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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28435
    작성자 : 윤인석
    추천 : 16
    조회수 : 2097
    IP : 111.91.***.146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9/08/16 10:07:33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28435 모바일
    단편5) 달력의 신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 모든 달력에 변화가 생겼다. X월 31일에 녹색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달력, 종이로 만들어진 달력 등 모든 달력이 X월 31일을 표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흙바닥에 달력을 그려도 어김없이 X월 31일에 녹색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프로그램을 변경해서 달력 내의 숫자를 지우거나, 종이를 찢거나, 발로 흙바닥에 그린 달력을 지우는 등 달력이 아니게 되면 녹색 동그라미는 사라졌지만, 그 외에 '달력'이라는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는 어떤 수단으로도 녹색 동그라미를 지울 수 없었다.


    X월 31일까지 고작 한 달 반이 남아 있었다.


    인간이 미지를 만났을 때 어느 방향으로 상상력을 동원하는지는 금방 드러났다.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각종 종말론이 범람했고, 약속의 날이 찾아왔다고 외치는 종교 단체들이 득세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경기가 침체하였다. 다만 각종 구호물자와 생존 장비들이 매진되었고, 방공호를 짓는 건설업이 때 아닌 호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준비를 하기엔 인류나 개인에게 한 달 반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지구 곳곳에서는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원망과 집회, 데모가 일어났고 몇몇 곳에서는 폭동과 약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송다영 씨가 등장했다.


    처음 그녀가 한국 방송에 나왔을 때만 해도 이 혼란을 틈타 교세를 넓히는 흔한 종교 지도자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송다영 씨는 '달력의 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좀 특이한 이름의 신이 등장했다는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순식간에 지구 최고의 유명인이 되었다.


    "제 말이 맞다면 녹색 동그라미를 잠깐 세모로 바꿔 주세요."


    생방송에서 그녀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전 세계 달력의 녹색 동그라미가 잠시 동안 세모로 바뀌었으니까!


    그녀는 다음날 바로 전 세계 동시 생중계 방송을 하게 되었다.


    "이 사태는 재앙이 아닙니다. 이것은 달력의 신께서 인류에게 주신 기회입니다."


    검은 투피스 정장을 단정하게 입은 송다영 씨가 한국어로 말했다. 전 세계 방송사는 즉각 자국어로 자막을 달아 방송을 중계했다.


    "달력의 신은 무엇이... 어떤 분이시고, 그분이 인류에게 주신 기회는 어떤 것인가요?"


    60대의 한국 유명 뉴스 진행자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관록에 어울리지 않게 단어 선택에 주춤하는 모습이 그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도 처음엔 여러분들과 같이 혼란스럽고 두려웠습니다. 그러다 고대부터 존재해 온 달력에 신성이 있어서 저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시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달력 앞에서 정말 그런지 여쭤보았죠. 매일 매일요. 그랬더니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달력의 신께서 녹색 동그라미를 흔들어 응답해 주셨어요!"


    "사실 그동안 달력의 녹색 동그라미가 가끔 흔들리는 증상에 대해 말이 많았습니다. 그게 모두 송다영 씨와 달력의 신의 대화란 말입니까?"


    "네. 달력의 신께서는 분명히 저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계십니다. 그렇지요?"


    송다영 씨가 달력을 보면서 말했다. 달력의 동그라미가 분명하게 흔들거렸다.


    그 뒤 누구도 송다영 씨의 말을 의심할 수 없었다.


    송다영 씨의 말에 따르면 달력의 신이 알려주신 날짜는 인류 멸망의 날이라고 했다. 달력의 신은 어떤 원인으로 멸망하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지만 그날의 인류 최후의 날이라고 했다.


    순간 모두 절망과 비탄에 빠졌다. 하지만 송다영 씨는 이것은 달력의 신이 주신 기회라고 했다. 달력의 신은 인류가 원하는 과거로 이동해서 잘못을 바로잡고 결국 멸망을 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럼 인류는 과거로 돌아가서 스스로 멸망의 원인을 찾고 생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말씀이군요. 여기서도 질문이 많이 생기는군요. 인류는 과거 어느 시점으로 가게 됩니까?"


    "단 한번! 인류의 90% 이상이 특정 날짜를 손가락으로 짚으면 과거 어느 때로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는 즉시 이동하게 되지요. 그리고 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육체뿐이에요. 저희는 알몸으로 과거로 가서 다시 시작해야 해요."


    "그럼 과거에 있는 사람들이나 인류 문명은 그대로 있는 것입니까?"


    "네. 그 시대는 그대로 있는데 저희만 지금 있는 그 장소에 그대로 나타나는 거예요. 만일 어제로 간다면 어제의 저와 만날 것이고, 100년 전으로 간다면 제 조상님을 만날 수도 있겠네요. 고층 빌딩에서 이동하는 것은 추천할 수 없겠네요. 과거엔 그곳에 아무것도 없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달력의 신님 지금까지 제가 한 말들이 모두 맞으면 녹색 동그라미를 흔들어 주세요."


    전 세계 모든 달력의 녹색 동그라미가 흔들렸다.


    인류는 멸망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었다.


    "환경 문제 때문에 멸망하는 게 분명해. 인류는 과거로 가서 처음부터 친환경 과학 문명을 이룩해야 해."


    "아니! 환경 때문에 한 달여 만에 멸망할 리가 없잖아? 정체불명의 공기 전염 바이러스 일거야. 의학에 집중해야 해."


    "운석 충돌이야. 우주 과학을 최대한 빨리 발전시켜야 해."


    사람들은 멸망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전자는 인류 구원의 문제였지만, 후자는 당장 개인에게 닥칠 문제들이라 더욱 뜨거운 관심과 논쟁을 불러왔다.


    "일단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의 과거로 가는 건 반대야. 또 다른 나와 살아야 한다니. 으. 신기하긴 해도 누가 진짜인지 헷갈릴 것 같아."


    "당연하지 일단 갑가지 인구가 두 배가 되면 지구가 버텨낼 수 없어. 그리고 가능한 멸망에서 멀리 떨어져야지. 적어도 내가 죽을 때까지 X월 31일이 오면 안 돼."


    "악! 과거엔 뭔 전쟁을 이렇게 많이 했어? 알몸으로 가야 하는데 전쟁판에 떨어져야 하잖아? 국지전도 없는 시기가 아예 없다니! 이래서야 어느 날로 갈지 어떻게 합의를 해?"


    "차라리 선사 시대로 가자. 돌 들고 설치는 야만인쯤이야 빠르게 총 만들어서 쓸어버리면 되지."


    "매머드라고 들어봤냐? 기간토 피테쿠스랑 메갈라니아는? 가자마자 쿵! 와자작! 일 텐데."


    "대동아공영의 꿈을 다시 이룰 때가 왔다! 무조건 그때로 가야 한다!"


    "아니지. 위대한 대영제국의 부활의 때가 왔어!"


    "아아. 칭기스칸 님을 뵐 수 있어!"


    "케케케. 무조건 여기로 이동한 다음에 과거로 가야 해. 여긴 노천에 금이 굴러다닌다고!"


    "이곳에 우리가 함께 나라를 만들자. 석유만 가지고 있으면 새로운 시대 패권을 잡을 수 있어."


    세계는 또 다른 혼란을 맞았다.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인류의 90%가 동의하는 시기를 정할 수가 없었다.


    달력의 신의 신도가 된 사람들은 네모칸 안에 녹색 동그라미가 든 깃발을 들고 차라리 달력의 신이 특정 날짜를 정해서 보내달라고 집회를 했다. 하지만 달력의 신은 응답이 없었다. 송다영 씨도 이 문제에는 별 대안이 없는지 어서 인류가 합의를 해서 특정 날자를 손가락으로 짚어야 한다고만 말했다.


    그 후 몇 차례의 대토론과 합의가 있었지만 인류가 과거로 이동하진 못했다. 당장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대표들의 합의나 양보 따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자가기 원하는 날짜에 손가락을 얹었다.


    온갖 상호 비방과 불안 속에서도 사람들은 막연히 x월 31일이 가까이 오면 어떤 해결책이 나타나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자기에게 유리한 해결책이! 왜냐면 '난' 양보하지 않을 테니까.


    * * *


    모두의 기대에 부합하지는 않았지만 해결책은 은밀히 마련되고 있었다.


    "우리는 인류의 90%가 동의하면 된다는 점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70억의 90%가 합의를 하는 것보다 1만 명의 90%가 합의를 하는 게 훨씬 쉽겠지요."


    비밀리에 한자리에 모인 각국 수장들을 보며 ㅇ국 대통령이 말했다.


    "참 슬픈 일이군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각종 이권과 생존이 달린 문제에서 지금 인구를 유지한 채로 인류의 90%가 합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처음 생존을 책임질 '전사'들과 사회 발전을 이끌 과학자, 기술자, 의학자, 인문학자 등의 '인재'들을 엄밀히 선발해야 합니다. 나머지 '노동자'들도 우수하고 유전적 질병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야겠죠. 남녀 균형도 신경 써야 하고... 선발을 마치려면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선발을 완료하기도 빠듯하겠군요. 임무가 막중하네요."


    "하하. 인류의 '지도자'로서 해내야 하는 일이죠."


    "장소는 이곳으로 하겠습니다. 이곳은 과거부터 존재했던 대공동으로 입구만 완전히 밀폐하면 핵폭발의 위력에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고 이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과거로 가면 입구가 자연히 개방되는 거지요."


    "허허. 전 지구를 덮는 핵폭발이라니. 지표면에 살아 있는 것은 없겠네요."


    "하하. 우린 과거로 갈 텐데 무슨 걱정입니까."


    지도자들의 은밀한 인도로 전 세계에서 전사, 노동자, 인재 1만 명이 대공동으로 모였다.


    고작 10여일 만인 X월 20일까지 선별과 모집을 끝낸 것은 인류사에 유례없는 전 지구적 연대 덕분이었다. 현대 인류 마지막 작업에 어울리는 놀라운 업적이었다.


    대공동에 모인 그들은 입구를 완전 밀폐하고 지체 없이 핵폭발 스위치를 눌렀다.


    대공동 속에도 웅웅 거리는 진동이 미세하게 전달되었고 작은 돌가루들이 천장에서 떨어졌다.


    모두 잠시 인류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위해 묵념했다.


    그리고 각자의 달력을 꺼내 미리 합의한 날짜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1만 명의 선택된 자들은 신석기시대부터 인류 문명을 다시 써 내려 가기로 합의 또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뭐... 뭐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송다영 씨! 어떻게 된 것입니까? 달력의 신께서는 뭐라고 하십니까?"


    사람들이 송다영 씨를 다그쳤다.


    "저... 저도 잘.. 달력의 신님! 달력의 신님! 왜 과거로 가지 않는거죠? 대답해 주세요!"


    송다영 씨가 달력을 잡고 외쳤지만 달력에서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 아니, 변화가 있긴 했다. 달력에 녹색 동그라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아. 달력의 신님!!!"


    대공동에는 달력의 신을 찾는 울부짖음이 가득했지만 그 후로 아무 응답이 없었다.


    대공동에 갇힌 1만 명의 사람들과 그 밖에 소수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광기와 절망과 배고픔 속에 하나 둘 사망하였다.


    “달력의 신님... 어째서 저희를 버리... 십니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청년이 떨리는 손으로 찢겨진 달력조각을 들고 중얼거렸다. 난투 끝에 살아남기는 했지만 깊은 상처를 입은 청년의 손은 피에 젖어 있었다.


    마지막 힘으로 달력을 와락 구겨 쥔 청년이 시체들 사이로 쓰러져 눈을 감았다.


    X월 31일. 인류는 멸망했다.


    ***


    거대한 화면에 달력을 움켜쥔 피에 젖은 청년의 손이 가득 담겼다.

    화면은 청년의 팔을 훑듯이 타고 올라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천천히 감기는 눈동자에서 마지막 눈물이 흘러내렸다.


    보조 화면에는 청년의 심전도가 점차 느려지다가 완전히 멎는 장면이 보였다.


    이내 화면은 대공동을 벗어나 점차 빠른 속도로 줌아웃 하더니 지구 전체를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내 화면에 글씨가 나타났다.


    - 생존자 0명! 인류 멸망! 목표 달성!


    "이상으로 '359회 행성 섬멸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플레이 영상이었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사회자가 10대 소년과 함께 무대에 올라서며 말했다.


    -짝짝짝


    객석이 열광적인 박수로 가득 찼다.


    "대상을 수상하신 소감은 어떻습니까?"


    "준비하는 내내 무거운 짐을 진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긴장감에서 벗어난 게 개운하고 좋네요."


    소년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작년 우승자가 중대 하나만으로 21세기 평행 지구를 섬멸한 이후로 그 기록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획기적인 비용으로 행성 섬멸을 달성하셨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죠?"


    "전 우승자께서 너무 엄청난 업적을 이루셔서 군사적으로는 도저히 그 이상 단가를 낮출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대단하십니다. 역대 최저 비용으로 평행 지구의 인류를 멸망시켰습니다! 내년부터 도전하실 분들은 정말 암담하실 것 같네요. 과연 이 이상 비용을 낮출 수가 있을까요?"


    "네. 만만치 않으실 거예요. 이번에 사용한 것은 평행 지구 내 달력으로 인식된 물체에 광학적 표시를 더해줄 가정용 컴퓨터 하나였으니까요. 오히려 대회 참가비가 더 들었습니다. 하하. 하지만 놀라운 신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으니 더욱 창의적인 방법이 나오리라고 확신합니다."


    소년이 제법 다부지게 대답했다. 준비한 대사를 무리 없이 말해서 뿌듯해 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하. 저도 기대가 되네요. 그럼 잠시 몇 가지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주요 인물이던 송다영 씨는 어떻게 선택하신 거죠?”


    “컴퓨터 사양이 부족해서 자동으로 검색해서 찾아주는 기능까지는 기대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평행 지구 내 이곳저곳을 모니터링을 하며 달력에 말을 거는 사람을 찾았어요. 질문을 할 때를 기다렸죠. 그리고는 질문을 할 때마다 살짝 화면을 건드려 동그라미를 흔들리게 했죠. 아. 질문이 뭐였죠? 아. 네. 그러니까 첫 번째로 우연히 발견한 사람이었어요.”


    “끈기와 뚝심으로 발견한 인재였군요. 그리고 수동으로 일일이 질문에 답해주신 거구요. 하하. 슈퍼 컴퓨터를 동원한 참가자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수작업으로 이기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올라온 질문입니다. 공언하신 X월 31일에 평행 지구 인류가 멸종한 것은 의도하신 것인가요?"


    "그것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그림이 나오긴 했는데... 아마 달력의 신이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소년의 농담에 객석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렇군요. 과감한 기획력과 창의력에 행운까지 겸비한 선수에게 모두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상금 100억 골드와 부상으로 저희 다중 기업에서 제작한 자랑스러운 제품! 하하. 최근 별장이나 유흥지로 인기가 높지요. 정말 부럽습니다. 200억 골드 상당의 평행 지구!!! 1개의 소유권을 드립니다!!! 다른 사람은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없는 완전한 개인의 소유입니다. 실제로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지구에서 현대 문물로 신처럼 군림할 수도 있고, 과거의 생활상을 즐길 수도 있죠. 파괴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시는 것을 원하신다면 그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평행 지구가 파괴되어도 현실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으니까요. 원하는 시대를 말씀해 주시며 그에 맞춰 조정해 드립니다."


     한참을 기업 상품 홍보에 열을 올린 사회자가 무대를 마무리했다.


     "자. 그럼 올해 영광의 주인공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소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를 내려갔다. 관객들은 수상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끊이지 않고 박수를 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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