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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8123
    작성자 : 진격의꼬맹이
    추천 : 18
    조회수 : 2898
    IP : 180.229.***.36
    댓글 : 33개
    등록시간 : 2014/09/21 13:38:34
    http://todayhumor.com/?history_18123 모바일
    조선시대 술집
    1276841516_선술집1.jpg

    ▲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 ~ ? ) ‘선술집’/ 간송미술관 소장

    이 술집 그림에서 희한한 것은 술을 따르는 주모만 앉아 있을 뿐, 아무도 앉아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서 마시는 집을 선술집이라고 한다. 요즘 선술집이라면, 대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싼 술집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선술집에서는 모두 서서 마시기에 선술집인 것이다. 조선시대 문화에 대해 해박했던 김화진 선생은 ‘한국의 풍토와 인물’이란 책에서 선술집에 대해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선술집에서는 백 잔을 마셔도 꼭 서서 마시고 앉지 못하였다고 한다. 만약 앉아서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술꾼들이 “점잖은 여러 손님이 서서 마시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주저앉았담. 그 발칙한 놈을 집어내라.”고 시비를 걸었고,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위 그림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1,주막

    주막은 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곳으로서 요즘으로 말하면 허름한 호텔 쯤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만 요즘같이 고급한 호텔은 절대 아니다. 주막의 풍경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리라.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술을 마실 수 있었으며, 하루 밤을 묵어갈 수 있는 곳이다.


    2,목로주점(선술집)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라는 노래의 제목으로도 익히 알고 있는 목로주점이 되겠다. 더 익숙한 말로 ‘선술집’이라고도 하였는데, 이 목로주점은 주로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는 도시 골목에 있었다. 말 그대로 서서 술을 마시는 곳이며, 반드시(?) 서서 마셔야 했다. 혹시 앉아서 마실라치면 주인장의 싸늘한 시선과 내침을 각오해야 했다.


    다리만 있는 긴 테이블을 길에 내놓고 그 위에 요즘 말하는 뷔페식으로 몇 가지 안주를 차려놓았다. 술을 잔술로 팔았으며, 안주 값은 따로 받지 않았단다. 따라서 술은 몇 잔 마시지 않으면서 몇 사람이 노닥거린다면 안주가 한없이 축날 것은 뻔한 일이다. 만약 앉아서 마시게 되면 술꾼들이 더 많은 시간을 죽치고 있게 되어 장사에 방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목로주점에서는 절대 앉아서 마실 수는 없었다고 한다.


    3,받침술집

    어릴 적 주전자를 손에 쥐어주며 양조장에 가서 술을 받아오라고 어른들이 심부름을 시킨 일을 알 것이다. 이러한 경우 [술을 받아오라]고 표현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양조장 쯤 되는 개인집에서 술을 파고 곳이 받침술집이다. 이곳에서는 술을 마실 수는 없고, 개인이 술병을 가지고 와서 술을 사 가는 곳이다. 조선시대부터 이러한 일을 ‘술 받아가지고 온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4,색주가

    조선시대에는 여자 있는 술집이 기방 밖에 없었는가? 아니다. 색주가라는 곳이 있었다. 명칭에서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곳은 여러 집이 함께 모여 있었다. 그래서 각 도시마다 이름난 색주가 골목이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형태의 색주가들이 대한민국의 대도시에도 여기저기 있었지? 난 잘 모르지만 아직도 그 명맥을 굳건하게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곳은 말 그대로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는 곳이다. 요즘말로 ‘방석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 가요주점의 룸과 비슷한 각방에서 술집 여자를 끼고 술을 마셨다. 술집 여자는 노래를 불렀을 것이고, 술꾼도 독창과 합창을 불러 재꼈을 것이다. 아마 가장 애용하던 악기는 젓가락이 아니었을까?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며 술만 마셨을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술집 여자들의 길거리 호객행위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단골을 만들고 더 높은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끔 더 찐한 써비스도 베풀었을 것이다. 오늘 날의 방석집과 흡사했을 것이라고 본 저자는 단언하는 바이다.


    5,내외주점

    옛말에 ‘내외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남녀가 서로 쑥쓰러워하며 어려워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뜻의 ‘내외’이다. 이 주점은 몰락한 양반집의 아낙네나 과수댁이 운영하였다. 남녀가 유별한 유교사회에서 양반집 아낙네나 과수댁이 어찌 남자를 정면으로 상대하면서 술을 팔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술꾼이 집안 마당에 들어서면 방에서 술상을 차려 마루에 살짝 내다 놓고는 방문을 닿는다. 그러면 술꾼은 술상을 가져다가 마당의 평상 위에서 술을 마셨다. 이곳은 물론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비록 몰락한 양반집이지만 마당은 넓고 풍광은 좀 낫지 않았을까? 요즘말로 하면 ‘가든’정도 될 터인데, 음식이 아니라 주로 술을 판 것이 다르다. 목로주점에서 정신없이 몇 잔의 술을 마시는 것과는 차별될 수 있는 주점이 바로 내외주점이다. 이곳에서는 차분히 친구와 앉아서 양반집 음식을 안주삼아 고상한 척 술을 마실 수 있지 않았을까? 굳이 요즘의 카페 정도로 처 주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뭐 요즘의 카페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을 것이다.


    6,기방

    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방이다. 이곳은 출중한 기예와 상당한 학식으로 무장한 고급 기생들의 술 접대를 받을 수 있는 그야말로 가장 비싼 술집이다. 돈 많은 중인들이나 상민들이 주로 다니는 곳이다. 아니 중인이나 상민이? 양반이 아니고? 그렇다. 기실 기방은 양반인 선비들의 출입이 엄격히 금해진 곳이다.

    청렴하고 금욕적인 유교정신으로 무장한 조선선비들이 섹시한(?) 여자들이 있는 기방에 출입하는 것이 어찌 용납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법적으로는 금지구역이었다. 하지만 그 누가 어여쁜 여자와 달콤한 술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었겠는가? 조선의 양반 선비들은 아무도 이 법을 지키지 않았다.


    법이 엄연하면 무엇 하랴? 아무도 지키지 못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그래서 양반들도 늘상 출입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돈 많은 중인이나 상민들의 출입이 제한받은 곳은 절대 아니다. 원래는 이들이 주 고객이었다는 말이다.


    기방에서 술을 마시려면 어느 정도의 술값이 들었을까? 요즘의 강남 유명 룸싸롱 정도의 술값은 능히 되지 않았을까 짐작만 한다. 매력 넘치는 기녀에게 빠져 전 재산을 탕진한 이야기는 너무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색주가가 일반서민들이 애용한 곳이었다면, 기방은 돈 많은 부자들이 애용한 술집이었을 것이다.


    7,맺음말

    조선시대의 술집 형태를 살펴보면, 요즘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그 당시와 지금은 강산이 변해도 열 두 번은 더 변했을 세월이지만, 이 땅의 술집 형태와 술 마시는 행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한민족의 피 속에는 이처럼 변하지 않고 면면히 흘러오는 것들이 많다.


    조선시대의 정치인들은 어떠할까? 사약을 받고 온 가족이 몰살을 당할 위험이 있는데도 권력에의 탐욕은 대단했다. 또한 명분과 의리에 죽고 사는 정치인들도 꽤나 있었던 듯싶다. 몇 년 전의 한국정치상황처럼 보스를 중심으로 뭉쳐서 정권쟁탈전을 벌이는 행태도 사뭇 비슷하다.


    조선시대와 현재, 겉으로 보이는 많은 하드웨어는 무척 변했지만, 우리 한민족 구성원들의 피 속에 흐르는 변하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핵심을 찾아내어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리더쉽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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