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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184102
    작성자 : 블덕후
    추천 : 6
    조회수 : 1092
    IP : 211.214.***.254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0/04/14 02:30:24
    http://todayhumor.com/?humorstory_184102 모바일
    친구의 고백.........................
    평소와는 다를 바 없는 평일의 퇴근 즈음 오랫만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 회사 여직원이랑 술한잔 할건데 너 할거 없음 와서 같이 한잔하자'

    피곤하기도 했고, 그리고 연이은 회식자리때문에 컨디션이 좋지않아 몇번 거절을 했지만 친구녀석은 내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결국 기다린다는 일방적인 대사와 함께 녀석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녀석의 회사 근처 허름한 막창구이집으로 들어갔다. 막창을 굽는 연기가 자욱한 내부에 용캐도 나를 알아보고 친구녀석이 손을 흔들어 나를 불렀다. 난 멋적은 표정으로 친구녀석이 내어준 자리에 가방과 외투를 벗어 놓고 자리에 앉았다.

    친구녀석은 회사 후배라는 여직원 한분과 이미 소주를 2병정도 비운 상태였다. 나와 그 여자분은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누구나 그렇듯 첨에는 어색했지만 위대한 술의 힘을 빌려 목소리가 점점 하이톤으로 변하면서 그분과도 즉석 절친을 맺어버렸다. 

    우리는 그렇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각자가 생각하는 이성에 대한 생각과 신변잡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몇병의 술을 더 비운 후 자리를 끝내고 여자분을 먼저 택시에 태워 보내고, 친구녀석과 택시를 탔다.

    "그동안 얼마나 바빴길래 연락도 없이 그렇게 지냈냐?"

    라는 나의 물음에 그 녀석은 들은척도 안하더니 나를 툭치며 이렇게 말했다.

    "아까 걔 어때? 너랑 잘어울릴것 같은데 내가 몇번 너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 회사에 프로젝트가 바빠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겨우겨우 자리 마련했다. 너 어색하게 소개팅 같은 자리 싫어하잖아. 내가 그 애 전화번호 가르쳐 줄게 생각있으면 연락해봐. 아까 내가 대충 보니까 첨에는 표정이 안좋다가 나중에는 괜찮은것 같은 표정이더라"

    나는 웃으면서 친구에게 말했다.

    "어쩐지 니가 갑자기 연락한다 했다. 목적이 그거였냐? 어떻게 사람을 한번 보고 알겠냐? 그 여자분한테 나랑 연락하는거 어떻냐고 물어봐줘, 그리고 나쁘지 않았다면 연락해볼게"

    그렇게 그날의 술자리를 가장한 소개팅 후 난 그녀와 어색한 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에서 틈틈히 통화하고 주말에 만나 밥먹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까워 질수록 그녀는 나에게 내 친구와는 점점 멀어지는것 같다고 얘기했다.

    어쩔때는 은근히 자기를 피하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난 '역시 녀석이....좋아하고 있었구나..........바보같은 녀석 그런데도 소개팅 자리를 마련하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번 녀석과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친구녀석은 내 전화를 의도적으로 피하는거 같았다. 

    좋은 여자친구를 얻는건 정말 행복하지만, 우정을 잃어가면서 까지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 나는

    친구의 집앞에서 맥주와 친구가 좋아하는 꼬깔콘을 사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친구녀석이 땅을 보며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난 친구녀석을 불렀고 녀석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녀석 집근처 놀이터 밴치에 우린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맥주와 꼬깔콘을 먹으며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다가 내가 먼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역시... 너 좋아하지?"

    녀석은 덤덤히 내 질문을 받아드렸다.

    "아니 내가 좋아했으면 소개팅까지 자리까지 만들었겠냐. 그리고 내가 좋아하든 안하든 그건 상관없어 난 그냥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없으면,누군가로 인해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만 보는걸로 만족하니까"

    내가 말했다

    "그렇게 말 할 수 있다는것 자체가 니가 엄청 좋아하고 있다는거야"

    친구는 내말에 대답을 안하고 그냥 남은 맥주를 마실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채념한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내가 오랜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래 언제 부터였냐? 좋아하기 시작한게"

    친구가 대답했다.

    "처음 봤을때부터, 그날은 햇살이 되게 맑게 비치는 날이었어. 꽃도 되게 예쁘게 가득가득 피어있었고, 그때 라디오를 듣는데 그 라디오 DJ가 그랬어, 이렇게 맑은날 주위를 둘러보다, 내 시선이 갑자기 뭔가에 이끌려 멈추는 그곳에 어쩌면 내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각인이 될 그런 사람이나 장면이 있을거라고, 근데 정말 그때 거짓말 처럼 내 시선이 멈췄어"

    친구는 다시 맥주를 한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때 라디오에서 날씨에 맞게 아주 예쁜 노래가 흐르고 있었는데 물론 내 착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노래의 박자에 맞게 걸어가고 있었어 내앞을... 그래  그때 나도 그 노래에 맞춰서 호흡을 하고 있었거든 세상에 그 사람의 발걸음과 내 호흡 그리고 그 음악.....밖에 없는 느낌이 들었어.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나한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었어"

    또 다시 친구는 맥주를 한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 그날 부터였어, 너를 좋아한게 그냥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잘웃는 애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 나도 모르게 널 좋아하게됐어"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냥 니가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니까. 그래서 좋은 여자 소개시켜 주고싶었어, 그런데 그애가 눈치를 채더라구, 내가 널 좋아하는걸... 그래서 피했어, 너도 그 후배도"

    난 그 녀석을 와락 안았다.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건 그 애가 아니라 그 햇살 밝은 날 책상에 앉아 정말 동그란 눈으로 날 멍하니 쳐다보던 너였어."

    친구는 날 밀치며 말했다.

    "이러지마, 그 애는 날 누구보다 좋은 언니라고 생각하고 있단말이야, 난 그애한테 상처줄 수 없어, 그리고 곧 우리 언니랑 형부 퇴근할 시간이라 들키면 혼나" 

    하악 힘드네요. 역시 소설은 아무니 쓰는게 아니네요. 쩝 2중반전을 노렸습니다. 이 새벽까지 뭐하는짓이냐..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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