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251984.html 이장춘 전대사 “이명박 후보가 ‘BBK명함’ 직접 줘”
이명박 후보쪽이 그 존재 여부와 사용 여부를 극구 부인해오던 ‘이명박 후보의 BBK명함’이 한 저명인사에 의해 “그 명함이 실제 사용되었다”라며 공개되었다.
이장춘 전 외교통상부 대사(67)는 22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BBK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2001년 이 후보가 직접 명함을 줬다’며 ‘문제의 명함’을 공개했다.
이장춘 전 대사가 이날 제시한 명함은 이명박 후보쪽이 줄곧 “김경준씨쪽에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며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21일에도 김경준 부인 이보라씨가 기자회견에서 이후보의 BBK명함이 있다고 주장하자 "위조된 것이거나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것"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이 후보쪽은 그동안 BBK 명함에 대해 ‘위조 또는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번 이장춘 전 대사의 ‘명함 공개’는 이 후보의 ‘거짓말 해명’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 7월19일 한나라당 청문회 “명함 사용은커녕 본적도 없다. 확인했는데 맞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7월19일 한나라당의 후보검증 청문회에서 BBK명함 사용 여부를 추궁하자 “사용이 아니고 본 일도 없습니다”라며 “없는데, 이번에 이 일이 생겨서 확인해봤습니다. 확인했는데 그 명함이 쓰인 일은 없답니다”라고, 거듭해서 명함의 존재와 사용 여부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명함’이 실제로 사용되었다는 주장은 22일 <조갑제닷컴>(http://www.chogabje.com/)의 기사와 사진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이장춘 전 대사는 22일 오후 <조갑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5월30일 이명박씨의 사무실에서 명함을 직접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대사가 제시한 명함에는 ‘eBank-Korea.com, BBK투자자문회사, LK-eBank· eBANK증권주식회사’라는 명칭 위에 ‘李明博 會長/代表理事’라는 직함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 전 대사는 이날 조갑제닷컴에 올린 기고 ‘이명박 후보는 정직하게 진실을 고백하라’는 글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그가 소위 ‘BBK사건’에 관련하여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이실직고하며 회개하기 바란다”며 “나는 이 후보가 건망증이 있다면 그의 기억을 되살려 줄 증거를 제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사는 이 글에서 “그의 거짓말과 오판으로 나라는 갈수록 시끄러워지는 가운데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온전하게 그 직을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라는 더 어지러워질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에 한나라당·보수언론·일부 애국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따라가는 바람에 대국민사기극의 집단공범이 되어 버렸다. 이명박 후보가 거짓말쟁이로 확인되면 한국의 주류세력 전체가 그 오물을 뒤집어쓰고 절대 다수국민이 갈망하는 친북정권 종식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장춘 대사 “외교관 습성상 과거명함 다 모아놓고 날짜도 적어놔”
이 전 대사는 “외교관을 한 습성상 과거에 받은 명함들을 다 모아놓고 있고, 당시 이 후보를 만난 날짜도 수첩에 다 적어놓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는 “내가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 후보와 이리 저리 만났다. 27년 지기인 셈”이라면서 “사감은 없다. 다만 진실을 아는 사람으로서 숨기고 있을 수 없었다”고 명함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대사는 주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필리핀 대사 등을 역임하고 2000년 외교통상부에서 퇴직했다.
아래는 조갑제닷컴이 23일 인터뷰한 이 전 대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조갑제닷컴의 동의아래 기사와 명함 사진을 싣는다.
이장춘 전대사의 조갑제닷컴 인터뷰 전문
Q. 명함을 받게 된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신다면?
A. 2001년 5월30일 2시30분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이명박씨를 만나 명함을 받았다.
Q. 어떤 만남이었는지?
A. 이명박씨는 1980년도 말부터 알아 온 사이이다. 가끔 만나 차 마시는 사이였다. 이날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Q. 뭐라고 하면서 명함을 줬었나?
A. 이명박씨와는 20년 지기다. 명함을 줄 필요가 없었다. 당시 이명박씨는 이런 일을 한다, 인터넷 시대여서 인터넷 금융업을 한다면서 명함을 줬다.
Q. 명함 공개를 하게 된 이유는 뭔가?
A. 진실을 아는 사람으로서 숨기고 있을 수 없었다. 이명박 후보의 “BBK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거짓말을 한국의 보수·우파가 믿는 바람에 온 나라가 거짓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 말해야 할 사람들조차 침묵한다. 보수언론은 진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도 MB편을 드는 바람에 공범이 돼 버렸다. 대재앙이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개인적 친분과 공적 의무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Q. 인터넷 기고문에서 배신감이란 표현을 썼는데?
A.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대북정책에 분노해왔다. 적어도 10월4일 전까지는 그냥 못마땅해왔다. 그러다 10·4평양선언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10·4선언은 남북간의 대선을 앞둔 정치적 결탁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어떠했나? 강재섭 대표는 “10·4선언이 통일의 디딤돌”이라며 “초당적 협력” 운운했다. 정형근의 신대북정책은 뭔가? 이명박 후보의 태도 역시 애매하고 불분명했다.
이런 식으로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돼도, 이 같은 문제점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좌파에게 국회를 빼앗길 수 있다. 이명박 후보는 우파가 아니다. 기회주의자가 대통령이 되고 내년 총선에서 좌파가 국회를 장악하면 정권교체가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