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오유유저 여러분,
솔로들을 괴롭게하는 겨울이 올해도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저는 이들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한시도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결국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솔로당 선언 - 만국의 솔로들이여, 단결하라!
0. 서론
일찍이 맑스는 사회를 물질자본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자, 부르주아와 프롤레테리아로 양분하여 정의하였고, 이 것에 그의 사회주의 이론의 기초를 두었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적 갈등을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추종자들이 그의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려고 했을 때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부르주아의 탄생은 봉건계급의 몰락과 시작하였고, 이를 전체적인 인류역사에 비추어보면 사실 매우 최근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대부터 계속된 두 갈등 간의 집단이 있었으니, 이는 커플과 솔로다. 온 인류역사 동안 전자는 사회의 모든 면에서 헤게모니를 지속해왔으며 후자보다 더 우월한 ‘가진 자들의 집단’으로 인식되어왔다. 그에 반해 솔로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해왔고 커플들의 극악스러운 염장질 아래 신음해왔지만 이 것이 잘못된 사회구조의 결과라는 것도 알지 못한채 묵묵히 견뎌내왔다.
솔로들이여! 어찌하여 그대들은 그대들의 솔로임을 수치스럽게 여기는가! 우리의 족쇄를 스스로 벗어던지고 일어날 때가 왔다.
1. 솔로란 무엇인가.
솔로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상태이며, 인간은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다. 솔로는 자기계발과 생산적 활동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건전한 사회의 밑거름이 되는 숨겨진 주역이다. 또한 솔로는 절제된 생활을 살며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아름다운 이다.
2. 커플 헤게모니
커플은 현재 사회지배계층이고, 지금까지 아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솔로들도 이 것을 당연시하여 커플을 동경해왔고, 수많은 솔로들이 탈영했으며 지금도 탈영준비를 하고있다. 심지어 커플리즘의 허상과 한계를 접하여 귀환하게된 솔로들 조차도 솔로에 만족치 못하고 다시 한번 눈을 돌리는 현실이다. 왜 솔로는 부정적인 사회인식을 받아야만하며 무엇이 이들을 하층계급으로 유지시켜왔는가?
그 이유는 커플계급이 현재 모든 예술 및 문화기관들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어도 음반의 1번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커플을 찬양하는 가사로 가득하며, 영화를 봐도 커플을 다루는 로맨스 영화 뿐이다. 심지어 커플의 문제들을 다루는 작품들조차 커플리즘을 극도로 미화시켜 솔로들로 하여금 “나도 저런 애절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심어주고 있다. 이런 문화상품들을 통해서 그들은 커플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솔로들을 세뇌시켜왔다. 또한 제과업, 귀금속업, 요식업 등 커플형 소비행태로 인해 이득을 보는 특정 경제섹터들은 미디어와 결탁하여 커플이 마치 이상적인 사회상인 것 처럼 그려왔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연중 몇일을 커플리즘을 테마로한 축제로 지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재정조달로 이 것들을 대중화시켜 지금의 “커플 컬트”를 완성시키는 데에 큰 몫을 하였다.
3. 솔로투쟁정신
수 천년동안 솔로들은 억압받았지만 솔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개개인의 솔로는 흔들리고 길을 잃을 수 있지만, 집단으로써 솔로는 절대로 파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궁극적인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커플의 억압과 착취에 굴하지 않고 솔로가 사회 유일계층이 될 때까지 지치지 않는 투쟁을 통하여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다.
솔로투쟁은 솔로들이 집단의식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솔로는 혼자가 아니며 전 세계의 모든 솔로들이 그의 동료요 전우라는 것을 깨달아야한다. 힘을 합치면 커플계층이 독점하고있는 사회질서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많은 솔로들을 사로잡고 있는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떨쳐버릴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솔로는 더 이상 민간인이 아니라 솔로투쟁의 용사, 솔로부대원이 되는 것이다.
솔로투쟁은 개인적 투쟁과 집단적 투쟁, 즉 두 가지 양상을 띄고 있다. 이 두 ‘전선’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으며 솔로투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 전선 모두에서 승리를 거두어야한다.
4. 참솔로의 길
참솔로는 모든 솔로부대원이 목표삼아 지향해야하는 이상적인 솔로상이며, 개인적 솔로투쟁에서 승리한 자를 일컫는다. 참솔로는 커플의 허상을 완전히 자각하고 있고 동시에 자신의 솔로임에 자긍심을 느끼며, 솔선수범한 행동과 박애정신으로 주변 솔로들에게 귀감이 되는 자이다. 한마디로 정예솔로부대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고독을 느끼게 되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솔로는 없다. 하지만 외로울 순 있어도 절대로 커플을 동경해선 안된다. 부러워하는 순간 전투에서 패배한다. 그러나 깨어있는 솔로부대원은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정신무장으로 시험을 극복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더욱 투철해진 솔로정신의 소유자가 되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솔로를 죽이지 않는 것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든다. 계속되는 투쟁 끝에 솔로부대원은 월반, 즉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여 마침내 참솔로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5. 투쟁의 수단
솔로부대는 테러집단이 아니다. 솔로의 이름을 걸고 무분별한 테러리즘을 자행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공격적인 염장질에 대한 정당방위만 허용한다. 테러리즘은 열등감 분출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솔로로서 점하고 있는 도덕적 우위를 스스로 침식시키는 일이다.
솔로들은 커플문화에 의해 정신적으로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에, 솔로투쟁은 전적으로 이데올로기적∙영적 전쟁이며, 커플에 의한 문화적 헤게모니를 타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솔로들이 문화생활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커플문화에 대항할 카운터컬쳐, 솔로문화를 양성해내야 한다.
카운터컬쳐는 매우 효과적인 투쟁수단임이 역사적으로 이미 여러번 입증된 바 있다. 예를 들면, 락 음악은 20세기 중후반에 반전, 반기득권층 메시지를 전파하는 매체로 널리 쓰였다. 솔로문화는 또한 현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커플문화에 대해 단순히 대안을 제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여러 민족주의 운동들은 집단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는 문화적 공감대가 필수불가결적인 요소라는 교훈을 남겼다. 마찬가지로 솔로문화는 솔로정신을 고취시키고 퍼뜨려 솔로투쟁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솔로문화는 아직 근본이 없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하는 첫 단계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깨어있는 소수의 솔로들이 발벗고 나서서 솔로문화의 선봉이 되어야만 한다. 일단 이들이 솔로문화를 개척하고 씨앗을 심기 시작하면, 솔로문화라는 나무는 솔로부대원들의 투쟁정신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솔로혁명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전세계 솔로들의 힘을 합하면 늦가을 산불처럼 겉잡을 수 없이 번져 세상을 덮고 마침내 솔로세계질서를 이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커플제국 타도하여 솔로낙원 이룩하자!
솔로부대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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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성판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