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피시방에서 알바하는거 다들알꺼야
오늘 피시방에서 있었던 이야기 해줄께..
지금이 아홉시 반인데
좀전 여덟시 오십분쯤에
초등학교 2~3학년쯤 되보이는 남자아이랑
어머니로 보이는 추리닝차림에 중년 여자분이
아이를 대리고 피시방에 오셔서
주위를 둘러보시는거야...
근데 나 어렷을적, 그때 우리엄마랑 너무 닮은거야
"아이가 숙제를 해야하는데.. 컴퓨터는 어떻게해야하죠?"
세상에서 그렇게 상냥한 목소리는 처음들어봤어
저 중년의 여자가 아이손을 잡고
담배연기가 가득찬 이곳 피시방에 들어올때부터
나 맘이 이상했다.. 막 뭔가 응어리진게 하나둘씩 느껴지고..뭐여튼..
"요기 카드 가저가셔서, 빈자리 가서 컴퓨터 키시고 요쪽카드에 써잇는 숫자를 입력하세요 ^^"
나도 무지 상냥하게말했지
보통 여기 피시방에서 일하면, 담배연기만 하루종일 맡구
단골손님들 심부름에 짜증만 가득차있는데
저 아이어머님을 보고 오늘까지, 아까전까지 느꼇던 안좋은기분들
눈녹듯 다 사라저써..
옛날예기해줄께
나 옜날에, 아주 어릴적
그러니까 국민학교 다닐때 춘천있을때야
2학년인가 3학년때였는데
집에 컴퓨터란게 없었거든.. 숙제는 해야됬는데
딱 이맘때즈음 이였을꺼야..
찬바람부는 늦가을이였으니까..
월동준비한다고 엄마는 옆집 앞집 윗집 아줌마들이랑
앞치마메고 장갑끼구 김장김치 담그고있었거든
그때 나 숙제해야되는데 컴퓨터없다고 투정부리면서
밤은 늦어가는데 엄마한테 숙제해야된다고 졸랏지
숙제란거 절대안하던 나였는데 그날따라 왜그랬는지
기억은 가물하다..
그래 엄마 랑 집앞에 피시방에 들어갓찌
한 자리에 앉아서 10분정도 할줄도 모르는 컴퓨터 만지고있는데
아르바이트생이란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숙덕숙덕거리는게
꼭 내욕하고 엄마욕하는것같았어..
옆에 앉은 중학교 여자애들은 김치냄새난다고 나랑 엄마처다봣고
난 엄마가 무지창피했어 그때
'왜 고춧가루 묻은 앞치마 입고 여기까지 따라왔지'
뭐 이런생각하면서 무지무지 아주 엄청 창피했었어 엄마가
숙제를 마치기도전에 엄마한테 계산하고 나오라고하고
나 그냥 혼자 나와버렸어 그리구 집에가서 하루종일 뾰루퉁해 있었지..
엄마는 한마디도안했어, 내가 창피하단말 안했어도
생각이 그랬다는건 충분히 알고계셨을꺼야..
옜날예기 이쯤하구
아무튼그랫어
15분정도 하고있는데
내가 계속 그쪽자리로, 그 어머님 있는자리만 처다보고있는데
왜 그리 처다보냐고 쑥쓰러운듯 물어보시더라구
그래서 그랬지
"혹시나 컴퓨터 좀 어렵고 제가 도와드릴 것 있다면 도와드릴테니
어려워마시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몇분뒤에 날 부르는거야
뭔가가 어렵다고 이것 좀 찾아달라고
그 어머님 표정은 무지무지 쑥쓰럽고 미안하단 표정이였어
내가 그 어머님 옆에가서 컴퓨터 마우스 잡고 키보드 잡고
허리숙여서 설명해주는데
목이메이는거야..이상해...말이 더 안나와
키보드로 눈물이 떨어졌어..
그 아이도 그 어머님도 당황했지..난 어땟겟어
"총각 왜울어요?" "형 왜울어요?"
아이랑 어머님이 동시에물어보는데..
나 그냥 그랬어
담배연기가 너무 독해서 그렇다고..
그리고 냉큼 아이숙제 도와주고
카운터 앉아서 옜날생각했지..
그리고 몇분뒤에 그 어머님 계산하러 오셨는데
그러셨어..
"담배고만태우세요 총각 몸상해요 ^^ 얼마죠?"
하시면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천원짜리 만원짜리 꺼내시는거야
그래서 그랬지
"그냥가세요 ^^ 얼마 안하셔서 돈 안나왔습니다"
천원이라고 모니터에 써있었다고 천원을 주신다는걸
내가 막 말려서 그냥 보내드렸어
"안녕히계세요"
웃으며 인사하고 엄마손을 잡고 아이가 나가는데..
그 옜날에..
앞치마에 고춧가루 묻어서 김치냄새가난다는 엄마가 싫었을까
한해, 두해 어디안가고 늘 내곁에서 따뜻한밥 반찬 해주는엄마가
지금생각해보니까 참 고맙네.. 왜 스무살이되서야 느끼는거지 그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
엄마.. 라는거 이제 알거같네
조금은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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