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자게에 후방짤을 올리는 자게이가 있었다. 마침 졸리기도 하던 참이라 후방짤을 보려고 기다렸다.
모바일로 올리는거라 댓글로 되게 고심해서 올리는 것 같았다.
"좀 더 수위가 센건 없습니까?"
했더니,
"야짤 몇개 가지고 차단 당할 일 있소? 안 꼴리거든 다른 데 가서 보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자게이였다. 수위를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올리기만 기다렸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꼴릿한걸 올리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걸 고르고 저걸 고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수위를 조절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점심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조절하지 않아도 좋으니 계속 올려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보는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조절한다는 말이오? 자게이, 외고집이시구먼. 시간이 없다니까요."
자게이는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보시우. 난 안 올리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점심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올려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수위조절에 실패하고 신고 먹는다니까. 야짤이란 제대로 고심해야지, 조절하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올리던 것을 숫제 폰 앨범에서만 열어 놓고 태연스럽게 유게에서 베오베로 토를 하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후방짤을 올리고 이리저리 드립을 치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후방짤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업무중에 슬쩍슬쩍 봐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글을 쪄가지고 조회수가 올라갈 턱이 없다. 자게이들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수위만 되게 조절한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자게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자게이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섹스글을 찌고 있었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섹무새다워 보였다. 구슬픈 섹스 소리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자게이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집에 와서 찬찬히 다시 글을 열어보니 다른 자게이들이 극찬이다.
다른 후방게시글 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후방짤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자게이들의 반응을 보니, 노출이 너무 심하면 보기에 민망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너무 꽁꽁싸매면 꼴리지가 않는단다.
요렇게 꼭 수위줄타기를 하면서 꼴리는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자게이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올라오는 야짤은 해상도는 낮아도 픽셀아트처럼 자세하게 보일 듯 보이지 않아서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렇기에 오히려 더 애가 탔다.
그러나, 요새 야짤은 해상도는 높지만 그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맛이 없다.
예전에는 야짤을 구할때 인터넷이 느려도 여러 사이트를 돌면서 구했다. 이렇게 다른 사이트를 세 번 정도 방문 한 뒤에 비로소 저장한다.
이것을 야짤줍이라고 한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검색질만 해서 몽땅 주워온다. 금방 찾는다.
그러나 수위가 뒤죽박죽이다. 그렇지만 요새 남들은 검색으로 싹쓸어 모으는데 일일이 사이트에서 야짤줍을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얏옹만 해도 그러다. 옛날에는 프루나에 올리면 동양은 얼마, 서양은 얼마, 국가별로 구별했고, 고화질 노모는 세 배 이상 비싸다.
고화질 노모란 말 그대로 DVD급 화질에 모자이크가 없는 것이다. 제목과 캡처짤만 보아서는 어느정도 고화질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말을 믿고 받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남이 보지도 않는데 고화질로 올릴 이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세 배씩 값을 줄 사람도 없다.
옛날 업로더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얏옹과 야짤을 모아서 올리는 그 순간만은 오직 다운로더들이 만족한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헤비 업로더가 되었다.
이 후방짤도 그런 심정에서 올렸을 것이다. 나는 그 자게이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추천을 받는담." 하던 말은 "그런 자게이가 나 같은 오징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꼴릿한 후방짤이 올라올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자게이를 찾아가서 히토미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날에 자게에 들어오는 길로 그 자게이를찾았다.
그러나 그 자게이의 닉네임 옆에방문수 표시가 없어지고(탈퇴) 라고만 남아있었다. 나는 그 자게이가 마지막으로 썼던 뻘글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할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다른 섹무새의 섹스글을 바라보았다. 많은 자게이들이 댓글로 '섹스!!!' 하고 외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자게이가 여기서 섹스를 외치고 있었구나. 열심히 후방짤을 올리다가 유연히 댓글로 섹스를 외치던 자게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보아라! 강호의 볶음은 붉게 타오르고 있다!' 란 말이 새어 나왔다.
오늘 자게에 들어왔더니 후방이라는 제목으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전에 낚시를 하고 나면 낚인 이들을 위해 보답으로 후방짤을 올리던 생각이 난다. 후방짤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수위조절 하는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강호볶음이니 쩡인지니 꼴릿함을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2년 전 후방짤 달리던 자게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PC로 글 길게 써보네요
방망이 깎던 노인 한번 패러디 해봤슴다
이거 은근히 어렵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