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시장 가지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아서
저도 개인적으로 더 이상 시장엘 가지 않게 된 썰 하나 풀고자 합니다.
내용상 사이다게에 풀까 하다가 아직도 이 생각하면 열 받아서 사이다는 아닌 걸로...
3년 전 애인한테 차이고 머리 빡빡 민 채로 폐기물처럼 방구석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전 날 술 디지게 퍼먹고 점심께까지 소파에 널부러져 있다가, 큰아부지 생신이니까 그만 처굴러댕기고 저녁에 큰집으로 오라는 어머니의 찰진 스매싱을 등짝으로 받았습니다.
4시쯤 씻고 가야지 하고 더 구르고 있었는데 누나가 전화옵니다. 큰집에 문어랑 뭐뭐 사가야 한다고 시장 따라오라고...
귀찮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보다 성깔 더러운 누나 말에 토 달아봤자 좋은 거 없어서 걍 대충 씻고 나갔습니다.
예전 살던 동네에 일가친척들이 다 살아서 그 근처에 가족들이 모두 20년 넘게 애용하던 수산시장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저희 집이 이사를 가서 더 이상 갈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추억이 있는 시장이었습니다.
그 시장 입구로 오래서 같이 장 보러 들어갔습니다. 이 멍게가 누날 쏙 빼닮았네 넌 저 광어 아빠같네 하면서 돌아댕겼죠.
그러다 시장 입구에 차 댔던 가게에서 차 빼달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잘못 댔으니 저는 군 말 없이 차 빼러 가고 누난 계속 장을 봤습니다.
차 옮기고 누나한테 전화하니 안 받네요? 이 양반은 핸드폰 진동도 못 느낄 정도로 살이 쪘나 하면서 계속 전화 거는 채로 아까 누나랑 헤어진 곳에 갔습니다.
문어 아저씨랑 대판 싸우고 있네요ㅋ
요지는 그겁니다. 누난 시장의 룰대로 가격을 흥정하려는데 가게 주인이 돈 가지고 장난질 할 거면 걍 가라고 했답니다.
누나가 (열 받지만) 꽤 동안이고 해서 30 먹고도 학생으로 자주 불리는 편이었는데, 아마 그래서 만만해 보였나 봅니다.
근데 성깔은 거의 뭐... 시비 털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냥 ㄱ ㅐ... 크흠
암튼 그래가 누님이 머라머라 쏘아붙이니 가게 주인도 버럭했나 봅디다. 어린 놈의 새끼가?하면서 말이죠.
막 한창 무례하게 말한 거 사과 하라네 싸가지가 없네 박박거리는 도중,
(누나가 전활 안 받아서)인상 팍 쓴 빡빡머리 흑돼지 아저씨가 도착했습니다.
먼데? 하면서 누나 옆으로 가니 아저씨 어깨가 씰룩! 합디다.
누난 저더러 걍 가만 있으라더니 계속 하던대로 쏘아대구요. 가격 여기저기 알아보고 싼 데서 사는 게 정상 아니냐, 학생은(학생 아님) 가격 가지고 말 끄내지도 못 하냐, 어리다고(안 어림) 반말 찍찍 싸지 마라 등등
아저씨는 누나만 있을 때보다 많이 누그러지셨나 봅니다. 아니 그렇게 후려치면 난 뭐 먹고 사냐, 배 기름값도 안 나온다...
나중에 누나한테 듣기로 저 오기 전까진 아 ㅆㅂ 학생 존말할 때 가라고~! 만 외쳤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일이 커지는 게 싫어서 딴 데 걍 가자면서 누나 뜯어말리는데 아저씨가 한 마디 합니다.
그래 ㅆㅂ 걍 좀 가라
순간 저도 빡돌아서 말이 툭 튀어나오더라구요.
뭐? ㅆㅂ?
5초 간 정적...
커플이었을 땐 헬스장 죽돌이였다가 헤어지고ㅜㅜ 난 뒤 살이 디룩디룩 붙었을 때였습니다. 수염도 안 깎고...
잠시 정적이 흐르다 아저씨께서 갑자기 평정심을 되찾으셨는지 말이 아까보다 누그러졌습니다.
아니 내가 미안하니까 딴 데 보시라고...
뭔가 급하게 존칭을 쓰신 거 같은데 어쨌든 사과는 들었으니...
다시 누날 쫄래서 딴 가게로 가 문어를 사갔습니다. 일은 이렇게 끝.
아무튼 이 일이 있던 이후로 20년 이상 애용했던 그 시장 다시는 안 갑니다.
사람 얼굴 보아가며 차별대우 하는 꼬라지가 가관이라...
이 얘길 친척들한테 얘기했더니 자기도 그런 거 겪어본적 있다면서 다들 썰 하나씩 풀면서 다들 그 시장 못 써먹겠다고 안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뭐 좋은 분들도 있었습니다만, 진짜 그런 미꾸라지 같은 분들이 물을 다 흐려놓는 것 같습니다. 사람 봐가면서 장사하니...
이후로는 좀 비싸도 서로 존칭하고 얼굴 붉힐 일 없는 마트 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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