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자.
열여섯 여름날 네가 건넨 한마디.
그날 비는 갑자기 내렸고, 계속 내렸고,
그래서 나는 학교 건물 앞에서 나서지 못하고 있었어.
우산도 없고 같이 갈 친구도, 데리러 올 사람도 없고,
그리고 난 딱히.. 급한 일도 없었거든.
기억하기로 너는..
학교 계단을 두다다다 내려오며
가방을 뒤적뒤적했던 것 같아,
멍한 나를 보며 갸웃했던 것 같아,
분명히 기억나기로 너는
비오는 바깥과 나를 번갈아 보았어.
그리고 너는 픽 웃었어,
같이 가자. 네 목소리가 들렸어.
머뭇거리다 어물쩡있는 나를 빗속으로 밀어넣고,
너는 웃었던 것 같아.
나는,
응..한마디 대답도 못하고.
비에 젖어가는 네 뒷통수와 간간이 돌아보는 네 눈, 코, 입.
어째서 이렇게 또렷한건지..
비가 오는 날이면 무한재생되곤하는 그 날이, 내 기억이
종종 이해가 되지 않았어.
만약...너에게 크게 웃어줬다면,
다음날 어제는 잘 들어갔어 물었다면,
아니 눈인사라도 건넸다면..그래서
우리가 친구가 됐다면..
그날 네 등에 매달려 들썩거리던 까만 가방에
삐죽이 보이던 우산 손잡이를 봤던 것도..
나는 아직 이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
그냥..기억이 아주 오래도록 지금처럼
비오는 날 나를 찾아와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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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09/18 23:46:14 183.97.***.122 쪽빛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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