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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8392
    작성자 : 티팟티
    추천 : 10
    조회수 : 1222
    IP : 183.102.***.192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4/10/15 19:48:06
    http://todayhumor.com/?history_18392 모바일
    감히 신을 심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기자 나카무라 코지
    와세다 대학교 교수인 노리히로 카토(加藤典洋)가 쓴 글을 보았습니다.
    정확히는 그걸 영어로 번역한 거였지만요. (일어공부는 수능에서 끝;;)


    800px-Ford_and_Emperor1975.jpg
    (포드 대통령 내외와 히로히토 내외, 백악관, 1975.10.02)

    1975년 10월 31일, 미국을 방문하고 몇 주 후 히로히토 천왕과 부인은 궁에서 기자회견을 엽니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TV에 출연한 모습이라고 하는군요.) 당시 런던 타임즈 대표로 참가했던 나카무라 코지(中村浩二)는 용감하게도 직접적으로 그에게 태평양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묻습니다.

    "백악관에서 폐하는 '내가 깊이 개탄하는, 불운한 전쟁'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폐하가 개인적으로 전쟁 자체에, 그리고 일본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까? 추가로, '전쟁에 대한 책임'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히로히토는 다만 "그런 단어 표현에 대해서 나는 이런 문학적인 면은 그다지 연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므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1975년 11월 1일자 아사히 신문)"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비록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질문은 존재 자체가 중요합니다. 히로히토는 기자회견 후로도 14년을 살았지만 다시는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고, 1975년의 회견에서 나카무라 코지가 위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히로히토는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1) 일본 시민에 의해 2) 공개적으로 자신이 전쟁에 가지는 책임에 대한 질문을 듣지 않았을 겁니다.

    이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인 나카무라 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 '그리고 암묵적으로 '아무도 물어서는 안 되는' 질문을 국가의 상징이자 대표인 천황에게 던졌습니다.
    기자로서, 일본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다른 무수한 기자들은 하지 않았으니까요.

    아직 제국주의의 잔재가 사라지지 않은 70년대라 특별했던 걸까요?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dd.jpg

    지난 달 일본 궁내청은 총 61권에 1만2000장 분량의 히로히토 실록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특히 세계 2차 전쟁 전/후 시기에 대한 내용이 크게 편집되어 관련 학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히로히토 개인의 책임에 대해서는 철저히 회피하고 있다고 하는구요.

    지지난주 역사학자 허버트 빅스(Herbert Bix)가 쓴 글도 인상적입니다.
    "[일본의 대형 신문사로부터] 이제까지 공개가 금지되었던 내용을 살피고 다양한 사건에 대한 히로히토의 시각을 평가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습니다: "히로히토의 세계 2차 전쟁에서의 역할과 책임"은 신문사에서 보도할 수 있는 범위 바깥이므로 논하면 안 되다는 거였습니다."

    75년에서 지금까지, 일본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세계 2차 대전 이야기를 하는 건 가능합니다. 
    다만 일본의 책임은 말할 수 없습니다.
    마치 그 '개탄스럽고, 불운한 전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마냥 말이죠.
    전쟁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은 희미해집니다. 전쟁이란 기본적으로 끔찍한 일이니만큼 관여된 모두가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다 고생했으니까 다 똑같이 불쌍하고. 이 아픈 기억 그냥 덮고 넘어가자고. 잊어버리자고.

    그 해이한 책임회피에 대항한,
    용감한 기자 나카무라 코지를 생각합니다.



    P.S. 불편한 사실은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중국에서든 세계 어디에서든 가장 위험한 '내부의 적'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다잡고 마냥 선량한 피해자로 행세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떨쳐냈으면 좋겠습니다.

    ---
    출처
    1. 히로히토 일왕 내외 & 포드 대통령 내외 사진: http://en.wikipedia.org/wiki/Hirohito

    참고
    1. 일본 천황을 다룬 영화 태양(Solntse, 2005) 리뷰: http://ama00ame.egloos.com/m/2363166
    티팟티의 꼬릿말입니다
    죄가 있다면 성역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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