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TLGD입니다.
예전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네....글을 올린지 어언 2년 가까이 지나고 있네요(...)
글을 올리고 나서 다음날부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연재가 그냥 망했습니다. 시작도 안했죠...
그리고 그냥 그렇게 잊고 살다가 오늘 이 새벽에 잠이 오지 않던 차에 갑자기 이게 떠올랐네요.
막상 여행을 하면서는 즐겁고 좋았는데 다녀와서 정리하고 기억을 되새김질 해보려니 워낙 귀찮고 바빴던 것도 있고 해서 기억의 정리를 못했었는데,
물론 지금도 바쁘긴 하지만 이렇게 다시 제대로 업로드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뭐...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여행기가 뭐 재미로 읽는 건 아니잖아요?ㅋ
걍 이런 놈이 이런 여행을 했구나~싶은 느낌으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ㅎㅎ
연재주기는...글쎄...아마 일주일에 한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 쓰기엔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고 게다가 여행하는 동안 적은 일기는 본가에 있어서 이번 3월 하순에야 본가에 들어가서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탄탄한 자료작성을 위해 연재주기는 넉넉히 할까 생각이 듭니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본문은 평어체로 서술합니다.]
2012년 8월, 동월 28일에 입대가 결정되어 있던 나는 봄부터 이미 딱히 할 것 없는 상태였다.
놀고먹고알바하고 그러면서 돈만 모으고 있었다. 아참, 체력도 기르기 위해 매일같이 뒷산을 타곤 했다.
별 건 아니다. 자전거여행 하려고 준비중이었다.
입대 전 이 시간이 아니면 이런 여행을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이 들어 10년에 대학을 휴학한 후부터 꾸준히 계획하고 준비해왔던 여행이었다.
뭐 꾸준히 계획이라곤 해도...큰 계획은 딱히 없었다. 잠정적으로 몇가지 큰 줄기만 있을 뿐.
큰 줄기는 이거다.
1.히로시마에서 출발
-히로시마에서 로봇 애니메이션 엑스포가 있다고 했다. 그거 보려고
2.후지산 등정
-걍 제일 높은 산이라서
3.도쿄 도착
-나리타 공항이 거기 있으니까
주어진 기간은 정확히 14일이었다.
2008년 8월 11일~8월 24일
내 군 입대가 8월 28일이었으니 제 날짜에 귀국하지 않으면 입대를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므로 날짜에 맞춰 칼같이 여행을 끝내야 했다.
스스로 가는 첫 외국여행이면서 동시에 첫 자전거 장거리투어였는데 참으로 베짱도 두둑했다.
참고로 그 이전에 자전거 장거리는 한번에 20km를 넘어본 적이 없었다.
여러가지 난제가 있을 것 같긴 했지만 별로 두려움은 없었다. 난 젊으니까.
아무튼 무척이나 단순한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중요한 두가지가 있었는데 첫째가 기재, 둘째는 체력이었다.
기재:
-당연히 자전거가 필요하다. 이 여행의 경우 비행기에 실어 날라야 하므로 자전거는 접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부피가 커서 일정규격,일정 무게를 넘어버리면 초과요금을 내야 하기에 나는 쉽게 폴딩,언폴딩이 가능한 허머바이크 시리즈의 파라트루퍼를 구입했다.
-텐트,각종 경비가 비싼 일본에서 노숙은 나의 삶. 마침 계절이 여름이라 노숙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54000원에 1~2인용 텐트 하나 구입
-라이딩복장,헬멧,기초공구,여벌옷,여권,디카,일기 등등 기타잡다구리한 것들
-GPS기록계, 여행의 기록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남기고 싶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여행한 경로를 전원이 켜져있는 한 자동으로 현재위치를 GPS로 인식,기록하는 기록계를 구입했다. 최종적으로 기록을 추출하면 구글어스에 업로드해서 내가 달려온 경로를 지도에 중첩시켜서 볼 수 있다. 분명히 다녀와서 큰 보람이 될 거라 생각했다. 기록계의 배터리 소모량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일단 에너자이저 리튬 배터리(AA)를 배터리 전문 쇼핑몰에서 한 20개(10쌍)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일이었다. 기록계의 배터리는 2일에 한번씩 완전 소진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배터리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하긴 15초에 한번씩 위성과 교신을 하고, 24시간 내내 켜놓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체력:
-이런 장거리 여행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 체력을 믿을 수 없었다.
당장 스케쥴만 봐도 11일 출발, 24일 도착이다. 14일동안 히로시마에서 도쿄(중간에 후지산 등정도 포함)를 가야하는 대장정이었다.
지도에서 재보니 직선거리가 칠,팔백킬로미터 남짓 되어 보였다. 그렇단 것은 도로를 통해 가면 1000km 이상이란 얘기다.
14일간의 일정을 1000km에서 나누니 하루에 75km는 달려야 안전빵이었다. 하루 75km라,....관광따윈 글렀군.
죽어라 달려야 하므로 나는 당장 여행 한 달 전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근데 딱히 체계적일 건 없고 그냥 매일 아침 뒷산에 자전거 타고 오르락내리락 했다. 산 타라고 만들어진 MTB 파라트루퍼였으므로 재미나게 매일 산을 탔다. 딱히 체감으로 느낀 건 아니지만 체력이 증진되긴 했을 거다. 안 그러면 내가 완주를 성공하진 못했겠지. 한달간 힘들지만 즐거운 나날이었다. 근데 트레이닝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난 이번 달에 입대한다는 거다.
근데 당시엔 입대따윈 여행에 묻혀 떠오르지도 않았다.
여행날을 기다리며 두근두근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기다리던 여행 전날이 되었다.
이놈이 내가 타고 달릴 나의 파라트루퍼. 이때만 해도 깨끗한 편이었다.
순정상태는 저 안장 뒤의 장착시스템같은 건 없이 흙받이가 앞뒤로 달린 상태다.
난 흙받이가 뭔가 거슬려서 떼어네고 거기다 장착레일 달았다. 저 레일에는 옆에 다는 패니어백과 위에 다는 탑백을 장착할 수 있다.
핸들바에는 헤드백을 장착할 마운트와 속도계를 장착했다.
가져갈 물품들을 늘어놓아보았다. 많구나...
짐은 많이 가져가봤자 말 그대로 다 짐이 되기에 정말 필요한 것들로만 딱 구성했다.
맨 아래의 검은 것은 자전거를 폴딩했을 때 담을 수 있는 소프트 케링케이스, 이놈 없었으면 나중에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그 이유는 연재후반부에...
모든 구성품을 장착해본 모습.
꽤 여행바이크 티가 난다. 텐트백을 분해해서 폴대는 탑백에 넣고 텐트천과 플라이는 소프트케링케이스와 함께 메인프레임에 둘둘 감았다.
파라트루퍼 구조 특성상 앞이 횡하고, 메인프레임 공간이 남게 된다. 반면에 뒤쪽은 각종 짐으로 무게 밸런스가 심히 뒤로 쏠리게 되는데, 그 부분을 보정하는 효과를 얻으며 공간절약을 할 수 있는 효과를 보았다.
저렇게 하고 나니 실제로 밸런스가 매우 좋고 등짐을 하나도 지지 않게 되어 힘들이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짐을 싼 게 11일 1시 11분...
정신팔고 짐챙기던 새에 그날이 이미 다가와 있었다.
2시간 잤다.
3시30분에 일어나서 출근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평택 터미널로 갔다.
아버지께선 평택-인천공항 공항버스를 운전하신다. 그래서 보통 첫차일 때는 4시,첫차가 아니래도 보통 4시~6시에는 출근을 하신다.
아버지 자가용에 자전거 및 짐들을 싣고 터미널에 도착, 아버지 차를 타고 올라가면 좋겠지만 내가 올라갈 타임과 아버지의 근무타임이 맞지 않아 아버지 차를 타고 올라가진 못했다. 대신 아버지와 친분이 있으신 선배기사님 차를 타고 올라가게 되었다.
아버지께선 처음에 외국을 자전거로 장거리여행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를 하셨다. 그것도 군입대를 앞두고 여행이라니,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냐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 부모 걱정시키는 건 효자가 아니겠지만 나는 너무 여행이 가고 싶어서 많은 설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떠나는 시점이 되니 아버지께서 잘 다녀오라고 여행간에 집에 연락 꼭 자주 하라며 응원해주셨다. 무척 감사했다.
여행 무사히 다녀와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 출발, 벌써 까맣게 탔다. 한 달간 트레이닝한 것 때문인가? 한여름의 태양빛은 어쩔 수가 없다.
난 썬크림 바르는 걸 너무 귀찮아하고 또 땀에 그냥 씻기기 때문에 그냥 떙볕은 다 쬐고 다녔다. 아무래도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공항에 짐을 내렸다.
자전거는 접어 캐링케이스에 넣었다. 작은 잡동사니도 케링케이스에 함께 담았다. 모두 합해 20kg만 넘지 않으면 된다.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았다. 18kg정도 되었을 것이다.
나머지 짐(탑백,페니어백 등)들은 내가 직접 짊어지고 옮길 수 있어 따로 빼놨다.
내가 탑승할 OZ162 히로시마행-9시40분 비행기
15분 탑승을 알려주고 있다.
문제는 내가 이 사진을 찍은 직후 얼마 안 가서 표를 잃어버렸다.
여행 첫날부터 바보짓하고 있었다. 난감했지만 난 이런 상황에서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스타일인지라 그냥 바로 도움받을만한 곳을 찾아서 표 사진을 찍은 걸 보여주고(찍어놔서 정말 다행이었다!) 방금 발급받았는데 잃어버려서 표를 재발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담당자는 군말없이 신속히 처리해주었다.
표를 재발급 받았는지 표를 대체할만한 다른 서류를 받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첫날을 멋지게 장식하는 해프닝이었다.
인천공항은 두 번째 오는 것이었는데 안팎으로 깔끔하고 참 멋졌다.
집에서 아침을 안 먹고 왔기에 탑승 전 먹은 공항 내 식당(?) 음식
사진은 이것만 올렸지만 이것들 말고도 뭔가 좀 더 있었다. 총합 12000원
첫 끼니를 먹고 나서 한숨을 돌렸다.
이제 시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한정된 총 예산에서 무심하게 12000을 벌써 써버렸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총 소지금을 42만원으로 시작했는데,
애초에 2주여행을 42만원 가지고 하겠다는 발상이 무리였다.
총 소지금 420000원 중
-아침식사 12000원
-국제전화카드 구입 20000원
-환전 380000원->39000엔(당시 환율 984원/100엔)
39000엔 안팎이었던 것 같긴 한데 정확한 환전 후 엔화 액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본가 들어가서 일기 보고 제대로 정산해서 갱신해야겠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