 척 포장하는 것입니다. 오호라, 이런 기특한 알바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맥도날드의 장밋빛 매출을 위해, 자신의 시급과 권리를 순순히 내준다는 것입니다. 훌륭합니다. 이거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걸까요?
실제로 비 오는 날 버스 타고 온 남자 알바생이 40분 일하고 ‘꺾기’를 당한 적도 있습니다.
이 친구 손에 쥐어진 건 버스비를 제외하면 약 3천 원 정도입니다. 밥도 못 얻어먹습니다. 자기 돈으로 사 먹으면 적자란 말입니다.
이 친구도 맥도날드 입장에서 보면 ‘조기 퇴근 희망자’입니다. 기특하겠지요.
맥도날드에는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이 많이 일합니다. 매니저나 점장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지요. 사회에 처음 나와서 어리버리하고 자기 권리 찾는 것도 서툰 나이입니다. 이런 친구들은 매니저나 점장이 형, 언니, 누나, 오빠이기 때문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합니다.
저는 맥도날드 내부 사정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알고 있어도 제가 일할 때보다 시간이 너무 흐른 뒤라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맥도날드가 이런 ‘꺾기’를 간접적, 직접적으로 시키는 것인데, 나중에 문제가 불거지면 하나의 매장, 한 명의 점장, 매니저한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게 아닐까 하고요.
매니저나 점장도 사람인데, 불쌍한 아이들을 꺾어대는 게 마음 편하진 않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도 맥도날드에 고용된 일개 직원으로 언제 진짜로 꺾일 줄 모르니까요.
맥도날드님, 장사가 안되면 접으세요. 애꿎은 알바생들 호주머니나 털지 마시고요.
장사가 안되면 위에 놈들 월급을 줄이시지, 왜 알바생들의 월급을 줄입니까. 너님들이 잘 못 해서 안되는 건데, 책임은 알바생들이 지는 게 말이 됩니까. 여기저기 헬조선 소리 나오니까 맥도날드도 빠질 수 없다 이거지요?
추가-소중한 댓글과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못 본척하면 지금은 내가 아는 동생이지만, 앞으로 내 조카나 아이들 또한 같은 일을 겪을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는 제도화 되어 있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니저, 점장의 권위와 친분을 내세운 이런 행위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순진한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대접 못 받고 일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답답한 마음과 혹시나 이런 걸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해서 글을 올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부산의 한 맥도날드 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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