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20401220006575&p=hani 청와대에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1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해 "공개된 (사찰) 문건의 80%는 지난 정권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한겨레>가 이번에 공개된 문건 26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실제로 2200여건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7년에 작성된 문건이었다. 하지만 이 문건의 대부분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에서 통상적으로 작성된 '경찰 내부문건'으로, 민간인 불법사찰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나서 공직자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찰한 자료인 나머지 400여건의 문건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또 지원관실이 업무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공직자 대상 사찰 문건 역시 동향파악이나 비리감찰 수준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솎아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 발견됐다.
■ 참여정부 문건 대부분 경찰 내부 감찰문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부산 유세에서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라고 말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도 사찰 문건이 공개된 다음날인 3월31일에 이어 이날도 기자 브리핑을 열어 "문건들 가운데 80%가 넘는 2200여건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출신으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됐던 김기현 경정의 유에스비(USB)에 저장됐던 사찰보고서 2600건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7년 작성된 2200여건의 대부분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에서 작성한 문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 담겨 있는 참여정부 시절 문건은 대부분 △경찰간부 동향 △제이유그룹 검찰수사 현황 △무궁화클럽 결성·대응방안 △지휘부 퇴진 등 청장 비난글 게재 현황 △비리 감찰 활동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 문건에는 제목 옆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이라는 출처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들 문건이 외부인에 대한 '사찰'이 아니라 내부인에 대한 '감찰'로, 경찰의 감찰부서나 정보부서에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 범위에서 작성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서 참여정부 시절 경찰 내부 문건이 다수 발견된 이유는 그가 2005~2007년 사이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조사계에 근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김 경정과 함께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문건의 형식과 내용을 두루 살펴본 결과, 당시 감찰담당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이 확실하다"며 "아마도 김 경정이 경찰청에서 작성했던 감찰파일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 갈 때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문제는 지원관실의 불법적인 사찰
청와대와 총리실은 이번 문건으로 참여정부 시절에도 민간인을 포함한 무차별적 사찰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 것처럼 주장하고 나섰지만, 참여정부 시절(2006~2007)의 '경찰 내부 감찰 문건'과 이명박 정부 시절(2008~2010)의 '사찰 문건'은 엄연히 다르다.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에는 공직자 외에 민간인에 대한 사찰이 없었던 데 견줘, 이명박 정부 시절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건엔 'BH(청와대) 하명'을 받아 정치인은 물론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사찰을 벌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사찰을 벌인 사실 외에도, 사찰을 위해 녹취나 미행 등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경정의 유에스비에서는 수십건의 녹취와 함께 감사원 고위공직자의 불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미행을 한 내용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세히 기록된 문건도 발견된 바 있다.
민주통합당 '엠비(MB)새누리 국민심판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은 "청와대는 진상 고백과 사죄를 해도 모자란데 마치 노무현 정부 때도 (불법사찰을) 했다며 물타기 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 행위"라며 "어느 정권 없이 불법사찰했다는 박근혜 위원장의 발언도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감찰과 정권에 대한 정적이나 민간인을 사찰한 것을 구별하지 못한 어리석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