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행가기 직전에 카메라 산다고 추천 부탁하는 글에 주저하시는 지 알겠네요.
시작은 이렇습니다. 카메라 생초보가 여행가기 일주일 전에 미러리스 카메라 질렀습니다.
출발하기 전 한 일주일쯤, 열심히 잡다한 걸 찍어 손에 익히려고 노력했으나....막상 여행 가니 상황이 다르더군요.
일단, 사진을 잘 찍으려면 발과 머리가 바빠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다가 익숙하지 않으니 좀 허둥댔어요.
초보는 순간 포착은 진짜 어렵구요. ㅠㅠ 실내와 실외를 오가면서 아주 정신이 없었습니다.
카메라가 좋아도, 경험과 사진 구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스르륵 아재들이 찍는 사진은 결코 나오지 않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사진을 좀 찍어본 남편이 아이패드 가지고 슥슥 찍어서 건진 사진이,
제가, '아, 잠깐, 이거 좀 찍어볼래...' 하고 꾸물꾸물 만져서 (음....셔터 스피드는 바꿔야 하나....그 버튼이 어디더라....아참....ISO도.......)
열심히 찍어서 건진 사진보다 나은 거 같네요.
참고로 제가 5일에 1000장 정도 찍은 거 같습니다. 남편은 한 서른장 찍었나?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질러도, 카메라가 좋은 사진의 다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깨우쳤습니다.
그리고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세팅 잘못 건드려서 한번에 세장씩 찍힘. 한번 찍으면 두장씩 지우면서 버티다가, 호텔에서 메뉴얼 다운 받아 읽었어요.)
카메라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번들 렌즈임에도 가까이 있는 거 깨끗하게 잘 잡았구요. (저 색 잡힌 거 완전 감동 했어요.)
어두운 데서도 이 정도면 꽤 잘 나오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뭘 알아야 리뷰도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프로그램이 익숙치 않아, 모두 보정 안한 사진입니다.
이때는 비가 왔어요. 하늘이랑 비가 꽤 또렷하게 잡힌 거 같아 올려봅니다. (어두운 곳이 너무 뭉개졌나요?)
광각 (맞나요?) 에서 왜곡 현상은 있는 거 같은데, 그래도 이 정도면 번들 렌즈로 괜찮은 거 아닌가요? (똑딱이 쓰던 저는 이런 건 너무 익숙해서...)
문제는 찍사인 전데요.
진짜 5일 동안 맘먹고 찍은 것 중, 1%도 못건진 거 같습니다.
위에 올린 건 그나마 그 1%에 들어간 거구요. 맘 먹고 여행가서 좋은 사진 건지려고 카메라 산거면 대략 난감한 상황이죠.
좀 괜찮게 나왔다 싶은 것도, 나중에 보니 살짝 잘린 곳이 표현 되었어야 한다던지, 너무 어두운 곳에 디테일이 너무 뭉개셨다던지...
여백이 좀 모자란 다던지...그것도 아니면, 뭔지 모르겠는데, 어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대로 쓰려면 RAW 받아서 찍어야 한다고 해서 찍었는데, 제가 쓰는 포토샵은 오래된 거라, 제 카메라 RAW 파일을 지원 안해주고.
캡쳐 원 배워서 제대로 보정까지 하려면 사진 정리해 놓는데 일주일은 더 걸리겠네요.
근데 전 재밌었어요.
전 오토는 일부러 안 놓고 찍었구요. 어차피 설렁 설렁 간 여행이라, 익숙해 질 겸, 그냥 천천히 찍으면서 다녔습니다.
(끈기있게 매번 기다려준 남편에게 감사를.....그랬는데도 건진 사진 별로 없어서 미안....)
이제 하드를 사야겠네요. (지름엔 끝이 없는듯....)
이건 여담인데요.
제가 맥주를 좀 사랑합니다. 요새는 IPA에 빠져있습니다. 인디안 페일 에일이라고, 에일 종류입니다.
쌉쌀하고 알싸한 맛을 좋아하시면 꼭 드세요. 두번 드세요. 저번에 누가 올리신 글 보니까 한국에도 들어간 거 같더라구요.
(스타우트 보다 쌉쌀하고 향이 진합니다. 홉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저 병 포장에도 홉 그림이 있네요.)
앞으로도 자주 올 듯 하니 잘 부탁 드려요. 조만간 렌즈 지름신이 오지 않을까....생각 중입니다. 일단 캡쳐 원부터 좀 배우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벌써 렌즈 검색하는 거 남편에게 들켜서, 사진 못찍는 거 장비 탓 한다고 벌써 한번 구박 들었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